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2020. 2. 23. 21:02정치와 사회


             미래 예측 기법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제안한 피터 슈워츠가 직접 20년 후의 미래 사회의 모습을 짐작해 보았다. 이 책이 2003년에 출간되었으니 정확하게는 15년 후라고 해야 될라나? ^^ 하지만 뭐 이 책에서 정확한 시간의 단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 그것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고, 앞으로 미래가 과연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에 대한 감을 잡도록 해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인생의 궤도를 설정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실패했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런 실수를 다시 하고 싶지 않아서 요즘 이런 류의 미래 예측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참고한 피터 슈워츠가 그려준 미래는 희망과 절망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총합에 대한 결과만 이분법으로 대답하자면 '희망적'이다. 장기호황이 도래하고, 연성권력에 의해 세계가 지배되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특이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부정적인 미래의 모습도 많다. 가시적인 세력으로 표현되지 않는 테러리즘, 종교전쟁, 새로운 질병의 발현 등 인류를 절멸시킬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위협들도 역시 상존한다. 하지만 인류의 본능이 '생존'이라고 인정한다면 이것들은 희망적인 미래에 의해 충분히 방어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자고 아이까지 낳아버렸는데,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하니 나도 안심이다.
             피터 슈워츠 같은 사람들의 생각을 사람들이 많이 공유했으면 좋겠다. 그의 미래 예측이 매우 정확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나 철학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이나 단체, 거대한 시스템을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사람들은 필히 참고했으면 좋겠다. 피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그것을 예측하기는 커녕 최악의 반응인 '부정'과 '방어적 태도'로만 일관하는 조직의 리더들이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자신이 처하게 될 환경을 미리 생각해본 사람은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위험 속에서도 우아함과 능력을 과시하며 행동에 나선다. 그런 사람은 행동으로써 도전에 나서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여유까지 보여준다." 이제 그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나 하나, 한 가족, 한 조직, 한 나라, 세계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없다.
             피터 슈워츠의 예측의 어떤 부분은 상투적이기도 하다. 모두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그도 똑같이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부분들은 일반적인 예상을 벗어나기도 한다. 특히, 노인문제와 관련해서는 비대해진 노인조직을 먹여살려야 하는 왜소한 부양자들의 세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노인들은 늘어난 수명만큼 일을 하기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병상에 누워 무기력하게 시간만 허비하는 노인들은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장기호황을 염려스러울 정도로 확고하게 예견하고 있다. 경제력의 규모를 철저하게 생산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는 그는 생산효율이 다시 한 번 급격하게 향상될 충분한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다고 본다. 세계화와 생산효율성 향상, 충분한 인프라의 삼박자가 갖추어져 장기호황을 도래하게 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광대역통신망이라는 인프라에 대한 피터슈워츠의 칭찬은 고맙다. "한국은 브로드밴드의 가정 보급률이 거의 100퍼센트에 육박한다. 이 점은 앞으로 한국의 경쟁력에 주된 원천이 될 것이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미국은 계속해서 슈퍼파워를 가진 초강대국으로 남을 것이지만, 그와 더불어 연성권력(한 나라가 강제적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설득을 통해 다른 나라들을 자신의 목적에 순응하도록 만드는 능력)이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 역시 매우 다행스럽다.
             피터 슈워츠는 과학기술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과학 기술이야말로 문명을 추동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이 1600년대 초와 20세기 초와 비슷한 상황으로 과학기술의 일대 약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가 생각하는 과학혁명의 네 가지 기본 요인들은 과학적 변칙의 출현, 새로운 과학 기구의 개발, 과학자들 사이의 정보교류의 용이성, 과학기술 연구를 높이 평가하고 연구자들의 노력에 보상 을 하는 정치경제적 문화 인데, 이것들이 모두 갖추어졌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이 나라한테도 다행인 일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나라의 정치경제적 문화는 과학기술에 최악이기 때문이다. 초강대국 미국을 추종하면서도 이에 있어서만큼은 게으르다. "벤저민 프랭클린 시대부터 지금까지 항상 미구그이 강점으로 존재해온 것, 즉 과학기술이다." 이 나라가 잘 살아서 내 아이들이, 아니 그보다는 나부터가 잘 살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런 책을 읽다보면 이 나라와 반대되는 이야기들만 골라 실은 건 아닐까 생각하게 할 정도로 이 나라는 미래를 오역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피터 슈워츠가 말하는 미래에 대한 대비 방법들을 숙지하자.

"내 일과 내가 있는 지리적 위치, 나의 지역사회와 조국, 그리고 내 가족을 염려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어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가?"

1. 탐지 및 분석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해야 한다
2. 시간감각을 길러야 한다
3. 조기경보 지표를 미리 확인해 둬야 한다
4. 창조적 파괴를 일으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춰야 한다
5. 피할 수 없는 일이나 이미 벌어진 사실을 부정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6. 시장에서 상품, 서비스, 자본을 파는 기업처럼 생각해야 한다
7. 새로운 상황이 요구하는 판단능력의 수준과 당신의 판단능력 수준을 알아두어야 한다
8. 학습에 최고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
9. 환경과 생태의 지속 가능성에 최고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
10. 금융 인프라와 금융 안전망을 갖추어야 한다
11. 당신의 인적 관계망을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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