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스피드’… 세계의 철도 역사를 새롭게 써나간다

2014. 10. 12. 02:54경영과 경제

세상 속으로]‘차이나 스피드’… 세계의 철도 역사를 새롭게 써나간다

베이징 | 오관철 특파원 okc@kyunghyang.com
ㆍ대륙 관통 철로, 지구촌 고속철 총 길이의 절반

1860년대 중국의 많은 노동자들은 빈곤과 기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대륙횡단 철도 공사장에서 일했다. 이들은 현지인이 외면하는 험난한 로키산맥과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뚫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침목 하나를 놓을 때마다 중국인 노동자 한 명이 죽어나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명을 담보로 한 공사였다. 당시 숨진 노동자만 3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쿨리(Coolie)라고 불렸는데 고된 일이란 뜻의 중국어 쿠리(苦力)에서 나온 말이었다.

150년가량 지난 지금 중국 노동자들은 자국의 고속철 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도 란저우(蘭州)~우루무치(烏魯木齊) 고속철 구간에서는 중국 근로자들이 해발 3000~4000m에 있는 고속철 터널에서 안전 검사 작업에 몰두했다. 신화통신은 이들을 “중국 고속철의 선봉”이라고 불렀다. 란저우~우루무치 고속철은 길이 1776㎞ 구간에서 시속 250㎞ 이상으로 달리도록 설계됐다. 고산지대와 사막지대를 지나야 하는 난공사지만 약 4년반 만인 지난 6월 초 공사가 마무리됐고, 연말 정식 운행을 목표로 막바지 점검 작업이 진행 중이다. 란저우에서 쉬저우(徐州)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이 완성되면 대륙을 동서로 관통하는 3176㎞의 고속철로가 탄생한다. 뿐만 아니라 우루무치에서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란~터키~불가리아까지 연결하려는 야망도 내비치고 있다.

왕멍루(王夢恕) 중국 공정원 원사는 지난 5월 경화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고속철을 통해 미국과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동북부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베링해협 해저터널을 통해 알래스카로, 알래스카에서 캐나다로, 캐나다에서 미국까지 향하는 고속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니고 20년 이상 걸릴 수 있는 프로젝트지만 중국이 고속철 굴기를 통해 세계 철도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고속철 총연장은 1만1028㎞로 세계 고속철의 약 50%를 차지한다. 중국은 1997년부터 철도속도 제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7년간의 이 프로젝트를 시행할 당시 최고 속도는 시속 140㎞ 수준이었다. 이어 2004년 선진국 고속열차를 구입키로 결정하면서 고속철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외국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중국은 2007년 시속 240㎞를 기록하면서 국제 공인 고속철도 보유국으로 등장했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2008년 8월 베이징(北京)~톈진(天津) 구간이 개통되면서 고속철 시대에 진입했다. 이어 2009년 12월 우한(武漢)~광저우(廣州) 노선이, 2011년 6월 베이징~상하이(上海) 고속철이 줄줄이 개통했다.

중국의 고속열차 G801호가 2012년 12월26일 베이징서역(北京西站)에서 남부 광둥성의 광저우로 출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개통된 베이징~광저우 구간은 길이 2298㎞로 세계 최장의 고속철 노선이다. | 신화 자료사진


■ 8000㎞ 길이 고속철로 6년이면 완성

중국 정부의 고속철 구상은 동서 4개와 남북 4개 노선을 잇는 사종사횡망(四縱四橫網)이 주축이다.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4개씩의 종·횡단 노선을 말한다. 현재 상하이~쿤밍(昆明) 횡축 구간을 제외한 7개의 종축과 횡축 구간이 대부분 개통돼 본격적인 고속철 시대에 접어들었다. 내년에는 광저우~선전~홍콩선이 개통돼 베이징~홍콩의 노선도 완성될 예정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대륙에 1만6000㎞의 고속철을 깔게 되며 4종4횡을 골간으로 추가로 건설되는 고속철도 잇따르고 있다.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에서는 8000㎞ 길이의 고속철로를 6년이면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고속철 건설에서 ‘차이나 스피드’란 말이 회자될 정도다.

고속철은 중국처럼 인구가 많고 넓은 나라에서 효과가 더욱 크다. 경제성장과 도시화, 인적 교류 확대를 통한 사회통합 등 일석다조(一石多鳥)다. 특히 내륙과 서부를 고속철로 연결해 지역별로 불규칙한 성장 속도를 고르게 맞추고 경제를 통합하려는 목표가 깔려 있다.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는 고속철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베이징~상하이 구간(1318㎞)은 운행시간이 4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 대신 고속철을 선택하고 있다. 고속철은 접근성이 편리하고 시간이 정확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여행거리가 800㎞ 이하의 경우에는 고속철이 항공편보다 우위에 있으며, 항공기의 지연 출발도 이보다 거리가 멀더라도 고속철을 선택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