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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겨울 골프를 즐긴 뒤 야외파티를 즐기고 있다.(아래)얼음 탁자위에 얼린 보드카! 보드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교외 나하비노에 있는 ‘모스코우 컨트리클럽’.
골프장 입구에서 클럽 하우스까지는 자작나무 숲과 평원이 온통 눈에 덮여 있어, 겨울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겨울골프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재미있는 풍경이 연출됩니다.
영하15도가 넘는 기온에 골프를 친다는 것이 잘 상상이 되지 않지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재미있는 골프 프로모션 행사가 매년 열립니다.
참가자들은 골프웨어 대신 두터운 파카차림에다 드라이버 없이 아이언 채만 서너개씩 들고 나타납니다.
골프장으로 향하는 마당에는 얼음으로 만든 탁자 위에 보드카가 수십 병 놓여있고, 바로 옆 눈 속에는 보드카가 수십 병 꽂혀있습니다. 또 소금에 절인 오이를 가득 담은 나무통이 통째로 몇 개씩 놓여있지요. 바로 옆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굽는 ‘샤실릭’ 판이 벌어집니다. 보드카를 마시러 대회에 참가한 것인 지, 골프대회에 온 것인 지 분간하기 힘들지요.
클럽 하우스 측은 대회참가자들 모두에게 보드카를 강권합니다. 남녀 모두 다 흔쾌히 받아마시지요. 그리고는 맨손으로 오이를 집어 들어 먹고서는 “하라쇼”(좋아!!)라고 소리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러시아 골프 마니어들은 때와 장소, 날씨와 조건을 가리지 않는 것이지요. 영하 10~20도가 넘는 혹한(酷寒)에다 50㎝~1가 넘는 눈이 골프장을 감싸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복장을 보면 도대체 골프를 치려는 것인지, 사냥을 하러 가는 것이지 헷갈립니다. 골프 신발 대신 ‘발렌키’라는 무릎까지 오는 털장화를 신고, 모피옷을 걸치고 필드로 나가는 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골프장 측은 겨울 골프를 즐기는 러시아인들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합니다. 눈쌓인 필드의 일부를 약 5정도 폭을 만들어 스키장 슬로프처럼 단단히 다듬어 페어웨이를 만듭니다. 골프 공은 눈밭에서 잘 보일 수 있도록 주황색 등 색깔 있는 공을 제공하지요. 눈위에 있어도 금세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하지만 페어웨이 주변은 허리까지 빠지는 눈밭입니다. 정확한 샷을 하지못할 경우, 공은 눈밭으로 빠져들어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는 하지요. 공을 찾기 위해 눈밭을 헤매야 하는 것은 보통입니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필드에서도 수시로 보드카를 마시며 골프를 즐깁니다. 골프장 측은 아예 스노모빌에다 보드카와 오이를 통째로 싣고서 각 홀을 돌며 술과 안주를 제공합니다.
자본주의 스포츠 골프가 러시아에 급속히 보급되면서 골프장 측은 새로운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 행사입니다. 러시아 기후 특성상 골프는 여름 한 철 5개월 동안 제한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 골프는 러시아인들의 특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입니다. 러시아에서는 겨울을 즐기지 않으면 겨울에 정복당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추위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루스키(러시아인)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들에게는 겨울을 즐기는 문화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페어웨이를 벗어난 골프는 이렇게 찾습니다. 구멍이 난 곳을 찾아가 손을 깊숙히 넣어 찾아내야지요.
==한 때 러시아의 유일한 18홀 정규 골프장 나하비노입니다. 이곳에서는 2002년부터 윈터골프를 했습니다. 골프장의 프로모션 행사이기도 하고 골프장이 골프 대중화를 위해 기획한 행사입니다.
하지만 이 윈터골프는 겨울을 즐기기 위한 행사입니다. 온 가족이 참가한 가운데 보드카를 마시는 판, 블린(우리식으로 하자면 러시아식 파전이나 피자로 불리는)을 먹자 판,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놀이판 등을 벌여 함께 즐기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좁은 페어웨이를 만들어 정확하게 홀컵을 공략해야 하는 이 골프대회는 참가자들을 위한 축제입니다. 보세요! 거의 허리까지 빠지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페어웨이를 벗어난 골프공을 찾아내는 재미는 색다르기만 하지요.
게다가 티샷을 하기 전 반드시 해야할 일은 보드카 한 잔! 이지요. 카트에다 보드카와 소금에 절인 오이를 통째로 가져와 맛보게 하지요.
영하 10~20도 사이에서 설원에서 제대로 러시아를 맛보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