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종 선생

2008. 6. 15. 19:59카테고리 없음

 

만물들아 다함께 하나님을 찬양하세!

천태산 기슭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오솔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 이세종은 울고 있었다. “하나님, 이 죄인들을 어떻게 하실라우?” 그의 마음 속엔 자비심이 강물처럼 넘쳤다. 걸음마다 눈물이었다. 이탈리아의 성인 프란치스코가 언제나 울며 거리를 지나갔듯이 이세종도 자비충만하여 걸음마다 눈물을 흘리면서 남의 영혼을 생각하며 하나님께 호소하였다.
이세종은 불쌍한 죄인들을 볼 때는“인간이 이렇게 살다가 죽은 뒤에는 심판이 있지 않습니까?” 하면서 불쌍해서 못 견뎌 하였다. 잘못한 사람을 볼 때는 꾸지람을 했다가도 돌아서서는 눈물지었다. 특히 신앙생활 하다가 타락한 사람을 보게 되면“하나님, 이 죄인을 잊지 말아 주옵소서!”하고 밤새도록 기도하였다. 남의 물건 훔친 사람을 보면 답답해하며 “그것을 가져다가 유익하게 보지 못할 것인데 왜 헛수고 합니까?” 하고 안타까와 하였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고 다니는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영혼이라고 말하면서 더욱 안타깝게 여겼다. 그는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차마 먹을 것을 입에 넣지 못했고, 남이 죄를 짓는 것만 보고도 울었고, 남이 불행을 당하면 함께 울어주었다.

누구의 집을 방문할 때는 대문 밖에서 잠깐 발을 멈춰 서서 사랑이 없으면 그 집에 들어가지 않고 되돌아갔다. 그는 추은 겨울에도 이불을 가슴 위로 덮고 자지 않았다. 이 추운 밤에도 남의 집 처마 아래서 웅크리고 밤을 지새울 사람을 생각해서였다. 그는 밥을 먹을 때도 땅바닥에 차려놓고 먹었다. 예수께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였는데 걸인들에게 일일이 상을 차려줄 수가 없어서 자기도 땅에서 먹는다는 것이다.
“만물들아! 다함께 하나님을 찬양하세!” 아름다운 산천과 우거진 숲을 바라볼 때면 이세종은 한량없이 기뻣다. 그는 성 프란치스코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일이 없지만 프란치스코가 해와 달과 벌레들을 보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노래했듯이 이세종도 황홀한 환희 속에서 그렇게 노래했다.

그는 모든 성인들이 그렇듯이 사람뿐만 아니라 산천초목과 금수 곤충에 이르기까지 만물을 사랑했고, 모든 생명가진 것들을 경외하고 넘치는 자비심으로 대하였다. 그는 산길을 지나가면서도 사람들의 머리를 쓰다듬듯이 풀잎을 쓰다듬어 주면서 다녔다. 길에 뻗어 나온 칡넝쿨은 밟지 않고 옮겨 놓고 지나갔다. 누가 밟은 넝쿨을 들고는 탄식하며 넝쿨에서 흐르는 진액이 피 같다고 하였다. 자기 발 밑에 밟혀 죽어가는 개미를 보고는 눈물을 흘렸다. 이나 빈대도 죽이지 않았다. 파리는 문을 열고 밖으로 몰아내긴 했어도 죽이진 않았다. 파리도 문을 열고 밖으로 몰아내긴 했어도 죽이진 않았다. 자기 집 구정물 통에 쥐가 빠지면 나뭇가지를 꺾어 사다리를 놔 주어 쥐가 도망치게 해 주었다. 부엌 구석에 독사가 있어도 때려잡지 않고 나뭇가지로 슬슬 몰아 밖으로 내쫓아 보내면서 “큰일날 뻔했다”고 중얼거렸다. 그는 사람의 먹을거리라고 해서 마음대로 살아있는 동물과 식물에게 횡포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 생명은 대소고저를 막론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고 그분께서 주관하시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을 포함한 온갖 생명에 대한 사랑, 여기에 이세종의 토착적 영성의 핵이 있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 속에 있는 감각적 욕망을 제어하며 살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을 이루는 생명을 하나같이 제 몸 위하듯 존중하였다.


살다 살다 못살겠으면 또 나를 찾아오시오!

이세종이 30세 때 14살 짜리 시골처녀를 아내로 맞았다. 이세종의 부인 문순희는 무식하고 생각이 좁고 답답한 여자였다. 예수 믿고는 순결생활에 대한 깨달음이 커서 아내와 이혼은 하지 않으면서도 한방에 거처하는 것을 거부하고 남매처럼 지냈다. 그렇게 하는 길이 예수의 가르침대로 사는 길이라고 생각 하였다. 그러나 그의 아내가 그러한 생각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었다. 밤에 아내가 남편 방에 기어들어오면 내쫓았다. 건강하고 무식한 아내는 참다 못해 남편을 버리고 딴남자에게 두 변이나 시집을 갔다. 그럴 때면 이세종은 아내가 쓰던 세간을 사람을 시켜 지게에 옮겨다 주고 아내에게는 하나님을 잊어버리지 말라고 아무 때든지 회개하고 돌아오라고 간곡히 타일러 주었다.
그리고는 때때로 아내 집에 심방을 갔다. 어던 때는 아내의 새 남편 전처의 어린애들에게 주려고 사탕을 사 가지고 찾아갔다. 아내는 이세종에게 찾아오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그래도 또 찾아가면 아내는 구정물을 바가지로 떠서 이세종에게 물벼락을 뒤집어 씌우면서 오지 말라는데 왜 자꾸 오느냐고 대들었다.
이세종은 구정물 세례를 받으면서도 부인을 향해“ 예, 하나님을 잊지 마시오. 살다 살다 못살겠으면 또 나를 찾아오시오!” 하고 간곡히 권면하였다. 이세종은 참으로 호세아를 닮은 사랑의 성자였다. 그는 초목을 사랑하고 짐승들과 벌레도 사랑하고 개미와 지렁이 그리고 지네와 독사까지 사랑했다. 사랑의 선지자 호세아가 음녀로 타락한 아내 고멜을 찾아가 타이르듯이 이세종도 능주로 시집간 아내의 집을 또 찾아 다녔다. 이세종은 참으로 한국판 호세아였다.
부인 문순희는 그 후부터는 마음을 고치고 남편의 감화로 변해갔다. 말년에 이세종이 세상을 버리고 깊은 산 속에 숨어 살 때에도 부인은 끝까지 떠나지 않고 따라다녔고, 그녀도 남편처럼 거지꼴로 살았다. 그녀는 이세종이 세상 떠난 뒤에도 그 자리에 a를 쓰고 남편의 무덤을 삼년 동안 지키면서 혼자 살았다. 다시 돌아온 그녀의 말년은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고독했으나 꾸준히 지난 날을 참회하면서 이세종의 가르침대로 살았다. “나는 세상에 와서 그렇게 잘 믿는 남편을 만나 행복자이다.” 하면서 감사했다. “내가 예수를 안 믿었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하면서 자기 같은 어자가 좋은 남편 만난 덕에 예수 믿고 구원 얻은 것을 감사하였다.

이세종이 세상 떠난 뒤에도 부인은 수십 년 더 살면서 77세에 임종할 때까지 남의 폐를 끼치지 않고 혼자서 손수 농사지으며 살아갔다. 이세종의 길은 사랑의 길이었다. 그의 신비적 사랑은 끝없이 열려진 사랑, 무차별의 사랑으로 나타났다. 그의 무차별 사랑의 무제약성은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고 사랑하는 삶으로 나타나 고멜과 같은 아내를 완전히 변화시키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