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추모제 조문
- 문동환 목사의 시 '마음은 맑아야'
한국 역사에서는 이따금씩 생각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그런 것이다. 자결로 그의 삶을 종결한 것이다. 선량하기 그지없었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강직하기만 하던 그가 자결을 하다니.... 누가 이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 것인가. 어처구니없어 하는 국민들은 모두 그의 죽음을 타살이라고 외친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한 사람의 죽음은 그가 어떤 분이었는가를 밝혀 준다. 그의 인간적인 약점은 다 사라지고 그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노무현은 어떤 분이었는가? 나에게 있어서 그분은 맑고 깨끗한 분이시었다. 맑다는 것은 오직 한 가지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가 간절히 바란 것은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東과 西가 和合이 되고 南과 北이 相助 相扶하여 신나게 사는 世上을 만드는 것이었다. 언론들이 올바른 소식들을 전하고 사법들이 법에 따라 바르게 판단을 하고 다스리는 자들이 빈부격차를 타파하여 모두가 춤을 추면서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셨다. 이를 위하여 그는 있는 힘을 다 드렸다. 그리고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룩했다. 이제 은퇴하여 농사를 지으면서 편히 사시려고 했다.
그랬는데 그가 독립하도록 도운 사법이 반기를 들었다. 별것도 아닌 것을 치켜들고 그를 죄인으로 몰고 가려고 했다. 조중동은 이것을 침소붕대해서 그를 흉악한 죄인으로 만들려고 했다. 이것을 바로잡아야 할 정부는 오히려 은근히 이를 조장하여 그를 십자가 형틀에 매달려고 한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노 대통령은 이를 바로잡으려고 했다. 법정에서 옳고 그른 것을 밝히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포기했다. 흙탕물에서 같이 싸우면 흙탕물을 뒤집어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까마귀 싸우는 데 백로는 가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깨끗이 삶을 접기로 했다. 자살을 규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이것은 자신의 삶을 자기가 책임 있게 정리하려고 한 것이다. 그의 맑고 깨끗함을 여기에서 본다.
이런 맑고 깨끗한 자의 주검은 역사를 심판한다. 모두로 선과 악을 명확히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역사를 바른 길로 가도록 이끈다. 전태일의 죽음을 보라. 힘의 횡포를 물리치고 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의 문을 열었다. 미국의 킹 목사의 죽음을 보라. 수백 년 동안 추태를 버렸던 미국의 차별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우리는 이런 역사의 사건을 얼마든지 찾을 수가 있다. 우리 한국에서 또다시 역사의 심판이 내릴 것이다.
이제 우리는 조용히 중얼거리자. "노무현 대통령이여. 평안히 가소서. 당신의 맑은 마음을 체 받아 우리도 맑은 샘이 되겠나이다. 흙탕물을 몰아내고 맑은 시내가 되도록 하겠나이다. 그래서 물고기들이 꼬리치게 하겠나이다. 모두 신나게 사는 세상을 만들겠나이다"라고. (문동환·목사, 2009.5.28.)
* 출처: '문동환의 조각달'(cafe.daum.net/moontonghw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