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총재... "상황 호전되면 교류협력 재개"

2006. 10. 12. 14:36정치와 사회

"총리의 '햇볕정책 실패' 발언이
국민을 굉장히 불안하게 만든다"
[인터뷰]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상황 호전되면 교류협력 재개"
텍스트만보기   장윤선·김정훈(sunnijang) 기자   
만든이 : 김정훈 기자
방송일 : 2006.10.11
방송시간 : 3분 1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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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적십자사 총재(전 통일부 장관)는 한명숙 총리의 포용정책이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발언을 두고 그 처신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했다.

"북한의 군부가 햇볕정책이 무서워 핵실험했겠나. 그들이 두려워하는 건 미국의 선제공격이다. 대통령과 총리는 왜 그런 걸 똑똑히 지적 못하나. 국무총리가 국회에 가서 햇볕정책이 북 핵실험 막는데 실패했다고 자인한 것, 그 자체가 국민을 굉장히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11일 서울 남산 집무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실험 사태를 풀어 가는 정부 태도에 대한 불만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핵실험 이후, 한 총재가 정부를 직접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무총리가 어떻게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대북 포용정책이 북 핵실험을 막는데 실패했다고 자인할 수 있느냐고 질타한 것이다. 전술 차원에서 변화할 게 있는지 검토해볼 수는 있으나, 원칙과 전략은 오히려 더 확고한 신념으로 세워야 마땅한 게 아니냐고 한 총재는 반문했다.

북한 당국의 이번 핵실험 선택은 사려 깊지 못한 결정으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한 한 총재는 "적십자 총재로서 일시적 대북 인도적 지원 중단은 마음 불편한 일이지만, 이해는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총재는 "적십자정신은 상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인도주의와 교류협력은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 정신에 비춰볼 때 상황이 조금 호전되면 바로 인도주의와 교류협력은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11일 서울 남산 집무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실험 사태를 풀어 가는 정부 태도에 대한 불만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대통령과 총리는 왜 전쟁반대 강조하지 않나"

북한 핵실험에 무력 제제가 필요하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수일 내에 수백만명이 죽는다"며 "분단 60년, 일제 36년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가 꽃피운 문화적 역량과 정치적 참여민주주의 등 소중한 자산을 하루아침에 날리려 하느냐"고 개탄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절대로 군사적 선택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유엔헌장 제7조 무력 제제 항목을 넣어 대북 제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본과 미국의 주장이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한 총재는 '민족공조의 총체성과 지속성'을 강조하면서 "북한 당국이 이번 핵실험 20분 전에 중국에 미리 통보했듯 북한 당국은 서울에 이를 미리 알려주는 논의를 했어야 했다"며 "북한은 입만 열면 민족공조를 강조하는데, 핵 문제처럼 중요한 것일수록 남쪽과 의논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특히 한 총재는 "대통령과 총리는 한반도 전쟁 발발은 절대 안 된다는 점을 왜 강조하지 않는지 아쉽게 생각한다"며 "극단적 보수주의자도 전쟁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전면 재검토 주장에 대해 한 총재는 '94년 클린턴 행정부의 연변 핵시설 정밀 폭격'에 따른 한반도 전쟁 위협을 상기해봐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당시 대북 특사로 활약했던 카터 전 대통령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또 다른 전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다음은 한완상 총재와의 일문 일답이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 일본발로 북한 2차 핵실험설이 또 나왔다. 아베 신조 총리가 포착된 징후가 없다고 공식 발표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몇 차례 핵실험을 더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핵실험 사태를 어떻게 보나.
"2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이 순간까지는 근거 없는 보도 같다. 다만, 국제사회가 북한 핵실험에 대해 계속 의혹을 제기한다면 북한은 그것을 해명하기 위해서라도 2차 핵실험을 하고싶은 유혹에 빠질 것이다.

파키스탄도 부분적으로 실패했던 것을 성공적인 핵실험으로 만들기 위해 2차, 3차의 핵실험을 했다. 그런 면에서 2차, 3차 핵실험이 계속될 것이라는 데에 대한 개연성을 염려한다.

북한의 강경 군부가 핵실험 결정을 내린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비록 미국 행정부 안에 신보수주의 노선을 걷는 대북 라인에게 강경책을 쓴다는 일환으로 핵실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한국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북한 당국의 이번 핵실험 선택은 사려 깊은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적십자사는 일시적 대북 지원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우선 강조하고 싶은 바는 이번 조치는 잠정적이고 일시적인 중단을 정부가 발표한 것이라는 점이다. 적십자 총재로서 마음은 불편하지만 이해는 한다. 상황이 호전되면 인도주의와 교류협력은 재개돼야 한다.

상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인도주의와 교류협력은 강화돼야 한다. 이게 바로 적십자 정신이다. 적십자 정신은 전쟁이 치열할수록 인도주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다.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인도주의와 교류협력은 중단될 수 없다."

"북한은 입만 열면 민족공조 강조... 정작 핵문제 왜 협의 안 하나"

- 대북 수해물자 지원 품목의 선적도 중단된 상태인데….
"시멘트는 핵실험과 연관되는 민감한 품목이다. 그런 걸 일시 중단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이재민들을 위한 다리 짓기와 집 복구를 위한 시멘트는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한 마당에 시멘트처럼 민감한 품목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 품목에 대한 지원 중단은 이해한다. 그러나, 인도주의 지원은 계속되는 게 정당하다고 본다."

- 이번 핵실험으로 남북관계는 또다시 경색국면에 빠지게 됐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고 보나.
"남북관계 교착은 북미간 첨예한 대립으로 발생된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이 지금 현재 가장 두려워하는 게 무엇이겠나. 미국 행정부의 공격 아니겠는가.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북한에 대해 공격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북한이 믿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을 주목할 때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미관계에 진전 있으면 남북관계 진전은 쉬워진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를 어떻게 호전시킬 것인가와 연관돼 있다. 북한 당국은 늘 말로는 민족공조를 말하지만 핵 문제가 나오면 민족공조를 포기한다. 미국과 직접 상대를 해서 핵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북한 당국이 이번 핵실험 20분전에 중국에 미리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 당국은 마땅히 서울에도 미리 알려주고 논의를 했어야 했다. 이 점에서 민족공조의 총체성을 강조하고 싶다. 북한은 입만 열면 민족공조를 강조하는데, 핵 문제처럼 중요한 것일수록 남쪽과 의논해야 한다."

-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군사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지역차이를 막론하고, 우리 민족이라면 마땅히 공감하고 실천해야 할 것은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식민지 36년, 분단 60년, 열전·냉전 합쳐 60년, 악조건 속에서 12대 경제 강대국이 됐다. 문화콘텐츠로 세계를 선도하는 능력이 생겼다.

정치적으로는 <오마이뉴스> 같은 인터넷신문이 앞장서서 밑으로부터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폭발적인 힘을 갖게 됐다. 세계에서 앞서가는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나라다. 모두 악조건 속에서 이룩한 성취다. 또다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하루아침에 성취가 물거품이 된다. 북한과 무력대응해서 이긴다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북한은 전쟁 나면 며칠 내로 수백만명을 살상할 힘이 있다.

군사적 선택은 절대로 안 된다. 이를 대전제로 받아들이면 무력제제를 주장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엔헌장 제7조 무력 제제 항목을 넣어 대북 제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본과 미국의 주장이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무력 제제에 반대한다.

햇볕정책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조율은 필요할 지 모르나, 원칙과 전략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점, 한반도 전쟁 발발은 절대 안 된다는 점을 왜 강조 안 하는 지 아쉽게 생각한다. 극단적 보수주의자도 전쟁을 선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세기 열전과 냉전 사이에서 일본은 경제적 부흥을 이룩하고, 2차 세계대전에도 통일국가를 이룩했지만, 정작 우리는 전범국가도 아닌데 분단돼서 60년간 엄청난 고통을 치르고, 악조건 속에서 이만큼 성취했는데,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키는 모험적인 대응을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걸 날리려고 하는 건가. 이런 안타까움은 보수와 진보 모두가 갖고 있다."

"YS는 카터 전 대통령 말에 귀 기울여야"

ⓒ 오마이뉴스 안홍기
- 햇볕정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라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다.
"햇볕정책이 북한 핵실험의 원인이 아니다. 북한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 세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미국의 공격이다. 미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핵실험을 했다고 보는 게 인과논리적으로 타당하다.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 군부가 햇볕정책을 무서워하겠나.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초강대국인 미국의 선제공격이다. 왜 그런 걸 당국이 똑똑히 지적하지 못하나.

국무총리가 국회에 가서 대북 포용정책이 북 핵실험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자인한 것, 그 자체가 굉장히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전술상으로 바꿔야 할 게 뭔가 고려해볼 수 있으나 원칙과 전략은 오히려 더 확고하게 신념으로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이후 개최된 청와대 오찬에서 햇볕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나.
"김영삼 대통령 시절, 94년 봄 한반도에 전쟁이 날 뻔했었다. 지난달 중순 CNN <래리 킹 라이브>에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나와서 한 얘기다. 그때도 클린턴 행정부가 연변 핵시설을 정밀 폭격하려고 했고 전쟁발발 위기가 심각했다. 당시 카터 대통령은 만일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정밀 폭격해 북한이 군사도발을 하게 된다면 그 피해 정도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러크 미8군 대장에게 물었다고 한다.

러크 대장은 수일 내로 수백만명이 죽는다, 군비는 약 100조원이 넘게 들 것이다, 경제비용은 그에 10배에 달하는 규모니까 1000조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카터 대통령이 깜짝 놀라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클린턴 행정부도 그렇게 큰 비극적 결과가 나온다면 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 정밀 폭격을 포기하게 됐다.

그후로 12년이 흘렀으니, 경제비용이 총 2배가 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며칠 내로 수백만명이 죽는다는 것이다. 그런 대가를 치르고 전쟁을 불러올 이유가 있겠는가? 카터 대통령은 현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또 다른 전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핵실험 3주 전에 한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카터의 염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데, 무력제제 하자? 전쟁이 안 일어난다고 누가 장담을 할 수 있겠나.

북한이 더 고립되고, 더 궁핍하고, 더 절망에 빠지면 선택은 비합리적인 '너 죽고 나 죽자'식 밖에 없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모였을 때 그같은 발언을 한 그분은 카터 대통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1세기 번영의 땅을 비극으로 땅으로 만들 것인가"

ⓒ 오마이뉴스 안홍기
- 전문가들은 현재 이 문제를 시급히 풀려면 북미 양자대화 밖에 길이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부시행정부는 좀체 움직이지 않고 있다.
"미국 의회가 국방예산 심의과정에서 대북 조정관을 임명토록 했다. 이번에 임명되는 대북 조정관의 역할은 막혔던 미북대화의 길을 열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한 외교의 길에 전념해야 한다고 본다.

위기를 타개하는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보고, 그 결과로 6자회담이 재개되어 6자회담 틀 속에서 북미 양자 대화가 진솔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정부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쏟아야 한다.

일본은 별로 관심이 없을 것같다. 북미 조정관이 다시 대화채널을 열고, 6자회담으로 이어지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북미 양자회담이 잘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이 어려움을 돌파해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 비핵화를 통한 평화구축보다 더 안전한 길은 없다. 핵화를 통해서도 평화는 오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 동북아 정세도 매우 불안정하게 됐다. 향후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이 공식적으로 세계 9번째 핵보유 국가로 공인되면 동북아는 대량살상무기 경쟁장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일본의 핵무장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으며, 미국이 종국적으로 중국을 포위하게 되는 것도 두려워한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 지역의 핵군비경쟁을 북한이 촉발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모순이자 비극이다.

일본이 핵무장 한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대만은? 중국은 더 불편해진다. 21세기 번영의 땅으로 떠오르는 동북아가 비극의 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것은 막아야 한다."

- 세계 9번째 핵보유국가가 되려는 북한 당국에게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북한을 어렵게 하는 것은 북한 외부에도 있겠으나, 북한 내부에도 있다. 북한 내부 강경파가 북한을 어렵게 한다고 본다. 북한은 베트남과 중국처럼 경제적 부흥의 길을 찾아 변해야 한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벌인 나라임에도 도이모이 개혁정책을 통해 경제를 일으키고 있다.

베트남에 가면 미국 관광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정도다. 핵실험을 주도했던 강경 군부가 북한을 장악하고 있으면 경제 테크노크라트들은 위축된다. 북한의 변화를 두려워해서 경제개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강경 군부 세력은 좀 더 합리적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합리적인 테크노크라트들이 힘을 얻어 남북 교류협력이 더 잘 되도록 하는 것은 북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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