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 대기업의 대북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지난달 말 평양을 방문해 북한 대외경제성 관계자를 만난 재미동포 한모씨는 17일 “한국 대기업이 북한의 지역 및 연합기업소에 투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을 북한 고위 관리와 기업인들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 지역 외에 우리 기업, 특히 대기업이 직접 공장을 짓거나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20여 년간 북한을 방문하면서 평양 등지에 투자해 온 한씨는 “북한 사람들은 사업 파트너로 삼성·SK·포스코·대우조선해양 등을 지목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도 “북한은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한국 대기업을 콕 집어 투자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이 동행했다.
대북 소식통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은 삼성이 평양에서 북쪽으로 28㎞ 떨어진 평성시에 전자단지를 건설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평양으로 들어가는 물품의 집하장인 평성시는 유동인구가 많고 신흥 부유층인 속칭 ‘돈주’가 많기 때문이다.
SK의 경우 나선경제무역지대(나선특구)에 투자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북한은 나선특구에 있는 승리화학연합기업소의 개·보수가 절박하다. 1973년 정유 생산을 시작한 이 기업소의 설비가 노후화됐기 때문에 석유화학의 대표 기업인 SK가 손을 대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승리화학은 현재 몽골의 에이치비오일(HBOil JSC)사와 중국의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가 투자를 한 상태다.
북한은 포스코가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김책제철연합기업소의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김책제철은 일제시대에 지어졌지만 제철소 확장은 소련의 지원을 받았다. 소련이 붕괴된 뒤 기술·설비 공급 등 지원이 크게 줄고, 설비 개선에 필요한 부품도 공급받지 못해 설비 노후화가 심각하다. 연간 생산량은 240만t(북한 전체 제강 능력의 40%)가량 되지만 북한 내 수요를 고려할 때 1000만t 정도의 규모로 확장돼야 한다는 게 북한 측 입장이다.
게다가 북한은 포스코가 개발한 파이넥스(FINEX) 공법에 관심이 많다. 이 공법을 도입하면 고급 유연탄 대신 가격이 20% 저렴한 무연탄을 사용할 수 있다. 북한은 고급 유연탄이 없어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북한지하자원넷에 따르면 무연탄은 북한에 40억t 정도 매장돼 있다. 파이넥스 공법이 보급되면 북한은 풍부하게 매장된 저품위 철광석(50억t 매장)도 사용할 수 있고 고급 유연탄을 수입할 필요가 없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이 강원도 안변에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하면서 북한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대기업의 북한 진출이 실현되려면 북한 내 정치 안정이 우선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본부장은 “북한이 한국 대기업의 참여를 희망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하고 일방적인 임금 인상 요구 등 개성공단의 합의 파기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김준술·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ko.soosuk@joongang.co.kr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도 “북한은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한국 대기업을 콕 집어 투자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이 동행했다.
대북 소식통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은 삼성이 평양에서 북쪽으로 28㎞ 떨어진 평성시에 전자단지를 건설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평양으로 들어가는 물품의 집하장인 평성시는 유동인구가 많고 신흥 부유층인 속칭 ‘돈주’가 많기 때문이다.
SK의 경우 나선경제무역지대(나선특구)에 투자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북한은 나선특구에 있는 승리화학연합기업소의 개·보수가 절박하다. 1973년 정유 생산을 시작한 이 기업소의 설비가 노후화됐기 때문에 석유화학의 대표 기업인 SK가 손을 대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승리화학은 현재 몽골의 에이치비오일(HBOil JSC)사와 중국의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가 투자를 한 상태다.
북한은 포스코가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김책제철연합기업소의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김책제철은 일제시대에 지어졌지만 제철소 확장은 소련의 지원을 받았다. 소련이 붕괴된 뒤 기술·설비 공급 등 지원이 크게 줄고, 설비 개선에 필요한 부품도 공급받지 못해 설비 노후화가 심각하다. 연간 생산량은 240만t(북한 전체 제강 능력의 40%)가량 되지만 북한 내 수요를 고려할 때 1000만t 정도의 규모로 확장돼야 한다는 게 북한 측 입장이다.
게다가 북한은 포스코가 개발한 파이넥스(FINEX) 공법에 관심이 많다. 이 공법을 도입하면 고급 유연탄 대신 가격이 20% 저렴한 무연탄을 사용할 수 있다. 북한은 고급 유연탄이 없어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북한지하자원넷에 따르면 무연탄은 북한에 40억t 정도 매장돼 있다. 파이넥스 공법이 보급되면 북한은 풍부하게 매장된 저품위 철광석(50억t 매장)도 사용할 수 있고 고급 유연탄을 수입할 필요가 없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이 강원도 안변에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하면서 북한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대기업의 북한 진출이 실현되려면 북한 내 정치 안정이 우선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본부장은 “북한이 한국 대기업의 참여를 희망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하고 일방적인 임금 인상 요구 등 개성공단의 합의 파기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김준술·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ko.soos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