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운하 공정

2015. 5. 25. 16:47건강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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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전세계 전략 요충지마다 새 운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자본을 투입하는 대신 장기 운영권을 획득, 에너지 및 상품 수송로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양과 대양을 연결하는 운하는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열쇠다. 새 운하가 열리면 지역의 판세는 뒤집어질 수 밖에 없다. 운하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됐다.

크라 운하 검토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곳은 아시아판 파나마 운하로 불리는 태국 크라 운하이다. 일부 중화권 매체가 중국과 태국이 말레이반도의 허리를 관통, 인도양과 태평양을 직접 연결하는 크라 운하 건설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은 중국과 태국 정부가 곧 바로 전혀 협의한 바 없다고 밝히며 일단 오보로 판명이 났지만 일각에선 사업 추진 타당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크라 운하 건설이 현실화할 경우 그 파급력은 적지 않다. 중동에서 출발한 유조선이 길고 좁은 900㎞의 말라카 해협을 경유하는 대신 말레이반도의 크라 운하를 통해 곧바로 남중국해로 진입할 수 있게 돼 운송로와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이 102㎞, 폭 400m의 크라 운하 건설을 상정할 경우 말라카해협을 거치는 것보다 뱃길은 1,200㎞, 시간은 5일이나 단축된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아직 그리 높지 않다. 우선 건설비가 무려 280억달러에 달한다. 몇 년에 한번 꼴로 쿠데타가 이어지고 있는 태국의 불안한 정세 등을 감안하면 태국 정부가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크라 운하 건설에 찬성하는 태국국민은 30%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반대 여론은 최소 40%를 넘는다. 환경 파괴 등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300여년의 꿈 실현까진 먼 길

사실 크라 운하는 17세기 후반 태국의 아유타야 왕조 당시부터 나온 구상이다. 19세기에는 영국이 관심을 가졌다가 포기했고, 1970년대에도 다시 추진됐다 무산됐다. 2004년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태국을 아시아의 에너지 무역 허브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부활됐다 또 표류하고 있다.

크라 운하가 건설될 경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된다. 현재 연간 8만척의 선박이 오가는 말라카 해협은 물동량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사실상 말라카 해협의 군사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도 크라 운하가 생길 경우 영향력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크라 운하 건설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인 중국도 투자에는 신중하다. 말라카해협을 경유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통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인 대목이나 태국의 정세가 불안해 위험도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크라 운하 건설보단 파키스탄에서 곧 바로 육로를 통해서 중동산 원유를 수송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보고 있다. 파키스탄 남서부의 과다르항과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카스(喀什)를 연결하는 송유관을 건설하면 1만5,000㎞의 원유 해상 수송로를 2,000여㎞의 육상 수송로로 단축시킬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파키스탄을 방문, 450억달러의 보따리를 푼 이유다.

니카라과 운하 중국 자본으로 착공

중국이 더 큰 관심을 갖고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니카라과 운하이다. 니카라과 정부는 지난해 7월 태평양 연안 브리토에서 시작해 니카라과 호수를 가로질러 대서양의 카리브해 연안 푼타 고르다까지 총 278㎞에 달하는 운하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공사를 맡은 곳은 왕징(王靖) 베이징신웨이(信威)통신산업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이다. HKND는 앞으로 5년간 500억달러를 투자, 운하를 완공한 뒤 2020년부터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운영권은 50년 더 연장될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민간 사업자가 이러한 막대한 투자를 하려면 정부 승인이 필수적이란 점에서 니카라과 운하는 사실상 중국 정부 사업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이 니카라과 운하 건설에 나선 것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운송로를 미국 영향력이 큰 파나마 운하에만 의존할 순 없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의 경우 전쟁, 특히 연안국이 교전국일 때도 통항의 자유를 저해해선 안 된다는 국제적 합의가 이뤄져 있지만 파나마 운하엔 이러한 보장이 안 돼 있다. 중국이 중남미로부터 수입하는 원자재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파나마 운하가 봉쇄되는 경우 중국의 원자재 안보는 크게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파나마 운하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다.

중국은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통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패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의 조차권을 확보하기 위해 파나마가 콜롬비아에서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당초 파나마 지역을 지배했던 콜롬비아가 미국에 조차권을 넘기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후 파나마에서도 파나마 운하의 경영권을 되찾아 와야만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미 정부는 1999년 이 운하를 파나마 정부에 이양했다.

중국은 니카라과 운하에 이어 파나마 운하에도 손을 뻗고 있다. 파나마 정부는 내년 파나마 운하 제3갑문 확장이 완공되면 곧 바로 제4갑문 건설을 시작할 것이며 이미 중국항만건설그룹 등이 관심을 표명, 자금 조달 등에 관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제4갑문은 컨테이너 2만4,000개를 실은 배를 수용할 수 있는 니카라과 운하와 같은 규모로 추진된다.

제2수에즈운하 중국 자본 참여할까

수에즈 운하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지중해)과 아시아(홍해)를 잇는 제2의 수에즈 운하 건설에 나선 이집트는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방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수에즈 운하 확장과 수에즈 경제무역지구 사업 등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 물동량이 늘면서 선박 대기 시간이 11시간이나 되자 지난해 8월 현 운하와 평행한 72㎞의 새 운하 건설 계획을 내 놨다. 문제는 최대 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이집트는 국내 여론 등을 감안, 최대한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조7,3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에게 이 돈은 큰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시 주석으로도 신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실크로드경제벨트와 21세기해상실크로드)의 실현을 위해선 이집트와 손을 잡는 것이 절실하다.

운하를 장악한 국가가 세계 지배

운하는 도시와 국가의 운명을 바꾼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이 대표적인 예다. 아프리카 남단의 케이프타운은 수에즈 운하가 건설되기 전 200여년 간 유럽에서 인도와 아시아로 가는 유일한 항로의 꼭지점에 위치, 무역항으로 크게 융성했다. 그러나 1869년 수에즈 운하가 뚫리며 점차 물동량이 줄어 지금은 관광지로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1895년 빌헬름 2세 황제에 의해 개통된 독일의 킬 운하도 북해와 발트해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덴마크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 전엔 두 바다를 오가기 위해서 덴마크를 경유해야 했지만 킬 운하로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개통한 후 영국과 공동 소유해 온 수에즈 운하는 1956년 이집트가 국영화를 선언함에 따라 2차 중동전쟁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수에즈 운하는 한반도 운명에 영향을 미친 적도 있다. 1904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한 데엔 러시아 함대가 영국의 봉쇄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없게 되자 아프리카 남단까지 우회, 결국 7개월여 만에 대한해협에 도착한 것이 주요 요인이 됐다.

중국의 운하 공정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에서 운하는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이다. 중국이 생산한 제품을 전 세계로 수출하고 중국이 필요한 각종 에너지와 원자재를 각국에서 수입하기 위해 더 안전하고 더 빠른 바다 지름길을 확보하는 건 중국의 국가적 과제다. 사실 중국은 운하 강국이다. 해양 운하는 아니지만 중국은 이미 수나라 때 지금의 항저우(杭州)와 베이징(北京)을 잇는 길이 1,800㎞의 대운하를 건설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운하다. 운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중국은 이제 운하를 통한 세계 경영을 꿈꾸고 있다. 역사는 운하를 장악하는 국가가 곧 세계를 지배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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