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읽는 코드, 패러독스>안드레아스 바그너 지음, 김상우 옮김/와이즈북·1만9000원 |
<생명을 읽는 코드, 패러독스>
안드레아스 바그너 지음, 김상우 옮김/와이즈북·1만9000원
자아와 타자는 별개 존재인 동시에공생적 운명사슬 묶인 역설적 관계
생명은 이 둘의 협력과 배척의 결과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이타주의는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인가? 유기체가 서로 돕고, 심지어 유전적 관련이 없는 다른 유기체까지 돕는 목적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 곧 이타주의를 가장한 이기주의일까? 이기적 유전자가 유기체의 이타적 행동을 유발한다는 이기적 유전자론은 유전적으로 가까울수록 더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인간이나 다수 곤충들 행동의 근거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자기보다 몇 배나 큰 공격자에게 달려드는 흰개미, 자신의 몸을 폭파해서 적의 침입을 막는 아교수류탄 개미, 엉덩이 8자 춤으로 꿀 정보를 전달하는 벌 등의 세계는 경이롭다. 하지만 유전자들은 세대를 거듭하는 동안 중첩된 복제오류 탓에 본래 유전자의 ‘자아’ 개념이 모호해진다. 또 유기체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들이 수천 개나 되는데다 세대교체 때마다 뒤섞이므로 이기적 유전자론만으로 이타주의를 설명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 진화생물학·환경학연구소 교수 안드레아스 바그너(사진)는 그의 책 <생명을 읽는 코드, 패러독스>의 2장 ‘자아와 타자의 패러독스’에서 유전적 연관성까지 뛰어넘는 유기체들의 이타적 행동을 공생적인 ‘운명의 사슬’로 설명한다. 자아와 타자는 별개의 존재지만 서로 결합된 존재라고 보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를 ‘죄수의 딜레마’ 개념으로 설명한다. “장기적인 관계에서 자아와 타자는 서로 배신하지 않고 협력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타자를 돕는 행동일 뿐일지라도 서로 보복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키는 최악의 비극을 막는 길이다.” 자아와 타자는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공동운명체적 상호관계를 중시하는 “네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마라”(탈무드)와 같은 경구들이 최고의 가치가 된다. 하지만 동시에 지은이는 자아와 타자가 분리된 존재임을 강조한다. 바로 이 대목, 곧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이되 엄연히 다른 이런 역설적·모순적 관계는 자아와 타자뿐만 아니라 부분과 전체, 물질과 정신(의미), 안전과 위험, 창조와 파괴, 삶과 죽음 등 이 책이 다루는 주제어들 사이에서도 모두 관철된다. 민주주의 자체에 스스로를 파괴할 씨앗을 품고 있는 민주주의의 역설, 자유를 포기할 자유도 포함하는 자유의 역설도 마찬가지다. 자살세포와 눈을 만드는 신경관 세포, 일정 수가 돼야 막을 형성하고 병원체로 기능하는 박테리아 등의 미시세계. 책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세계와 자연의 이런 경이를 역설(패러독스)이라는 개념을 도구 삼아 풀어간다.
스위스 취리히대학 진화생물학·환경학연구소 교수 안드레아스 바그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