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세먼지 발생원 51%가 선박 …울산·인천도 19%·14%나 차지
ㆍ57개 미세먼지 세부 과제 중 항만 관련 1개뿐이고 예산은 0.4%
“외지 사람들은 푸른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는 부산에 무슨 대기오염 문제가 있겠느냐고 말하지만 모르는 소리입니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숨을 쉬기가 어려울 때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부산항 인근에 사는 ㄱ씨(51)의 하소연이다. ㄱ씨는 부산항을 수시로 드나드는 각종 배와 화물을 싣고 내리는 장비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매연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통이라고 했다.
부산·인천 등 주요 항만도시의 대기오염이 서울·대구 등 내륙지역 대도시에 비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도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는 수시로 드나드는 각종 선박과 화물 하역장비 등이 꼽힌다. 항만도시의 대기오염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2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부산의 2016년 기준 미세먼지(PM2.5) 농도는 27㎍/㎥로 서울(26㎍/㎥)이나 대구(24㎍/㎥) 등 내륙지역 대도시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과 같은 수준인 26㎍/㎥로 조사됐다.
항만도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주된 요인은 선박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 부산의 미세먼지 발생원의 51.4%는 선박이었다. 부산항을 연간 4만9842회(2017년 기준) 드나드는 각종 선박이 부산지역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을 뿜어냈다는 얘기다. 울산과 인천도 미세먼지 발생원의 18.7%와 14.1%가 선박이었다. 이처럼 부산 등 항만도시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지만, 그동안 당국의 대응은 수도권 등 내륙지역 대도시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대기오염 관련 정책 우선순위에서 항만지역 대기오염 문제는 소외돼 왔다는 얘기다.
해수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된 정부의 57개 세부과제 가운데 항만구역과 관련된 것은 1개에 불과하고, 예산도 전체의 0.4%에 그친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 체계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 항만지역의 미세먼지는 선박을 운항하거나 화물을 하역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발생원에 따라 다루는 법률이 달라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집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선박이 원인이 되는 대기오염물질에는 ‘해양환경관리법(해양수산부 소관)’을 적용하고, 항만시설·하역장비 등이 원인이 되는 대기오염물질에는 ‘대기환경관리법(환경부 소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륙지역 대도시와는 그 원인이 다른 항만도시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생원인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항만지역 미세먼지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항만도시의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항만지역에서의 선박운항과 화물하역은 물론 육상지역의 자동차·발전소 등 대기오염물질 발생시설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조만간 항만지역 대기질 통합관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에는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 등을 ‘항만대기질 관리 권역’으로 지정한 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항만지역의 주요 대기오염배출원인 선박·하역장비·자동차 등을 모두 관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선박은 물론 외국적 선박까지 관리대상이 된다.
강 의원은 “LNG 등을 원료로 쓰는 ‘친환경’ 하역장비와 선박을 확대하고, 대형 선박의 경우 정박해 있는 동안에는 엔진을 끄고 육상의 전력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