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30. 14:29ㆍ물류와 유통
"2020년 협의체 구성→2022년 시범운송사업→2023년 국제기구 출범 '로드맵' 제시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국이 제안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실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세미나가 4일 서울에서 처음 열렸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몽골, 러시아는 차관급이 정부 대표로 참석했고, 일본, 미국, 북한은 일정 등을 이유로 정부 대표를 보내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안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는 남·북한과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철도를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 및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해 평화·번영을 이루자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실현을 위해 지난해 유엔총회, 아셈정상회의, G20 정상회의와 올해 6월 오슬로포럼 등에서 설립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알려왔다.
이날 국제세미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대상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모여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을 비롯해 러시아 블라디미르 토카레프 교통부 차관, 몽골 바트볼드 산다크도르지 도로교통부 차관, 중국 옌허샹 국가철로국 총공정사 등 대상국 고위 관료가 참석해 축사했다.
일본 동북아경제연구소(ERINA), 중국 랴오닝(遼寧)대, 세계은행(WB),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등 각국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여했다.
김경욱 차관은 개회사를 통해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설립되고 국가 간 철도망이 완성되면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될 것"이라며 "각 국간 경제교류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정치, 문화, 안보 차원의 협력기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첫 번째 기조발제를 맡은 마사 로렌스 세계은행 철도솔루션팀장은 과거 세계 철도 협력 사업 사례를 들며 "철도 협력은 지역통합을 이루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이 지역 경제발전 및 평화체제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며 세계은행도 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기조발제에 나선 김강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KDI 연구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수립과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김 위원은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관련 7개국의 GDP는 39조6천억달러로 세계 전체 GDP의 약 50% 규모이며 인구는 21억1천만명으로 세계인구의 27.4%에 해당한다"며 "동아시아 철도망 구축을 통해 인프라 투자 및 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면 공동번영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4개 철도노선 사업과 30개 철도연계 경제협력 사업을 제시했다.
4개 사업은 ▲ 서울∼평양∼선양∼울란바트로∼울란우데 ▲ 서울∼평양∼선양∼하얼빈∼치타 ▲ 서울∼원산∼나진∼하산∼하바롭스크 ▲ 부산∼강릉∼원산∼나진∼히바롭스크 노선이다.
기존 선로를 고려해 가장 경제적이고 실현 가능한 노선을 추렸다는 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김 위원은 아울러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실현 로드맵도 제시했다.
내년까지 참여국 정부 차원의 양자·다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2022년 시범운송사업 추진 등을 통해 실질적 효과 검증한 뒤 2023년 말까지 국제기구를 출범시키는 방안이다.
김 위원은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실현되면 중국의 일대일로 경제개발 전략이나 러시아의 극동개발 프로젝트, 몽골의 자원 수출 확대, 일본의 유럽 운송노선 다변화 및 미국의 투자 이익 등이 예상된다"며 "동아시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하고 지역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각국 전문가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장둥밍 랴오닝대 동북아연구원장은 한반도의 철도를 허리가 끊긴 것과 같은 마비상태에 비유한 뒤 "이런 상태에서는 한반도나 동북아 경제발전과 번영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2007년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시작됐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공식 개통되지는 못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을 이 공동체에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라며 "이 기구의 사무국을 평양에 둔다면 대표성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아라이 히로후미 동북아경제연구소 연구분과장은 "대륙 간 수송의 패러다임이 15세기 이후 해운에서 21세기는 철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남북과 중국의 철도가 연결된다면 해운 노선보다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며 일본 기업도 한반도-중국을 잇는 연결철도를 사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실현에 가장 중요한 것은 7개국의 정치적 합의와 북한 철도 현대화와 남북철도 연결"이라고 강조했다.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