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가 다수인 나라가 덜 부패
신앙보다는 ‘역사의 산물’ 가능성
부패 국가로 분류되는 대한민국
부패 청산에 성공할 가능성도 커
존 F 케네디(1917~63)가 1960년 미국 대선후보로 나왔을 때 반대파에서는 케네디가 가톨릭 신자라는 점에 착안해 “가톨릭 국가들은 가난한 독재 국가들이다”며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미국도 가난한 독재국가가 된다”는 네거티브 공세에 나섰다.
종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국가의 모든 다른 영역들과 맞물려 있다. 종교는 특히 정치·경제와 상호작용을 한다. 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개신교와 민주주의·자본주의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상관관계가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다.
선진 민주주의·자본주의와 밀접한 부패 청산의 문제를 봐도 개신교는 어찌 됐든 뭔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180여 국가를 대상으로 부패 정도에 대한 국민의 주관적 인식을 측정한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상위권은 덴마크·뉴질랜드·핀란드·스웨덴·스위스·노르웨이·싱가포르·네덜란드·독일·룩셈부르크·영국 등 개신교 국가들이 다수다. 특히 스칸디나비아에 있는 개신교 국가들은 모두 포함됐다. 반면 중·하위권을 살펴보면 가톨릭·정교회·이슬람 국가가 많이 눈에 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첫째, 순전히 우연일 수 있다. 둘째, 개신교에는 ‘우월한 뭔가가 있다’ ‘개신교는 민주주의·자본주의와 친화적인 종교다’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을 쓴 막스 베버(1864~1920) 이래 ‘베버주의자들(Weberians)’을 비롯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다. 이와 관련해 가톨릭은 청빈(淸貧)에 실패했지만 개신교는 청부(淸富)에 성공했다는 주장도 있다.
넷째, ‘종교 그 자체보다는 종교가 연루된 재생(再生·regeneration)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북유럽은 그리스·로마의 다신론 종교에서 가톨릭으로, 가톨릭에서 개신교로, 개신교에서 마르크스주의·휴머니즘 등 세속주의로 세 번의 재생을 체험했다. ‘개신교 혁명’이라는 단계를 거친 북부 유럽이 남부·동부 유럽보다 앞서갔다. 소련·동구권의 사회주의 혁명이 실패한 이유도 종교개혁이라는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역사에 ‘단계 생략’은 없다.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며 발전하는 게 역사다. 재생은 사회 체제를 한 번 총체적으로 뒤집는 것이다. 그런 혁명적 변화는 시행착오를 수반하지만, 재생을 여러 번 경험할수록 유리하다.
우리나라는 현묘지도(玄妙之道)에서 불교, 불교에서 유교, 유교에서 ‘민주적 자본주의라는 세속종교’로, 북유럽과 마찬가지로 세 차례의 재생을 체험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부패 청산의 정도가 신통치 않은 나라다. 부패인식지수가 52위다.
DA 300
부자 나라가 먼저 된 다음 민주주의를 하게 된 나라도 있지만, 그 반대도 있다. 가난했을 때부터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나라도 많다. 부패 없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잘사는 나라들은 부패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나라다. 부패가 오히려 성장의 윤활유 역할을 하던 소위 개발독재 시대는 지났다. 부패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명실상부한 선진국 입국을 달성할 수 있을까.
새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소위 ‘적폐 청산’에 나서게 될 것이다. ‘적폐 청산’보다 더 좋은 용어는 ‘부패 청산’이다. ‘적폐 청산’은 지난 10년간의 보수정권의 비리를 처리하자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차기 정부가 굳이 ‘적폐 청산’이라는 용어를 쓰려면 DJ·노무현 정부의 적폐까지 청산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정치적인 편향성이 덜하고 보다 보편적인 ‘부패 청산’이 더 좋다.
‘적폐 청산’이건 ‘부패 청산’이건 사회의 중요한 일부분인 우리나라 종교들도 한몫해야 한다.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개신교계에서는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제2의 종교개혁’과 ‘청산’이 어떻게 맞물릴지 궁금하다.
김환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