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군사력 확대 경계…북한과의 우호관계도 작용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이 강력한 대응 조치를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관련국들의 인내와 자제를 거듭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3일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발표한 '수소탄' 실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인내심을 유지하고 동북아 지역의 긴장 고조를 초래할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도 앞서 지난 6일 북한 핵실험 직후 긴급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 앞서 "국제사회는 냉정하고 비례적으로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발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이 북핵 실험에 대해 '합당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북핵 실험과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 채택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측의 강력한 제재안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핵 실험과 관련해 관련국들의 자제를 촉구한 러시아의 입장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여러 차례에 걸친 기존 안보리 대북 결의를 무시하고 또다시 핵실험을 한 이상 러시아도 더욱 강경한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기대했던 한국 입장에선 실망스런 반응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는 그동안 줄곧 북한의 핵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핵개발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강경한 조치에는 반대하며 6자회담 등을 통한 대화로 문제를 풀 것을 제안해왔다.
러시아는 아시아 중시 정책을 채택한 뒤 한국 및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 군사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에 글로벌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하나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검토하는 것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것도 그 일환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매년 열리는 정기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한반도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이라며 자제를 호소해 왔다.
미국이 최근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전격 투입한 데 대해 '독자행동 자제'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가 한반도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추가 배치나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등의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 안정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3기 정권의 최대 국정과제인 시베리아·극동 지역 개발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낙후한 시베리아·극동 지역 개발을 국가 균형 발전과 새로운 경제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은 동북아 정세 안정과 이 지역 국가들과의 건설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이같은 국가적 계획이 북핵 문제로 인한 역내 국가들 간의 심각한 대결로 차질을 빚는 것을 러시아는 바라지 않는다.
그보단 6자회담 등의 대화 프로세스가 가동되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연동된 대북 지원이 러시아의 시베리아·극동 지역 개발 프로젝트와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년 들어 부쩍 가까워진 러-북 관계가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유화적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양국은 지난 2014년부터 고위급 인사 교류와 경제 협력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며 급속도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 와중에 똑같이 서방 제재를 받는 처지에 빠진 러시아와 북한 관계는 한층 긴밀해졌다.
러시아는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북한 고립 정책에 동참했던 1990년대의 외교적 실패 경험을 통해 북한과의 협력 관계가 러시아의 입지를 약화시키기보다 더욱 강화시켜 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이를 동북아 국가들과의 외교 카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북한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는 탈출구로 보고 러시아에 적극적 구애(求愛) 공세를 펴고 있다.
이같은 여러 요소들이 북한의 핵개발 시도에 대한 강한 응징을 반대하는 러시아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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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이 강력한 대응 조치를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관련국들의 인내와 자제를 거듭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3일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발표한 '수소탄' 실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인내심을 유지하고 동북아 지역의 긴장 고조를 초래할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도 앞서 지난 6일 북한 핵실험 직후 긴급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 앞서 "국제사회는 냉정하고 비례적으로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발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이 북핵 실험에 대해 '합당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북핵 실험과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 채택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측의 강력한 제재안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핵 실험과 관련해 관련국들의 자제를 촉구한 러시아의 입장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여러 차례에 걸친 기존 안보리 대북 결의를 무시하고 또다시 핵실험을 한 이상 러시아도 더욱 강경한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기대했던 한국 입장에선 실망스런 반응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는 그동안 줄곧 북한의 핵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핵개발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강경한 조치에는 반대하며 6자회담 등을 통한 대화로 문제를 풀 것을 제안해왔다.
러시아는 아시아 중시 정책을 채택한 뒤 한국 및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 군사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에 글로벌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하나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검토하는 것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것도 그 일환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매년 열리는 정기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한반도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이라며 자제를 호소해 왔다.
미국이 최근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전격 투입한 데 대해 '독자행동 자제'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가 한반도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추가 배치나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등의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 안정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3기 정권의 최대 국정과제인 시베리아·극동 지역 개발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낙후한 시베리아·극동 지역 개발을 국가 균형 발전과 새로운 경제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은 동북아 정세 안정과 이 지역 국가들과의 건설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이같은 국가적 계획이 북핵 문제로 인한 역내 국가들 간의 심각한 대결로 차질을 빚는 것을 러시아는 바라지 않는다.
그보단 6자회담 등의 대화 프로세스가 가동되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연동된 대북 지원이 러시아의 시베리아·극동 지역 개발 프로젝트와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년 들어 부쩍 가까워진 러-북 관계가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유화적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양국은 지난 2014년부터 고위급 인사 교류와 경제 협력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며 급속도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러시아는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북한 고립 정책에 동참했던 1990년대의 외교적 실패 경험을 통해 북한과의 협력 관계가 러시아의 입지를 약화시키기보다 더욱 강화시켜 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이를 동북아 국가들과의 외교 카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북한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는 탈출구로 보고 러시아에 적극적 구애(求愛) 공세를 펴고 있다.
이같은 여러 요소들이 북한의 핵개발 시도에 대한 강한 응징을 반대하는 러시아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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