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세월호 이대로 종결 못해”… 문인들 ‘희망버스’ 3일 출발

2015. 1. 4. 08:11정치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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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가는 소설가 김훈 “세월호 이대로 종결 못해”… 문인들 ‘희망버스’ 3일 출발
허남설·김여란 기자 nsheo@kyunghyang.com
휴대전화기 너머 소설가 김훈씨(사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특별한 재난을 당한 극소수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피해를 본 사람은 보상해주는 것으로 문제를 끝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3일 오전 여러 문인들과 함께 전남 진도 팽목항행 버스를 타는 김씨는 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에는 해방 이후 한국 사회 밑바탕에 깔린 구조적인 문제가 들어 있다”며 “(세월호 참사는) 기업의 이윤은 극대화하는 반면 비용과 책임은 최소화하는 경영원칙과 정부의 민영화, 규제 완화, 사유화, 세계화, 경쟁화 같은 정책이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팽목항행 버스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 넋을 위로하고 10명에 이르는 실종자들이 하루속히 가족 품에 돌아오길 기원하려고 마련했다. 위로와 기원의 1회성 행사에 그치는 건 아니다. 김씨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거나 종결할 수는 없다. 그 환부를 도려버리고 앞으로 나간다는 건 불가능하게 됐다. (세월호 참사를) 시발점 삼아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지금 사회가 규명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씨는 사회적 이슈나 현실 문제를 두고 직접 목소리를 내거나 바로 행동에 옮긴 적이 별로 없다. 그는 팽목항행을 두고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팽목항에 들르자’는 제안이 나와 가게 됐다”고만 했다. 그는 대신 통화가 끝난 뒤 다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여러 작가들의 세월호 헌정산문집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 중 소설가 박민규씨가 쓴 같은 제목의 원고 마지막 두 문장을 인용해달라고 했다. 그 문장은 다음과 같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는 김씨를 비롯해 소설가 김애란씨, 시인 김행숙·송경동·허은실씨, 평론가 권희철·이성혁씨, 극작가 최창근씨가 탄다. 희망버스 기획자인 송경동씨는 문인버스에 작가들을 불러모았다. 송씨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10명이 그 사람들만의 가족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참사를 반성하고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일들”이라며 “한국 사회가 이윤보다 생명이란 가치를 더 중시하는 사회로 가자는 약속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문인버스는 참사 가족 농성장이 있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한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르는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들를 예정이다. 이들은 책 <눈먼 자들의 국가>와 304낭독회에서 펴낸 ‘한줄 선언 팸플릿’을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여러 문인들은 그간 세월호 100일 추모문화제와 문학인 광화문 릴레이 동조단식에 참가했다.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취지로 매달 한 번씩 ‘304낭독회’를 열어왔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실천문학)도 펴냈다.

문인버스와 별도로 전국 각지에서도 진도로 향하는 ‘기다림의 버스’가 출발한다. 김훈씨는 “많은 국민들이 팽목항에 모여 이러한 뜻을 공유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