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2018] 7. 아제르바이잔 쉐키

2018. 8. 3. 16:00건강과 여행

[실크로드 2018] 7. 아제르바이잔 쉐키

"신이시여! 이 아름답고 역사적인 유적을 보호하소서"

2018년 06월 29일 00:05 금요일
▲ 낙타가 하루에 걸을 수 있는 최대 거리 40㎞ 마다 위치한 대상들의 숙박장소 '카라반 사라이' 전경.
▲ 코카서스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쉐키왕의 여름궁전' 전경
▲ 쉐키궁전 내부의 화려한 색채의 스테인드글라스 '세베케'.
▲ 쉐키에서 생산되는 비단.
▲ 고대 실크로드 주 교역로 쉐키의 주요 운송수단 낙타.
고대 실크로드 대상들 주 교역로
 
실크·수공예 유명 … 체험 공방도 

낙타의 하루 이동거리 40㎞마다  
숙박 장소 '카라반 사라이' 위치 
지금은 호텔 변신 여행자 쉼터로 


쉐키왕 여름궁전 1797년 세워져 
스테인드글라스 '세베케' 눈부셔 
내부는 화려함·사치스러움 극치 



아제르바이잔의 쉐키(Sheki)는 바쿠에서 북서쪽으로 약 330㎞ 떨어진 마을이다. 아제르바이잔의 인구는 1000만명에 이른다.  

이중 수도인 바쿠에 400만명이 살고 있다. 쉐키에는 1만8000명이 살고 있으니 그야말로 한적한 시골이다.  

코카서스산맥의 남쪽에 위치한 쉐키는 주변이 나지막한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숲이 우거진 이 마을은 3000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아제르바이잔에서도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로 꼽힌다. 쉐키라는 지명은 기원전 4세기에 흑해에서 살고 있던 사카족이 이곳으로 이주하여 살기 시작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마을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이곳도 고대 실크로드 대상들의 주요 교역로였다. 특히, 이곳에서는 실크 제조와 수공예가 유명하였다. 지금도 당시의 실크와 수공예를 체험하는 공방들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18세기에 지어진 대상들의 숙소인 카라반 사라이는 웅장함을 자랑한다.

이 지역이 산골마을이지만 바쿠에서 조지아로 넘어가는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다.

낙타는 실크로드에서 꼭 필요한 운송기구다. 대상들은 수십마리에서 수백마리의 낙타를 이끌며 실크로드의 교역품을 실어 날랐다. 낙타가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최대 40㎞ 정도였다. 카라반 사라이는 낙타의 하루거리에 맞춰 위치하였다. 카라반 사라이는 대상들의 숙박 장소지만 낙타가 먹고 쉴 수 있는 공간과 인부들의 숙소, 목욕탕과 바자르 등의 부대시설도 필수조건이었다.

대상들은 이곳에서 여독을 풀며 다음 여정을 준비했다. 카라반 사라이에서는 교역도 이루어졌다. 특히, 새로운 정보교환은 이곳에 머물며 얻는 필수사항이었다. 지역의 관리들은 이곳을 세금징수장소로 활용하기도 했다. 

카라반 사라이의 활성화는 지역경제에도 한몫을 하였다. 대상들이 숙소에서 묵어감에 따라 여러 가지 경제적 이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 영주들은 저마다 앞 다퉈 카라반 사라이를 짓고 대상들에게 무료로 제공하였다. 대상들은 자신들이 오가는 길목에 위치한 카라반 사라이에 적절한 도움을 주면서 자신들의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쉐키의 카라반 사라이는 중국에서 출발한 실크로드 교역품이 서구로 들어가기 위한 길목에 위치하였기에 관문 역할도 하였다. 지금도 호텔로 개조되어 옛 모습을 잃지 않고 오가는 여행자들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옛날 낙타와 인부들이 쉬었던 장소는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변했다.

쉐키는 실크로드의 요충지이기도 하지만 왕의 여름궁전으로도 유명하다. 쉐키 왕국은 소련에 합병되기 전에 76년간 이곳을 통치하였다. 카라반 사라이가 성황을 이룰 때였다. 왕국의 후세인 무스타크 왕은 풍광이 좋은 곳에 40개의 궁전을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무너지고 지금은 오직 한 곳만 남아있다.  

카라반 사라이와 공방거리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작은 성채가 나타난다. 그 안에 코카서스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쉐키왕의 여름궁전이 있다.  

이 궁전은 1797년에 지었다. 궁전 앞에는 정원수로 심은 나무가 좌우를 지키고 섰는데 높이가 42m, 둘레가 14m나 된다. 이 궁전의 역사를 간직한 채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한 번에 볼 수 있는 관람인원수가 정해져 있어서 잠시 기다린다. 밖에서 보는 궁전은 그리 아름다운 축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내부를 보는 순간, 그러한 생각은 번개처럼 사라진다. '세베케'라고 하는 화려한 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작고 세밀한 틀에 맞춰 끼웠다. 이 틀은 4~5㎝ 크기로 자른 5500개의 호두나무로 만들었다. 색유리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무라노산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못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화려한 창문과 함께 천장과 벽에 그려진 그림들도 화려하다.  

왕이 집무실에는 사자 두 마리가 왕관을 받드는 문양이 돋보인다. 그 외에도 사냥하는 모습, 몽골과의 전쟁 장면 등이 그려져 있다.  

접견실에는 용과 꽃이 화려하다. 그 가운데 사자가 그려졌다. 이는 평화를 의미하는 것인데 이를 위반하면 멸망시킨다는 뜻이라고 한다.  

왕관을 쓴 사자가 생선을 밟고 있고 뱀이 그런 사자를 물려고 하는 그림은 왕 스스로 자만과 나태를 경계하라는 의미다. 독서실은 흰색과 하늘색뿐이다. 잡념을 없애고 독서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왕비실 역시 화려한 색상과 그림이 표현되어 있다.  

궁전 내부의 그림은 안료에 달걀노른자와 물을 섞어서 그리는 템페라기법으로 그렸다. 가히 화려함과 사치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프랑스의 문호인 알렉산드르 뒤마가 이 궁전을 방문했다. 그는 화려한 궁전을 둘러보고는, "위대한 신이시여! 이 아름답고 역사적인 유적을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해 주소서"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궁전을 오늘도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홍보문구로 회자되고 있다.

인천일보 실크로드 탐사취재팀 
/남창섭기자 csnam@incheonilbo.com 
/허우범작가 appolo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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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원 사암지대 고부스탄의 암각화 '얄리얄리 춤'
▲ '얄리얄리 춤' 확대 사진

선사시대 생활 방식 엿보이는 '세계문화유산' 

바쿠서 남쪽으로 65㎞를 가면 평원에 사암지대인 고부스탄이 펼쳐진다. '돌(고부)이 많은 땅(스탄)'이란 뜻이다.  

이곳에는 약 4만년 전부터 5000년 전까지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6200여점의 암각화가 있다. 1930년에 채석장의 인부에 의해 발견된 이곳은 암각화 외에도 40기의 무덤과 10만점이 넘는 유물이 발견되었다.  

암각화는 선사시대를 살았던 인류가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며 새긴 것이 대부분이다. 해와 별 등 단순한 자연물에서부터 낙타, 사슴, 소, 멧돼지 등과 같은 동물까지 다양하다.  

또한, 이들을 뒤쫓는 개와 수렵하는 사람, 황소들의 싸움 장면 등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창을 쥐고 있는 전사, 배를 타고 노를 젓는 전사들의 그림도 있다. 배의 모습은 바이킹의 배와 흡사하다. 이 암각화를 통해 선사시대에는 카스피해와 지중해가 연결되어 있었고, 바이킹이 카스피해까지 왔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10명이 손을 잡고 춤추는 그림이다.

1만2000년 전에 새겨진 이 그림은 '얄리얄리 춤'이라고 하는데, 사냥에서 많은 동물을 잡을 수 있도록 기원하는 춤이라고 한다. 유네스코는 이곳 암각화가 선사시대에서 중세로 이어지는 인류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탁월하게 표현하였다고 인정하고 2007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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