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특허

2018. 7. 18. 09:21경영과 경제

성심당 튀김 소보로 빵, 이렇게 모방하면 특허 침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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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김현호 사진김현호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9) 
대전의 자부심이라 불리는 빵집 성심당. 튀김 소보로 빵은 성심당의 대표 인기 상품이다. [중앙포토]

대전의 자부심이라 불리는 빵집 성심당. 튀김 소보로 빵은 성심당의 대표 인기 상품이다. [중앙포토]

 
특허청이 대전에 있어 1달에 최소 1번은 대전역에 가게 된다. 대전역 근처엔 ‘성심당’이라는 유명한 빵집이 있는데 손님이 항상 줄을 길게 서 있다. 성심당의 인기 상품인 ‘튀김 소보로 빵’을 사기 위한 줄이다. 진즉에 줄을 서 튀김 소보로 빵을 사 먹어보고 싶었으나 항상 열차 시간이 빠듯해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한번은 특허청 심사관 면담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 대전역에 가니 기차 도착 시각까지 30분 정도 남는 것이었다. 이때다 싶어 줄을 서 무려 5개를 샀다. 가족들에게도 맛보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갓 만들어진 튀김 소보로 빵은 따뜻하면서도 바삭했고 안에 들어 있는 팥소는 기름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마침 출출했던 터라 허겁지겁 2개를 연달아 먹고 나머지는 품에 안고 집으로 가져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족들 반응이 좋지 않았다. 튀겨낸 후에 시간이 지나니 빵이 식으면서 바삭함이 없어지고 오래된 튀김을 먹는 것처럼 축축한 기름이 좀 느끼했다.
 
특허 등록된 성심당 튀김 소보로 빵 제조방법 
성심당의 튀김 소보로 빵은 그 제조 방법에 대해서 특허 등록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허등록 제1104547호이고, 발명의 명칭은 ‘튀김 소보로 빵의 제조 방법’이다.
 
튀김 소보로 빵 특허 공보. [사진 김현호]

튀김 소보로 빵 특허 공보. [사진 김현호]

 
이렇게 특허를 받은 제품임을 홍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제품에 고도한 독창적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특허를 받은 제품이니 함부로 모방해서는 안 됨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정말 튀김 소보로 빵을 만들어서 팔아서는 안 되는 것일까? 흔히 특허를 받은 제품이라고 하면 그 제품 자체에 대해 특허를 받은 것이라고 이해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제품에 적용된 기술 요소 중 일부에 대해서만 특허 등록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특허를 받은 기술 요소 중 일부만이라도 생략한 상태로 모방한다면 특허 침해를 피해 나갈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만약 특허등록번호를 알고 있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특허 정보가 공개된 인터넷 사이트인 ‘키프리스(www.kipris.or.kr)’의 특허 공보를 조회해 특허를 받은 구체적 기술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특허를 받은 구체적인 기술 요소를 전문 용어로 특허의 ‘구성 요소’라고 한다. 특허 공보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청구범위’라는 항목이며 여기서 특허가 부여된 구성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성심당 튀김 소보로 빵 제조방법 특허의 특허 공보를 조회해 보면 청구범위에 다음과 같이 특허를 받은 구성요소들이 기재돼 있다.
 
청구항 1항(독립 청구항). [사진 김현호]

청구항 1항(독립 청구항). [사진 김현호]

 
위의 기재 내용이 머리가 아프다면 모두 읽을 필요까지는 없다. 위에 밑줄 친 부분만 기억해두자.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를 침해 당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청구범위에서의 청구항 1항(독립 청구항)에 기재된 모든 내용(구성 요소)을 침해자가 하나도 빠짐없이 실행해야 한다. 이를 전문 용어로 ‘구성 요소 완비의 원칙(All Element Rule)’이라고 한다.
 
만약 ‘청구항 1항(독립 청구항)’에 기재된 모든 내용 중 일부라도 생략했다면 특허 침해 주장을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제삼자가 튀김 소보로 빵을 제조하면서 위의 기재 내용에 따라 동일하게 제조하는 경우 고물제조단계에서 ‘아몬드’를 넣지 않는 것만으로도 특허를 빠져나갈 수 있다.
 
또는 아몬드를 넣는 경우에도 아몬드를 70~90 중량부가 아닌, 예를 들어 100 중량부 만큼 추가함으로써 청구항에 기재된 수치 범위를 벗어난다면 이 또한 원칙적으로는 특허를 빠져나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특허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하는 것을 전문 용어로 ‘특허 회피 설계’라고 한다. 즉, 성심당의 특허는 청구항의 기재만으로 보면 제삼자가 회피 설계를 할 여지가 있는 특허인 듯하다.
 
튀김 소보로 빵 제조 방법 도면. [사진 김현호]

튀김 소보로 빵 제조 방법 도면. [사진 김현호]

 
만약 튀김 소보로 빵을 제조하면서 아몬드가 필수 재료가 아니라면 특허 심사 과정에서 청구범위에 아몬드를 기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며, 그러했다면 성심당은 지금보다는 더 강력한 특허를 확보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모든 특허가 이렇게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수적인 구성 요소만으로 청구항이 기재돼 있어 회피 설계가 불가능한 강력한 특허도 많다.
 
따라서, 특허권자의 입장에서는 특허 등록 전의 특허 심사 과정에서 청구항에 대한 적절한 보정을 통해 가급적 넓은 범위의 강력한 특허를 확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허권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만약 특허 제품을 모방해 사업화하고자 한다면 위에서와같이 해당 특허의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회피 설계가 가능한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특허의 약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유명 제품 모방은 부정경쟁방지법 제재받을 수도
그러나 특허 회피 설계를 통해 특허 침해는 벗어나더라도 성심당의 튀김 소보로 빵과 같은 유명 상품을 모방하는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제재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만약 특허 제품을 모방하고자 한다면 보다 다각적인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성심당의 튀김 소보로 빵을 모방하기보다는 식은 상태에서도 여전히 바삭한 맛을 줄 수 있는 튀김 소보로 빵의 제조 방법을 직접 개발하고 이에 대해 독자적인 특허권을 확보한 후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itmsnm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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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성심당 튀김 소보로 빵, 이렇게 모방하면 특허 침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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