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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사진제공 청와대) |
| 최근 친서민 정책을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가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서민을 앞세운 이유는 고소영·강부자 인사에다 부자감세 등 가진 자들만을 위하던 정책이 뭇매를 맞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책임론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서민행보를 위해 재래시장 방문과 재산헌납 등의 노력(?)이 주효했는지 잠깐이나마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들을 능가할 만한 그의 변신은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로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지지율은 폭락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여전히 입만 열만 서민을 외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교통범칙금을 소득에 따라 차별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목돈인 종부세, 법인세, 증여세 등 직접세는 모두 깎아주고 푼 돈 범칙금으로 메우려는 발상 △범칙금으로 양극화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놀라워 △운전면허증에 재산등록현황까지 삽입해야 할 지경 △장애인복지예산까지 삭감하는 분이 서민 운운하다니 등의 비판적인 댓글을 달았다.
기독교장로회, 이명박 정권 반성서적이라고 비판
중산층과 서민을 정강으로 내세운 민주당이나 노동자·농민 중심을 표방한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이 서민을 내세우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자신의 정치·경제적 입장과 전혀 다르면서도 오직 표를 의식해 친서민을 주장하는 것은 자기 모순적이면서 정치적으로 사기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서민에 집중하는 이유는 올 10월에 치러질 재보선과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어서라는 것을 웬만한 식자층이라면 다 알고 있다.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이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고 이후 정국은 야당이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당내 비주류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특별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교회 장로 출신인 이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자기 모순적 행보에 대해 기독교 내부에서도 반성서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보적 입장을 가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 총회)는 지난달 30일 교단을 대표하는 중진 목회자 대부분이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법과 쌍용자동차 노조 문제, 용산참사 문제, 4대강 정비사업, 남북관계 등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가 '반성서적'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기장 총회는 소속 교인이 현 시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성서·신학적 해석을 담은 메시지를 전국 소속교회에 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총회장 서재일 목사(원주영강교회)는 "교회에서 나와야 할 목소리가 교회 밖에서 나오고 있다. 기장이 하나 되어 성경의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급연석회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기장 총회는 지난 6월 중순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으로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결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또한 7월 13일에는 미디어 법 강행처리를 반대하는 비상 시국기도회를 개최했고, 7월 29일에는 배태진 총무(강진읍교회) 이름으로 세계교회협의회 등 세계 각지에 서신을 보내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수준이 이명박 정부 아래서 퇴보하고 있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기장총회가 지적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반성서적이라는 것은 소수 특권층을 위한 정책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성경에는 대부분 약자를 배려하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지 특권층을 옹호하고 그들의 배를 불리라는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 청교도, 자선과 기부, 자원봉사 등 공익적 전통 세워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특권층이 다니는 소위 강남권 교회 신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오히려 성서적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데에는 성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식 신학과 성서해석 때문이다.
미국식 신학의 핵심은 17세기말 북아메리카에 정착한 청교도(Puritan)들에 의해 시작했다. 청교도들은 개별 인간의 구원은 이미 예정되어 있고 구원의 확증은 세속에서 성공으로 보증 받을 수 있다는 칼빈의 예정설을 신조로 삼고 있다. 중세 가톨릭사회가 장원제를 중심으로 농업을 경제적 기반으로 삼았던 것에 비해 개신교신자들인 청교도들은 대부분 상공업자들로서 17세기 이후 자본주의의 발전에 기여했다.
이들은 영국과 미국에 뿌리내리면서 국가나 집단보다는 개인구원에 초점을 맞춘 삶을 살고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정부규제로 부터 충분한 자유를 향유하는 영미식 자본주의의 토대를 쌓았다. 청교도들은 북미대륙에 정착한 후 미국 사회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부의 축적을 인정하면서도 종교개혁정신에 입각해 엄격한 도덕과 윤리 강조, 안식일 준수, 향락의 제한, 자선과 기부, 봉사활동을 권장하면서 미국사회의 주류인 이른바 WASP(백인-영국계-청교도, White, Anglo-Saxon, Puritan)을 형성했다.
자선과 기부, 봉사활동은 미국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의 정치가 알렉산더 토크빌은 1831년 미국을 방문한 후 쓴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미국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다른 점 중에 하나는 시민들이 수많은 공공결사를 통해 자원봉사와 기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기술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존 록펠러, 앤드류 카네기, 헨리 포드 등 고전적인 인물로부터 빌 게이츠, 워렌 버핏에 이르기까지 자수성가한 부호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도 대부분의 돈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 중 존 록펠러는 빌 게이츠를 제치고 미국 역사상 최고의 부자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월수입의 1/10을 헌금(십일조)으로 바친 인물로 유명하다.
록펠러는 자신이 설립한 스탠다드 오일을 통해 엄청난 재산이 쏟아져 들어오자 18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선사업에 뛰어들었다. 1892년 시카고대학교를 설립하는 데 기여했고, 1901년에는 나중에 록펠러 대학교로 바뀐 록펠러 연구소를 세운 후 자선사업을 체계적으로 펼치기 위해 1913년 록펠러 재단을 설립했다.
그가 일생 동안 기부한 돈은 5억 달러(현재가치로 약 7백억 달러)가 넘었고 록펠러 재단은 미국사회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록펠러 재단은 학술과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 많은 돈을 투자했다. 록펠러 재단의 지원으로 성공한 프로젝트에는 항생제의 효시가 된 페니실린 발명, 제3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 녹색혁명 프로젝트 같은 일반적인 사업부터 미국인의 일상적 성생활 행태를 적나라하게 분석해 충격을 준 킨제이 보고서까지 다양했다. 비록 부의 축적과정은 정당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기꺼이 환원한 결과가 끼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존 록펠러나 앤드류 카네기 같은 부호들이 활약하던 시기는 미국 자본주의가 국내외적으로 확장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미국은 시장개척과 식민지 확보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진출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선교사들이 파견됐다. 청교도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 선교사들은 일본과 중국에서는 큰 성과가 없었으나 한국에서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일본·러시아·중국 등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신음하던 조선 백성들은 미국을 우호적으로 생각했고 선교사들이 세운 교회를 일제침략이나 탐관오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치외법권지역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서울을 중심으로 평양을 거점으로 하는 서북지방과 충청·호남 등 서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갔고 서구식 학교와 병원을 세우면서 근대화의 상징으로 알려졌다. 또한 청교도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신학과 신앙은 한국 기독교인들의 기본적인 신앙관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성서의 내용을 무조건적으로 신봉하는 성서무오설, 타종교에 대한 배타성, 진화론과 과학에 대한 혐오, 사회주의에 대한 적대감, 인간의 모든 일을 신의 뜻으로 돌리는 섭리주의, 교회출석·성경 읽기·교회활동·기도생활·헌금 등 교회에 대한 무조건적 헌신, 엄격하고 철저한 금욕주의적인 도덕생활, 정치적으로 우파적 입장, 노동과 빈곤문제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개인문제로의 환원, 평신도보다는 성직자의 권위 우선, 남성우월주의, 개인의 성령체험과 중생의 경험을 구원의 필수조건으로 강조, 이성보다는 감정을 중요시하는 반지성주의 성향 등이 형성된 것이다.
한국교회, 공익보다는 교회성장과 개인의 성공에 집착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초기 기독교는 애국계몽운동의 근간이 되면서 안창호, 이동휘, 이승훈, 주시경 등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의 거점이 되었다. 그러나 3·1운동이후 선교사들은 일제의 간섭에 굴복해 교회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독립운동가들을 축출하고 신자들에게 사회구원보다는 개인구원이 우선한다고 가르쳤다.
이러한 입장은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회가 민족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고 반역사적인 입장으로 선회하자 당시 젊은 층과 사회주의자들은 노골적으로 한국교회를 반민족인 집단으로 공격하고 심지어는 방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국교회는 해방이후 이승만 정권의 비호아래 발전하고 1960~70년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1천만에 육박하는 신자를 확보, 전 세계 기독교계를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도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 정권 등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에 맞는 정권에 대한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양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이웃과 사회에 대해서는 수준 이하의 행태를 보임으로써 최근에는 '개독교'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듣고 있다. 사기․횡령․성폭력 등 자신들의 불법과 비리에 대한 행정과 사법의 개입에 대해서는 종교탄압으로 간주해 정부를 압박하고, 선거 때는 자신들과 종교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장로대통령 만들기'에 나서는 등 종교권력의 부정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숫자로 상대를 제압하고 이익을 편취하는 조폭집단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특히 미국의 메가 처치들을 모방해 성장한 소망교회 등 강남권의 대형교회에는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유력인사(파워엘리트)들이 다수 포진해 권력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이 수립되면서 더욱 맹위를 떨쳐 속칭 고소영-강부자 정권의 핵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땅 투기와 논문표절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나 이 대통령은 능력만 있으면 되지 과거 비리와 종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기용을 강행하려 했으나 결국 빗발치는 비난여론에 굴복해 철회했다.
최근 낙마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는 물론이고 새로 추천된 김준규 후보자 역시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알려져 있지만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등으로 추문이 난무한 상태다. 엄정한 법질서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검찰총수 후보자가 이 정도면 다른 인물들은 악취가 더할 것이다.
한국기독교가 위로부터 아래까지 온갖 악평으로 시달리는 이유는 미국기독교의 부정적인 면만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예수는 '맘몬'을 경계했다.
"한 종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그가 한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쪽을 떠받들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맘몬)을 함께 섬길 수 없다."(누가복음 16장 13절)
예수의 영향을 받은 초기 기독교는 청빈과 검소한 생활을 강조했기 때문에 재물(맘몬)을 탐욕과 부유함, 부정직함을 관장하는 악마로 간주했고 중세시대에도 그 영향은 계속되었다.
청교도 역시 상업 활동을 통한 재물획득을 찬성했지만 초대 교회전통을 지키기 위해 구호활동에 많은 돈을 기부하고 유산을 사회에 헌납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천민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오로지 교회는 건물증축이나 목회자들의 활동비나 고급승용차 구입 등에 혈안이 되었고 신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투기 등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많은 부를 축적하고도 종부세와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면서 특권을 강화하는데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자선․기부․자원봉사보다는 더 강력한 정치·사회적 권력 그리고 자신만의 더 안락하고 건강한 노후나 부의 대물림을 위한 엄청난 사교육비를 투여하는 데 힘을 기울일 뿐이다. 예수보다는 맘몬신의 힘을 빌려 계급의 재생산, 또 다른 지배-피지배의 구조, 즉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면서 교회 중심으로 파워블록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그토록 미국과 미국교회를 찬양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종교적 위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맘몬신앙적 행태로 한국사회를 유린
이처럼 몰염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한국교회와 신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이명박 정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주장처럼 이명박 대통령은 예수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맘몬을 섬기는 인물로 보인다. 재벌과 일부 족벌언론 등 소수특권층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용산철거민·쌍용자동차 노동자를 짓밟고,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와 국토를 유린하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인물이 진정으로 예수를 섬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가 섬기는 예수는 예수 가면을 쓴 맘몬신의 대리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을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합회(한기총) 역시 마찬가지다. 천주교의 정진석 추기경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쌍용자동차 노동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정부의 공권력을 투입을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한기총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성서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비견될 수 있는 인물은 아합왕이다. 아합왕은 자신의 왕궁근처에 사는 나봇이라는 사람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이다. 지난 1월 용산의 가난한 세입자 5명이 경찰특공대의 강제진압과정에서 참혹한 죽음을 당한 것은 나봇의 죽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 재산 사회 헌납을 대단하다고 평가하지만 순수한 의도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으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면서 친 서민 행보를 통한 국면전환용 카드로 활용했다는 평이 대다수다.
이 대통령이 헌납한 재산을 관리하는 청계재단 이사진은 록펠러재단이나 카네기재단처럼 공익을 대변하는 인사들이 아니라 대통령의 친구들이나 측근, 큰 사위 등 소위 'MB 사람들'이 포진함으로서 재단 운영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는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권이 사정기관을 통해 자신들을 표적수사하고 기업과 독지가들의 기부행위를 가로막으면서 사회헌납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기독교 역사에서 맘몬은 두 개의 머리를 한 존재로 그려져 있다. 돈과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예수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인사들은 예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예수와 맘몬 모두 섬기려는 그들의 기막힌 믿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교회는 왜 자신들이 지탄받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이것이 우리사회의 비극이라면 비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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