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중국 송강하의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광복 70년 동북아 평화협력을 구상한다’ 세미나. 참석자 들은 남북과 미·중·일·러가 참여한 다자공동체를 우리 안보의 미래상으로 제시했다. [권혁재 사진전문 기자]
지난달 23일 오전 8시 중국 단둥의 크라운플라자호텔. 평화 오디세이를 위해 전날 이곳에 도착한 30여 명의 멤버가 조찬을 서둘러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광복 70년 평화통일을 생각한다’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 위해서다. 북·중 국경 1400㎞ 현장답사에 학술적 논의를 결합하기 위해 마련된 두 차례의 세미나 중 첫 일정이었다.
참석자들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통일을 위한 환경을 점검한 뒤 접근방법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제기했다. 통일 실현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남북한이 주도해야 한다는 쪽으로 공감대를 모았다. 정운찬 전 총리는 축사에서 “지속적인 대북정책은 경제 격차를 줄이는 남북 경협”이라며 “이는 자연스럽게 남북 동반성장으로 연결되고 그 위에 평화와 공존이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남북한이 긴장 해소와 통일 분위기 조성의 중추가 돼야 하고 그 핵심에는 경제 협력이 있다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축사에서 "통일은 분단의 상처를 내부에서 치유하는 데서 시작한다”며 "남남갈등부터 극복해야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토론에서 “대북정책은 시장과 무역의 등에 올라타는 전략이 돼야 한다”며 “생명줄인 이걸 끊는 순간 북한은 자신들이 죽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경협은 공존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경제학자들이 믿는 게 바로 ‘보이지 않는 손’이다”고 말한 뒤 “이를 활용한 시장과 무역이 남북 간 경협의 활로를 넓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빈부 격차와 청년 실업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통일밖에 없다” 고 주장했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는 “공존의 측면에서 볼 때 평화를 바탕으로 한 경제 협력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독의 경우 한쪽에선 인플레이션, 다른 한쪽에서는 실업 문제가 생겼다”며 “생산성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이뤄지는가에는 인력이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정부의 대북정책은 가만히 있으면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올 것이라며 기다리는 낙관적 접근”이라며 “이런 태도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대북 접근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신뢰 프로세스는 쌍방 간에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한다”며 “신뢰를 받아야만 주겠다는 패턴 때문에 북한 문제 등이 꼬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집권층의 마음이나 습관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제 발표를 한 백영철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대승적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백 이사장은 “우선 북한의 취약계층(영·유아, 임산부 등)에 대한 집중적이고 규모 있는 인도적 지원을 시작하고 분배 투명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쌀·비료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연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현금 지원 대신 ‘쌀 보관증’ 제도를 도입하면 논란 없이 인도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천 수석은 “식량을 지원하면 전용 논란 없이 북한을 도울 수 있다”며 “대북 거래수단을 태환화폐 대신 쌀 보관증으로 하면 쌀을 비롯한 식량과 시멘트 등 비군사 자원들을 북한에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전 재무부 장관)은 “같은 피를 타고났는데도 평균 키가 10㎝ 작은 북한에 인도주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많은 양의 대북 인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비야 월드비전 교장은 “북한에 최근 큰 가뭄이 났는데 우리 NGO뿐 아니라 유엔과 적십자 등 국제사회가 공조해 꽉 막힌 인도적 지원을 넓혀 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미나에서는 금강산 관광사업자인 현대아산 조건식(전 통일부 차관) 사장이 최근 금강산 지역 실태를 담은 영상자료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벽체가 무너진 숙박시설과 녹슨 채 방치된 발전소(현대 측이 관광시설 가동을 위해 건설) 등이 등장했다. 조 사장은 “관광 중단 7년이 되면서 금강산 골프장은 재공사가 필요할 정도로 황폐해졌고 선상호텔인 해금강호텔은 배가 많이 부식됐다는 의견이 나와 잠수부가 점검을 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JTBC 특별 취재단
단장: 이하경 논설주간
중앙일보: 이정민 정치·국제 에디터, 최형규 베이징총국장,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이훈범·강찬호 논설위원,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 부소장,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왕철 중국연구소 연구원
JTBC: 김창조 국장, 신득수 PD, 정용환 정치부 차장, 박영웅 카메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