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 수목원

2010. 5. 5. 22:26카테고리 없음

야생화 가득한 서울근교 수목원
앵초 얼레지 족두리풀 괭이눈 … 정겨운 이름에 향기 풀풀

진달래에 이어 벚꽃마저 졌지만 산과 들은 야생화로 새로운 향연을 벌인다. 앵초 얼레지 족두리풀 괭이눈 붓꽃 종지나물 홀아비바람꽃 현호색….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느낌을 주는 야생화가 지금 지천으로 피어나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장미나 튤립은 화사하지만 너무 강한 색상 때문에 깊은 맛은 덜하다.

대조적으로 야생화는 작고 앙증맞더라도 뜯어볼수록 끌어당기는 게 있다. 마치 아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게다가 아무렇게나 피고 지는 것 같은 야생화에 숨겨진 사연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 빠져들게 된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비담이 공주 덕만을 팔아넘기면서까지 구한 귀한 약재 세신이 지금 산에 널려 있다면, 또 야생화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나온다면 믿을 수 있을까 등등….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서울 근교의 수목원을 찾아보라. 온갖 꽃들로 치장한 그림 같은 정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거닐기만 해도 행복이 솟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학교에선 배울 수 없는 식물에 대한 산지식을 얻는 것은 덤이다.

그림 같은 경관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아침고요수목원의 하늘정원
아침고요수목원은 잣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해발 879m의 축령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갖고 있다.

수목원을 세운 한상경 교수가 단지 식물을 모아놓은 장소가 아닌 한국의 미를 최대한 반영한 정원을 가꾸려고 나서서인지 첫 눈에 ‘아름답다’는 느낌을 준다. 그만큼 꽃나무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10만여 평에 달하는 이 수목원은 고향집정원이나 허브정원 능수정원 분재정원 등 20여개의 정원과 산책로로 구성돼 있다.

수목원에 들어가면 우선 오른쪽으로 정겨운 고향 마을을 연상케 하는 ‘고향집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고향 테마에 맞게 나무들도 진달래나 벚나무 조팝나무 목련 등이 늘어서 있고 화단엔 수국이나 봉숭아 채송화 등이 자라고 있다.

그 뒤 허브정원엔 라벤더나 보리지 로즈마리 등 50여종의 허브가 철 따라 다른 꽃을 보여준다. 이곳에선 직접 허브를 만져보고 향을 느낄 수도 있다.

고향집정원 뒤 가파른 언덕엔 지금 철쭉과 꽃잔디가 한창이다. 이곳은 무궁화동산인데 여름엔 갖가지 무궁화가 흐드러지게 핀다.

아침고요수목원의 달빛정원
고향집에서 아침계곡을 건너면 분재정원. 수목원 초창기부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곳으로 소나무나 향나무 소사나무 단풍나무 모과나무 등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종류의 분재들이 수백 년 세월을 담아서 보여주고 있다.

분재정원 뒤로는 두 개의 작은 연못과 시내가 있는 야생화정원이 펼쳐져 있다. 이곳 역시 수목원의 핵심 가운데 한 곳인데 축령산에서 자생하는 종은 물론이고 백두산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화도 갖추고 있다. 물싸리나 바위구절초 구름국화 난쟁이패랭이 두메양귀비 등이 철 따라 갖은 색의 꽃을 보여준다.

야생화정원에서 침엽수정원과 하늘길을 지나면 하늘정원 달빛정원으로 길이 이어진다. 침엽수정원 옆엔 미니어춰 기차가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그 뒤로 하늘정원과 달빛정원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하늘정원에서 수목원의 왼쪽 끝으로 이어지는 아침고요산책길은 잣나무숲속을 걷는 운치 있는 길. 산책로 주변에 자생하는 원추리나 벌개미취 등이 철따라 어여쁜 꽃길을 만든다. 아침고요수목원은 5월 30일까지 방문해 찍은 사진이나 방문 수기를 5월 31일까지 아침고요 블로그에 올리면 수목원 내 한국정원 전통가옥(기와집)에서 가족이 함께 1박2일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는 특권을 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또 어린이를 포함한 4인 가족이 5월 31일 오후 5:00까지 아침고요 블로그 ‘메모’란에 방문수기를 작성하고 7월 17일부터 8월 15일 사이에 날짜를 선정해 신청하면 60가족을 뽑아 1박2일 동안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여름 전통가옥체험’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이밖에 5월 30일까지 매일 30쌍의 커플에게 소원나무에 소원 명패를 달고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게 하는 ‘명패달기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야생화의 보고 용인 한택식물원

용인시 동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한택식물원은 민간에서 운영 중인 국내 최대 규모의 야생화 정원이다. 동원과 서원을 합해 20여만 평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동원만 공개하고 있고 서원은 서식지외 보전지역과 연구 재배지역으로 활용중이다.

동원에는 가든 센터를 중심으로 사계정원과 허브 & 식충식물원 어린이정원 아이리스원 원추리원 자연생태원 비봉산 생태식물원 등 35개 테마정원에서 9700여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각 테마정원은 언제 가도 새로운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시기와 테마별로 꽃피는 시기가 차이가 나도록 구성돼 있는데 5월 15일까지는 모란이나 작약과 아이리스가 만발하고, 5월 16일부터 30일까지는 암석원과 수생식물원 숙근초원 등이 꽃동산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한택식물원이 자랑하는 것은 역시 야생화다. 입구를 들어서자마나 나무그늘 밑에 분홍색 앵초와 노란색 피나물이 화사한 색으로 탐방객을 반긴다. 피나물은 ‘나물’이란 말이 붙었지만 독이 있다고 한다.

길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속속 얼굴을 내민다. 그 가운데는 곰취나 명이나물 등 먹을 수 있는 것도 보인다.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는 복수초는 벌써 열매를 달고 있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노랑제비꽃이나 보호종인 노랑무늬 붓꽃도 작지만 귀여운 꽃잎을 열고 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자연생태원은 손을 대지 않은 것 같은 산비탈에 매발톱꽃이나 노루귀 앵초 얼레지 홀아비꽃대 등 갖가지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 주변엔 깽깽이풀이나 금랑화 매미꽃 등이 피어났다.

그 뒤로는 한택식물원의 뒷산인 비봉산 생태식물원이 이어지는데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야생화를 보면서 오르는 계곡 길은 아기자기한 반면에 전망대에서 호주온실 쪽으로 내려오는 능선 길은 시야가 확 트인 데다 화사한 꽃이 가득해 더 밝은 느낌을 준다. 전망대 바로 밑 암석원엔 크고 작은 바위들 사이로 고산식물들이 경쟁하듯 얼굴을 내밀고 있다. 바로 밑 숙근초원엔 갖가지 모양과 색의 단풍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그 밑에 자생식물들이 가득하다.

호주온실에선 바오밥나무나 호주사막의 대표적 식물인 그래스트리와 달콤한 꿀이 흐르는 호주매화 등이 눈길을 끈다. 호주온실 주위엔 작약과 모란이 한껏 자라나고 있으며 히야신스나 양귀비(오리엔탈 퍼피) 등이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든센터에서 길을 건너 서쪽으로 가면 논 가운데 수생식물원이 펼쳐져 있다. 이곳엔 연이나 수련 아이리스 등 200여종의 수생식물들이 한창 봄치장을 하고 있다.

수생식물원 뒤 야산은 서원.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지만 희귀식물원 만큼은 탐방객을 맞고 있다. 올해는 UN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인 만큼 이곳을 찾아 교과서엔 거의 나오지 않는 식물들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한택식물원에선 5월 23일까지 봄꽃 페스티발과 후지라인 동호회의 봄 사진전이 열린다.

이와는 별도로 다양한 가족생태체험 프로그램도 열리는데 5월 8일부터 16일까지 우리 고유의 산채를 배우며 시식하는 ‘우리 산나물 여행’이, 5월 22일부터 30일까지 ‘아시나요, 멸종위기식물’이, 6월 12~20일엔 ‘창포향기 가득한 단오맞이’ 등이 예정돼 있다.

원시림을 만나는 곳 광릉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 수생식물원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원시의 느낌을 주는 숲을 보존하고 있어 그 안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수목원 넓이만 해도 30여만 평에 달한다.

이곳엔 모두 3344종의 식물이 있다고 하는데 수생식물원이나 식·약용식물원 관목원 덩굴식물원 외국수목보존원 고산식물원, 난대식물원 등 15개의 전문수목원으로 구분돼 있다. 그러나 식·약용식물원이나 외국수목보존원 고산식물원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관심을 끄는 곳은 습지 식물원. 습지란 물속이 아니라 물이 흐르다 고여서 형성된 물기를 품은 땅을 말한다. 그만큼 물을 좋아하는 식물들이 많은데 머위나 부처꽃 붓꽃 각시원추리 등 212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나무들 가운데 특히 꽃이 아름다운 것들만 모아 심은 화목원은 기분전환을 하기에도 그만인 곳이다. 조팝나무나 명자 매화 모란 작약 목련 등 화사한 꽃을 가진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풀어진다.

덩굴식물원엔 다른 나무나 물건 등을 감고 올라가는 식물을 모아놨는데 다래나 머루 으름 인동 오미자 등 이름이 낯설지 않은 것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국립수목원 육림호
국립수목원은 시각장애인도 식물의 다양함을 느낄 수 있도록 손으로 보는 식물원도 갖춰놓고 있다. 이곳엔 향기가 나거나, 잎과 줄기 등이 특별해 감촉으로 구분하기 쉬운 식물들을 모아 놓았는데 줄기가 화살과 같은 화살나무와 줄기나 잎을 문지르면 생강냄새가 나는 생강나무, 잎사귀에서 노린내가 나는 누리장나무, 잎이 따가운 노간주나무, 가지가 매우 쓴 소태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여유 있는 관람과 수목 보호를 위해 국립수목원은 입장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하루 5000명, 토요일에는 3000명까지 예약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홈페이지(www.kna.go.kr)를 방문하거나 전화(031-540-2000)로 예약하면 된다.

입장은 까다롭지만 자동해설기로 숲 해설을 받을 수 있어 숲을 제대로 이해하기에 좋다. 방문자 센터에서 자동해설기를 빌릴 수 있다.

이곳에선 또 식물과 관련해 궁금한 것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는데 식물클리닉센터에 전화하거나 인터넷으로 접속해 문의하면 된다. 5월 20일부터 5주 동안 매주 목요일에 ‘식물관리 및 원예교실’ 프로그램도 개설돼 생활원예에 대한 일반 상식과 지식을 배울 수 있는데 이용하려면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주차료는 하루 대형 5000원 소형 3000원이다. 일요일과 월요일, 1월1일·설·추석연휴는 쉰다.

의정부에서 축석고개를 넘어 가거나 퇴계원에서 광릉으로 가면 된다. 서울서 시내버스로 진접까지 간 뒤 광릉내행 21번 버스를 갈아타도 된다. (031)540-2000

전철타고 가는 물향기수목원

경기도가 운영하는 수목원으로 아주 젊은 편이다. 지난 2006년 5월에 문을 열었다.

그렇다고 나무가 아직 자라지 않았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경기도임업시험장 내에 개설됐기 때문에 나무는 울창한 편. 여름이나 가을 풍치가 더 좋다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수목원은 약 10만평에 달하는데 소나무원이나 단풍나무원 유실수원 미로원 토피어리원 중부지역자생원 분재원 수생식물원 습지생태원 등 20개 주제원에 1678종의 자생식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수목원이라고 하지만 야생화도 많은데 요즘 현호색이나 할미꽃 피나물 등이 한창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목원이 있는 오산시 수청동은 이름 그대로 맑은 물이 많이 나오는 곳. 동네 특성을 감안해 수생식물원과 습지생태원 등을 두고 있는데 특히 자연습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개구리나 두꺼비가 서식하는 것을 물론이고 왜가리나 청둥오리도 찾아온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정원은 대형주차장 옆 미로원과 토피어리원. 미로원은 키 큰 향나무 등으로 출구를 쉽게 찾을 수 없도록 설계해 아이들의 흥미를 끌고 있으며 토피어리원은 향나무로 거북이나 공작 공룡 등 각종 동물 모양을 만들어 놨다.

또 향토예술나무원엔 김소월과 이육사 홍난파 등 문인이나 예술가의 작품과 노래 속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고 곤충생태원엔 나비나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물방개 등 곤충들의 변천과정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해 아이들 교육에도 이용할 수 잇다.

지난 해 5월 문을 연 물방울 온실은 동남아의 아열대우림을 기본 콘셉트로 삼았다. 물방울 모양의 유리온실에 열대 과수나 난, 비로야자, 부겐벨리아, 파파야 등 희귀한 열대식물 337종이 가득 들어섰다.

기능성식물원이나 중부지역자생원도 들려볼만한 곳. 기능성식물원엔 유용한 기능을 가진 식물들을 모아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를 알려주며 중부지역자생원엔 경기지방을 중심으로 중부지역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토박이 농부가 일군 율봄식물원

최후범 원장은 “농업을 예술적 시각에서 가꾸고 작품으로 만든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정크아트 농업예술 테마 농원”이라고 율봄식물원을 소개한다. 그런 만큼 야생화와 농작물이 이곳의 주테마라고 할 수 있다.

농고 동창인 최 원장 부부는 90년대 중반부터 이 일대를 개간해 식물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2만여 평에 달하는 식물원엔 1000여종의 야생화가 철마다 피어 언제가도 고운 자태를 뽐낸다. 특히 최고 수준의 분재 300여점을 모아놓은 분재공원이나 폐자원을 활용한 정크아트 미술작품관, 전래동화를 주제로 농원을 꾸민 동화마을과 이끼원 등도 볼거리다.

식물원에 들어서면 우선 율봄정원의 수많은 야생화가 탐방객을 맞는다. 잘 정돈된 정원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 돌다보면 야생화가 수놓고 있는 정크아트 미술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시내를 건너면 분재정원이 나오는데 50년에서 최고 600여년 된 백송과 주목 소사나무 회양목 등의 분재가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분재원 뒤로 올라서면 야생화 재배단지와 농사체험장이 있는데 가을엔 고구마 캐기와 포도따기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수목원은 검단산 남쪽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주변경관이 좋은데 산책로를 따라 밤나무와 참나무 잣나무 느티나무 숲을 거닐며 삼림욕을 하는 것도 그만이다.

수목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시냇물이 깨끗하므로 날씨가 좋으면 잠시 발을 담그고 노는 재미도 쏠쏠하다. 돌탑이 있는 놀이마당엔 잔디가 깔려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좋다.

장승마을엔 다양한 모양의 장승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마치 마을 사람들이 대화를 즐기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한편 이곳엔 도예공방이나 비누 염색 양초공방 등이 있어 도자기나 천연허브비누를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손수건이나 티셔츠에 천연염색하기, 소품분재 만들기 야생화 심기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야생화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나무나 꽃들도 따가운 햇볕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나온다면 믿을 수 있을까.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비담이 찾아 헤매던 세신이 야산에 널려있는 족두리풀 뿌리란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름도 잘 모르는데다 크기가 작아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야생화지만 이런 내용을 알고 관찰하면 더 친근하게 다가올 뿐 아니라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산속 나무그늘에서 자라는 족두리풀은 꽃 모양이 족두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족두리풀의 뿌리를 말린 것을 세신(細辛)이라고 하는데 뿌리가 가늘고 몹시 매운 맛이 난다.

선덕여왕에서 비담의 스승 문노는 역병이 돌자 환자들을 치료하려고 세신을 구해오라 했는데 그만큼 항균작용이 강한 성분을 함유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족두리풀의 꽃은 어떻게 생겼을까. 잎을 보고 족두리풀을 찾아내더라도 서서 보면 꽃은 보이지 않는다. 겸손하게 허리를 굽히고 몸을 최대한 낮춰 잎사귀 그늘을 들여다보아야 보라색 꽃이 모습을 드러낸다. 잎사귀는 위에 있고 꽃은 땅에 붙어 피는데 화려한 꽃 대신 냄새로 야행성 곤충을 유인해 수정한다는 것.

잎이 꽃처럼 보이는 식물도 많다. 선괭이눈은 꽃이 고양이 눈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꽃이 너무 작기에 잎이 꽃처럼 노란색을 띄고 곤충을 유인한다는 것. 오리엔탈리스 헬레보루스는 잎이 아예 꽃처럼 보인다. 아주 작은 꽃잎이 그 안에 숨어 있는데 추위를 견디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수도권 산야의 약간 습한 곳엔 지천으로 널린 앵초가 요즘 한창 예쁘고 귀여운 꽃을 자랑하고 있다. 8~9월에 캐 말린 뿌리를 다려 마시면 감기나 기관지염 가래 류머티즘 요산성 관절염 등에 좋다고 한다. 앵초 꽃은 차로 마시면 기침이나 천식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산야채 중엔 먹을 수 있는 것도 많은데 요즘 곰취나 고비 등이 한창이다. 그런데 비슷하게 생긴 맹독성 식물도 많으므로 나물을 뜯으려면 수목원을 찾아 제대로 배우는 게 좋을 듯.

향과 맛이 일품인 곰취는 독초 가운데 하나인 동의나물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곰취는 털이 많고 동의나물은 매끄럽다. 울릉도에서 많이 나는 명이나물(산마늘)은 독초 가운데도 독이 강한 박새나 여로와 비슷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편 어린잎이나 줄기가 나올 때 붉은 색을 띠다가 차츰 녹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어린잎이나 줄기가 갑자기 자외선에 노출되면 화상을 입기 때문에 줄기에서 당분을 많이 올려 보내 ‘안토시안’이란 자외선 차단제를 만들어 붉은 색으로 보인다는 것.

이처럼 야생화는 다양한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26호(10.05.1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