미국과 유럽, 행성탐색전쟁 선포 (공개)

2007. 4. 25. 19:06자연과 과학

미국과 유럽, 행성탐색전쟁 선포 (공개)
코로트 vs. 케플러, 우주망원경 대결
| 글 | 정무광·미국 프린스턴대 천체물리학과 박사후연구원ㆍmjoung@gmail.com |
“are we alone?”

황량한 우주 공간에 울리는 공허한 외침일까. 외계생명체를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는 외계인의 신호에 귀를 기울였고 지구인의 메시지를 탐사선에 실어 태양계 밖으로 보내기도 했다. 돌아오지 않는 소식을 기다리다 지친 과학자들이 생명체가 살 만한 행성을 직접 찾아 나섰다. 유럽우주국(ESA)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망원경을 띄우거나 계획하며 외계행성탐색 전면전을 선포했다.
여기에 미시중력렌즈로 무장한 한국의 ‘지구사냥꾼’ 프로젝트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머지않아 ‘제2의 지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백조자리에 있는 타투인 행성에는 3개의 태양이 뜬다. 타투인 행성에도 지구처럼 달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달에서 타투인 행성(왼쪽 위)과 세 개의 태양(오른쪽 별 두개와 산너머 밝은 빛)을 본 모습을 상상한 그림.
세 개의 태양이 뜨는 행성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고향인 ‘타투인’(Tatooine) 행성은 2개의 태양이 뜨는 신비스러운 곳이다. 뜨겁고 황량한 사막 위에 뜨는 두 태양은 루크의 비범한 능력과 그가 겪을 험난한 미래를 예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2005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마치에이 코나츠키 박사는 태양계 밖에서 이와 비슷한 행성을 발견해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백조자리의 HD 188753라는 세쌍둥이별(삼중성계) 주위를 도는 행성이었는데, 코나츠키 박사는 흥미롭게도 이 행성에 ‘타투인’이라는 이름을 붙여 스타워즈의 골수팬들을 기쁘게 했다. 타투인 행성에는 노란 태양, 주황색 태양, 붉은 태양 이렇게 태양이 셋이나 뜬다.

타투인 행성은 세 태양 중 가장 무거운 노란 태양 주위를 3.3일 주기로 빠르게 공전한다. 나머지 2개의 작은 태양은 서로를 공전하는 동시에 26년에 한 번씩 노란 태양 주위를 돈다. 이처럼 복잡한 다중성계에도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의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이다. 하지만 3개의 태양이 뜨는 타투인 행성은 외계행성을 연구하며 알게 된 놀라운 발견 중 하나에 불과하다.


‘뜨거운 목성’을 넘어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오래 전부터 SF 소설과 영화에 등장한 외계인을 정말 만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지구와 유사한 외계행성을 찾더라도 그곳에 외계인이 살 확률은 낮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지구만 보더라도 인류가 출현해 살아온 시기는 약 45억년 역사 중 겨우 0.04%에 해당하는 최근 200만년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인류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최초의 원시생명체는 지구가 형성된 뒤 처음 4분의 1이 지나기 전에 출현했다고 하니 지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외계행성이라면 지적생명체는 아니더라도 단순한 형태의 식물이나 단세포 동물 정도는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제2의 지구를 찾는다면, 더 나아가 그곳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한다면 천문학 역사에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계생명체의 존재는 인류의 사상과 문화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다.

1995년 스위스 제네바천문대의 과학자들이 ‘페가수스자리 51번별’(51 Pegasi) 주변에서 외계행성을 최초로 발견한 뒤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밖에서 200개가 넘는 행성을 찾아냈다. 매달 평균 1~2개꼴로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셈이다.

이 중에는 겨우 10시간 만에 태양을 한 바퀴 회전할 정도로 빨리 움직이는 행성도 있고, 목성보다 더 크면서 질량은 반밖에 안 되는 행성도 있다. 또 행성이 2개 이상인 다행성계도 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태양계의 중심이 아님을 밝혀 지구중심적 사고방식에 혁명을 몰고 왔다면 외계행성의 발견은 태양계가 유일한 행성계가 아님을 증명한 또 다른 획기적인 사건이다.

지금까지 발견한 외계행성은 대다수가 중심별을 가까이에서 돌고 있다. 또 목성이나 토성처럼 대부분의 질량이 기체로 이뤄져 있으며 무게는 목성과 비슷하거나 더 무겁다. 이런 행성을 ‘목성형 행성’ 또는 ‘거대기체 행성’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런 특징을 가진 새로 발견한 외계행성에 ‘뜨거운 목성’이란 별명을 붙였다.


행성의 중력 효과 이용한 행성사냥법

태양계 밖 행성을 지구에서 직접 관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행성은 항성과 달리 직접 빛을 내지도 않을뿐더러 작고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행성사냥’에 나선 천문학자들은 ‘시선속도 방법’이라는 간접적인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구급차가 지나갈 때 사이렌 소리를 듣고 있으면 다가올 때와 멀어져갈 때 소리의 높낮이가 다르게 들린다. 예컨대 구급차가 다가올 때는 소리의 파동이 짧아져 음이 더 높아지고 멀어질 때는 반대로 음이 낮아진다. 이를 ‘도플러 효과’라고 부르는데 이 원리는 빛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관찰자와 빛을 내는 물체의 상대적 운동방향에 따라 진동수가 높아지거나 낮아진다. 즉 빛을 내는 물체와 가까워지면 파랗게, 멀어지면 붉게 보인다.

이번엔 아빠가 아이의 두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려주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때 아이는 공중에 붕 떠 아빠 주위를 원을 그리며 돌고, 아빠 또한 아이의 무게 때문에 몸이 약간 뒤로 젖혀져 작지만 원운동을 한다(01). 아이가 무거울수록 아빠의 원운동 반지름은 커질 것이다(02).



같은 원리로 목성(아이)과 중력으로 연결된 태양(아빠)은 제자리에서 천천히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 태양이 목성의 중력 때문에 초속 12m로 회전운동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목성 같은 행성이 어떤 별 주위를 공전한다면 그 별은 행성의 질량 때문에 원운동을 하게 되고 지구 사이의 거리도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할 것이다.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그 별의 움직임을 측정하면 행성을 직접 관측하지 않고도 행성의 존재를 추측할 수 있다. 이를 시선속도 또는 도플러 방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시선속도 방법에는 큰 약점이 있다. 행성이 가볍거나 중심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중심별의 움직임(속도)이 작아져 관측이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시선속도 방법으로는 지구처럼 작은 행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시선속도 방법의 원리



행성의 중력 때문에 중심의 별이 원을 그린다. 이때 별이 지구쪽에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면(01) 별빛의 파장이 짧아져 스펙트럼이 파란색으로 치우친다(02). 반대로 별이 멀어지면(03) 별빛의 파장이 길어져 붉은 색으로 치우친다(04). 별빛 스펙트럼의 치우침이 일정한 주기를 가지면 주변에 행성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12만개 별빛 감시한다

012003년 5월 7일 태양 앞을 지나가는 수성이 어두운 점으로 나타났다. 코로트는 행성이 별을 가릴 때 생기는 미세한 밝기 변화를 감지해 외계행성을 발견한다.
우리가 진정 궁금한 건 ‘외계인은 존재하는가?’ ‘이 우주에 우리는 혼자일까?’ 같은 질문이다. 현재까지 생명체가 발견된 행성은 물론 지구 한 곳뿐이다. 주로 기체로 이뤄진 목성형 행성에서는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기는 어렵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행성을 찾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즉 암석으로 이뤄졌고 대기층이 있으며 ‘생명체 존재가능영역’(행성 표면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도록 중심별에서 알맞게 떨어진 거리)에 있는 행성이 탐색대상이다.

이 엄격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외계행성은 아직 하나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시선속도 방법은 가벼운 행성을 찾는데 효율적이지 못해 지구형 행성을 찾으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27일 카자흐스탄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유럽우주국(ESA)의 외계행성 관측위성 ‘코로트’(COROT)가 주목받는 이유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6개 나라가 개발한 코로트는 지름이 27cm인 망원경을 탑재하고 있으며 지구 크기의 2~3배 되는 작은 외계행성까지 찾아낼 수 있다. 코로트는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생기는 미세한 밝기 변화를 감지하는 방법으로 지구형 행성을 찾는다.

발견한다. 02코로트는 우주공간에서 몇가지 테스트를 모두 성공적으로 마치고 2007년 2월 3일부터 외계행성을 찾기 시작했다.
이 방법은 일명 ‘천체면 통과현상을 이용한 방법’(transit method)이라 불린다. 이 방법으로 지금까지 외계행성 9개를 발견했다. 태양계에서도 가끔 이 현상이 일어나는데, 예를 들어 수성이 정확히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날 때 수성은 태양면을 지나가는 검은 점처럼 보인다. 수성의 면적만큼 태양빛이 가려지는데 이를 이용해 수성의 크기와 질량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코로트가 2년 반 동안 대략 12만개의 별을 감시해 지구보다 약간 큰 외계행성 60~240개를 발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면 그 중 생명체 존재가능영역에 위치한 ‘제2의 지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엽록소 분자가 생명체 존재 증거?

지구형 행성 탐사위성(TPF)은 가시광선 영역의 코로나그래프(왼쪽)와 적외선 간섭계(오른쪽)로 외계행성을 찾을 예정이다.
코로트 위성을 발사한 유럽에 선두자리를 뺏기긴 했지만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지구 크기의 행성까지 발견할 만큼 정밀도가 높은 우주망원경을 여럿 계획하고 있다. 코로트처럼 천체면 통과현상을 이용하는 케플러 망원경은 2008년 말 발사될 예정이다. 그 뒤엔 코로나그래프✽와 대규모 적외선 간섭계를 조합한 지구형 행성 탐사위성 TPF(Terrestrial Planet Finders)와 가시광선 간섭계를 이용하는 행성탐사위성 SIM(Space Interferometry Mission)이 뒤따른다.

특히 TPF는 고해상도 분광기를 이용해 외계행성의 대기에 있는 수증기, 이산화탄소, 오존, 메탄의 비율을 측정해 생명체가 그곳에 살 수 있는지 파악한다. 예를 들어 수증기 스펙트럼이 나타난다면 행성에 액체상태의 물로 이뤄진 바다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오존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면 행성의 대기에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한 식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식물과 일부 박테리아는 엽록소를 이용해 빛을 에너지로 바꾸는데, 수많은 식물의 잎에서 반사된 빛의 스펙트럼에서 엽록소 분자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 역시 생명체의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NASA는 SIM 프로젝트를 2015년으로 연기했고 TPF의 발사 또한 무기한 연기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을 완성하고 달에 전진기지를 건설한 뒤 이를 발판삼아 화성을 비롯한 태양계 행성을 탐사하는 계획에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우선순위가 밀린 것이다. 대부분의 천문학자가 반대했지만, 달기지 건설이 장기적으로는 득이라는 학자도 있다.

외계행성 탐색과 달기지 건설 중 어떤 임무가 현명한 선택인지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류가 이미 지구 밖 우주공간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해 우주에 대한 새롭고 흥미로운 발견이 계속되리라는 점이다. 그 여정의 끝엔 아마도 ‘제2의 지구’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

1930년 프랑스 천문학자 베르나르 리오가 태양을 관측하기 위해 발명한 특수 망원경. 태양의 밝은 부분을 망원경 안에서 가리면 상대적으로 어두운 코로나와 홍염을 관측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원리로 밝은 별을 가려 그 주위에 있는 외계행성을 직접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P r o f i l e

정무광 연구원은 미국 컬럼비아대 천문학과에서 별의 형성과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프린스턴대 천체물리학과 박사후연구원으로 은하 합병이 우주 거대구조에 미치는 영향과 행성의 형성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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