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사제 1178명 "용서 구할 겸덕조차 못 갖춘 권력"
2009. 6. 16. 18:43ㆍ정치와 사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5일 서울 용산 참사 현장에서 시국 미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사제단을 포함한 전국 천주교 사제 1178명이 참여한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통령은 일찌감치 말의 진정성을 잃어버렸고 실용정부의 배후라 할 기득권 세력의 양보와 반성이 없는 한 그 어떤 유화조처도 근본적인 치유가 될 수 없다"며 "대통령이 이토록 국민의 줄기찬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헌법준수 의무를 저버릴 바에야 차라리 그 막중한 직무에서 깨끗이 물러나야 옳다는 것이 우리 사제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 정부는 각종 이권과 특혜를 오로지 극소수 특권층에 집중시키고 경제난국의 책임과 고통을 사회적 약자들의 어깨에만 얹음으로써 극구 공생공락의 생명원칙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며 "고작 자기들만의 행복을 영영세세 누리자고 어렵사리 이룩한 민주주의 성과와 평화통일로 가는 화해와 상생의 기조를 대수롭지 않게 파탄으로 몰고 가는 현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 15일 용산 참서 현장에서 열린 시국미사. 이날 사제단은 시국미사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프레시안 |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작년 100만의 촛불을 광화문의 컨테이너로 가로막았고, 올해는 500만의 국화행렬을 서울광장의 차벽으로 둘러치면서 대화와 소통이라는 당연한 요구를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소통 불능에 대한 쓴소리를 던졌다.
이들은 "난국을 타개할 지혜는커녕 용서를 구하는 최소의 겸덕조차 갖추지 못한 권력"이라며 "그저 미디어 악법으로 여론에 재갈을 물리고, 인터넷과 광장이라는 공론의 장을 봉쇄하면서 국민의 저항을 공포정치로 다스릴 징후가 역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렇기에 "이제 국민이 해야 할 것은 대통령을 향한 애달픈 호소가 아니라 진짜 국가공동체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준비하는 일"이라며 "공적인 것은 바로 국민의 것이라는 대원칙을 성립시키는 나라를 꿈꾸며 토론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제들은 "비록 경찰과 검찰 그리고 보수언론들이 나서서 빈자들과 저항과 개혁 세력의 주장을 거칠게 제압할 기세"라며 "이런 점에서 자신과 이웃의 생존권을 동일한 것으로 여기는 현명과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해졌고 양식을 갖춘 시민들 특히 종교인들의 각성과 분발이 요청되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조금만 더 남을 배려하면 그 자체로도 세상은 환해지고 따뜻해질 것"이라며 "이런 착한 마음으로 서로 도와가며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독려했다.
앞서 사제단은 이날 오후 3시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시국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사제들은 △매주 전국 성당에서는 민주주의 회복과 생명평화를 위한 미사 개최 △전국의 모든 교우들이 용산참사 현장 방문 및 추모 △매주 각 교구를 순회하며 우리 사회의 화해와 상생을 요구하는 시국기도회 개최 등을 하기로 결정했다.
▲ 전종훈 신부가 고인들의 영전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다. ⓒ프레시안 |
▲ 용산 참사 유가족과 문정현 신부.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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