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봄이 온다. 이제 곧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질 것이다. 북한이 합의 사항을 지킬 경우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물론 가장 좋은 방안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 핵동결 및 폐기를 모두 실행하고, 유엔과 미국은 경제제재를 해제함과 동시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단번에 이뤄질 수 없기에 낮은 단계부터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가장 쉬운 조치는 관광산업 제재 완화가 될 수 있다.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를 해제하고 한국 관광객의 북한 관광을 허용하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해 놓고 있으나, 2차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해제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갈마해안관광지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원산~함흥 간 고속도로도 곧 착공된다고 한다. 해외관광객들이 명사십리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을 그는 이미 상상하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 관광객이 북한을 자유롭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금융결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유엔 결의안의 벌크캐시 금지 조항 때문에 남북한 금융거래에 제약이 많다. 달러가 아닌 원화결제를 도입하고 개인이 직접 지불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떨까.
비슷한 사례가 이미 있다. 역시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의 무역거래를 위해 제재 예외로 인정받은 원화결제 시스템이다. 한국이 이란에서 수입하는 원유·가스 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면 은행 계좌에 쌓이고, 이란의 한국산 제품 수입업자가 현지 통화로 대금을 은행에 지불하면 이를 원화로 환산해 한국의 수출업자가 지급받는 방식이다.
남북한 금융거래 창구 은행을 지정하고 한국 관광객이 지불하는 비용을 원화로 결제하도록 하면 된다. 북한은 이 원화계좌에 쌓인 자금으로 남한으로부터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유엔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생활용품을 비롯해 의약품, 식료품, 농수산업 설비 등 북한이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현물거래보다 효과적이다.
또 한국 관광객의 금융거래를 보다 원활히 하도록 원화결제가 가능한 카드 및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북한 호텔과 쇼핑몰에 설치할 수 있다. 한·중·일 3국은 QR코드를 활용한 국제 모바일 결제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인데, 북한을 추가하는 방안도 모색하면 좋을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런 상상은 어떨까? 미국과 일본 등 북한 경제제재 해제를 우려하는 나라들을 설득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이 획기적 조치를 내놓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 미국 투자를 받고 향후 수십 년간 관광사업 경영권을 위탁함으로써, 경제제재 해제로 얻는 이익을 미국과 공유하고 북한은 사업운영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일본에도 획기적인 제안을 할 수 있다. 북·일 관계가 개선되고 식민지배에 따른 배상금이 북한에 투자되는 것을 전제로, 원산 인근 경제개발구에 일본 기업 산업단지와 일본인 타운을 조성하는 것이다. 과거 중국 쑤저우 공단이 개발될 때 중국 덩샤오핑과 싱가포르 리콴유 총리 간 합의하에 싱가포르 주도로 산업단지를 계획하고 선진 운영시스템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 열강들이 북한에 진출하는 길을 적극 열어줄 필요가 있다. 제재 해제로 인한 경제성장의 열매를 미·중·러·일 등 주변국가와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국제자본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북한을 중심으로 주변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 상생 발전할 수 있다면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제 곧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으로 합의에 이르기 바란다. 군사적 긴장과 대립의 상징이었던 한반도를 평화와 번영의 공간으로 전환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