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4. 19:07ㆍ정치와 사회
대통령 파면은 역설적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함을 증명했다. 탄핵 과정 자체가 살아있는 시민교육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은 금물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여론 정치가 독과(毒果)를 낳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는 본질적으로 포퓰리즘이 내장되어 있다. 단순히 민중의 요구를 따르는 것만으로는 심각한 현실의 문제들을 풀어낼 수 없다.
대중영합주의가 나라를 파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독재가 대중의 적극적 동의와 묵인 위에서 진행된다는 대중독재론이 의미심장하다. 히틀러는 다수 독일 시민의 지지로 합법적으로 집권했을 뿐 아니라 제3제국의 욱일승천은 당시 독일 대중의 열렬한 환호 속에 진행되었다. 정치 전문가들과 언론의 허를 찌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좌충우돌도 미국 대중의 적극적 지지 위에서 가능했다.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포퓰리즘의 의미를 숙고(熟考)해야 오늘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포퓰리즘적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이어져 나라를 망친 고전적 사례가 아르기누사이 해전(BC 406)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겨룬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 때의 전투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실질적 승부처는 아르기누사이 해전에서 비롯된 '장군들의 재판'이었다. 이 해전에서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승리했지만 침몰한 아테네 전함의 부유물(浮游物)에 승무원 1000여 명이 아직 매달려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폭풍우가 다가오는 데다 스파르타군 추격에 바빴던 8명의 아테네 장군들은 구조 작업에 나설 수 없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3/20170323035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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