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命의 詩> 김홍섭 시인
풀을 자른다 나무를 자른다 돌을 깎는다 젊음을 깎는다 시간을 자른다 한없이 잘리워진 나의 팔 나의 다리 나의 머리칼 깊숙이 스며드는 통증 속으로 난도질당한 나의 육신 뽑히는 나의 머리칼 붉어지는 나의 살갗 풀이 쌓인다 나무가 쌓인다 돌이 쌓인다 팔이 쌓인다 젊음이 쌓인다 시간이 쌓인다 풀이 썩는다 나무가 썩는다 돌이 썩는다 팔이 썩는다 젊음이 썩는다 시간이 썩는다 풀잎 위에 나무 위에 돌 위에 팔 위에 머리칼 위에 젊음 위에 시간 위에 햇살이 쌓인다 폐허 위에 가을이 덮힌다 바람만 불어오는 거친 황야를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너의 젊음 위에 만상이 잠든 고요를 작은 울음 하나로 밤을 지키는 풀벌레의 울음으로 채워온 나의 시간 위에 햇살이 내린다 햇살이 쌓인다 난자된 想念의 焦土위에 들꽃이 핀다 이제 어디서..
2023.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