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황혼에> 김홍섭 시인
겨울 황혼에> 벗은 나무가지에 걸린 까치집위로어둠이 온다 붉은 칼로 산이 하늘을 가르면 어둠은 산을 앞세우고 길을 떠난다 산골에 나즈막히 안개가 끼고조찰한 농가에 불이 켜진다 어둠은 말갛게 내 육신을 씻으며내 육신은 하나씩벗은 나무가 된다 마침내 앙상히 드러난몸뚱아리를 뒤흔들며 파닥이는내 영혼의 푸른 날개 어디쯤에선가 산새가 울면 무거운 짐으로 누운 산에별이 내린다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에 돌아온내 청춘의 검은 산은오늘도 무겁게 하늘 끝에 눕고 나는 오늘도 무겁게 황혼을 보며두 눈을 부라린다
202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