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증여

2020. 10. 5. 09:20경영과 경제

"집은 못 주지만 청약점수는 주마".. 청약통장 증여 알아보는 사람들

연지연 기자 입력 2020.10.05. 06:02 댓글 43

음성 기사 듣기

번역 설정

공유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직장인 김철형(35)씨는 최근 1990년대에 아버지가 만든 청약통장을 물려받았다.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청약가점이 낮았는데, 아버지의 청약통장을 받은 덕분에 가입기간이 늘어나 점수가 높아지는 효과를 봤다.

정부가 서울과 과천 등 수도권 입지 좋은 곳에 신규 공급을 하겠다고 밝히자 당첨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청약 통장을 물려받으려는 이가 늘고 있다. 무주택자가 직계가족으로부터 청약 통장을 받으면 통장 가입기간이 늘어 청약 가점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최근 청약통장 명의 이전에 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청약통장 명의 이전으로 청약 가점을 높일 수 있다는 후기가 공유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각 지점에서 이와 관련한 문의가 많아 창구에서 설명할 수 있도록 도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유했다"고 했다.

최근 수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광역시 등지에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청약에 대한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다.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보다 많게는 수억원 싼 값에 집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약에서 당첨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서울의 경우 당첨 평균 가점이 60점을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경쟁률이 100대1을 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어떻게든 청약 가점을 높여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절박감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청약 가점이 높아지려면 부양가족 수가 늘거나 무주택 기간이 길어져야 한다. 또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이 중 무주택기간은 시간만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이다보니 수요자들은 다른 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에는 부양가족 수를 늘리려는 이들이 많았다. 신혼부부라면 자녀를 임신하고 병원에서 임신확인서를 발급받아 가점을 올리거나, 부모와 합가를 통해 부양가족 수를 늘리는 식이다. 그런데 이제는 청약통장 가입연수를 높여 가점을 올리려는 이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청약통장을 명의 이전하면 청약통장에 있는 예치금은 증여로 분류되고, 은행업무는 ‘명의 이전’으로 잡힌다. 이 과정에서 청약점수는 덤으로 증여받는 셈이 된다.

예를 들어 2015년 청약통장에 가입한 무주택자는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7점(5년 이상~6년 미만 해당 점수) 밖에 얻지 못하지만, 부모가 1997년 9월에 만든 청약예금을 증여받으면 청약통장 가입기간으로 얻는 점수가 17점(15년 이상)으로 올라간다.

물론 모든 청약 통장의 명의변경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입자의 사망에 따른 청약 통장의 명의 변경을 제외하면, 2008년 3월 말 이후로 신규 가입이 중단된 청약저축과 2000년 3월 25일 이전에 가입된 청약부금과 청약예금만 가능하다. 명의변경을 하고 청약기간까지 인정받으려면 조건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명의변경은 가입자의 배우자나 세대원, 직계 존비속(아들·딸·손주·증손 등)으로 세대주를 변경하는 경우에 가능하다. 예를 들어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이 긴 아버지가 아들과 동일 세대에 속해있고 아버지가 세대주, 아들이 세대원인 경우, 아버지가 세대원이 되고 아들이 세대주가 되면 청약통장 명의변경으로 청약점수를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또 아버지가 전출을 가면 아들이 자동으로 세대주가 되는데, 이 때에도 청약통장 명의변경으로 청약점수를 올리는 게 가능하다. 다만 아들이 전출을 나가 세대주가 된 경우에는 명의변경으로 청약점수를 올릴 수 없다. 가입자가 여전히 세대주이기 때문이다.

합가의 경우는 명의변경으로 청약점수를 올릴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버지와 아들이 각자 세대를 꾸리고 있다가 합가해 아들이 세대주가 됐다면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청약통장의 명의를 이전받는 사람이 청약통장이 있다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명의를 이전 받는 대신 가지고 있던 청약통장을 해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청약통장의 예치금도 합해지는 개념이 아니고 명의이전 받는 통장의 예치금만 인정을 받는다. 금액 등을 살펴 불이익은 없는지 따져봐야 하는 대목이다. 부양가족 수나 무주택기간에 따른 청약점수도 달라지지 않는다. 명의이전을 받는 사람 조건으로 책정된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3

조선비즈 주요 뉴스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

댓글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