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통합'과 '이명박의 분열'

2008. 12. 30. 12:52정치와 사회

'오바마의 통합'과 '이명박의 분열'
노조·시민단체 '좌파'딱지 이념공세… 지지율 바닥치자 방송장악에 '혈안'
2008년 12월 30일 (화) 김영호webmaster@kyeongin.com
인종적 편견과 세기적 경제위기를 뚫고 태어난 차기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그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지만 노예의 후예가 아닌 이민 2세라 흑인사회에서도 비주류이다. 하지만 관용을 근간으로 하는 그의 인사정책은 사회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이와 달리 빈한한 집안 출신으로서 재벌기업 최고경영자를 지낸 이명박 대통령은 '고소영', '강부자'란 말이 잘 표현하듯이 편협한 인사정책을 통해 사회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김영호 (시사평론가·언론광장공동대표)  
     
오바마 당선자의 초대내각 구성을 보면 인종, 종교, 성별, 이념, 정파를 초월한다. 경선과정에서의 경쟁자, 반대당인 공화당 인사를 과감하게 발탁하고 있다. 미국이 이민국이지만 유색인종은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갇혀 공직사회에서의 출세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수백년간 미국사회를 지배해온 인습을 타파하고 능력 위주로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경선과정에서 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부 장관으로 중용했다. 부시정부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부 장관을 유임시킨데 이어 전 공화당 하원의원을 교통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그 밖의 장관급들도 백인 여성 2명, 흑인 여성 2명 등 흑인 3명, 히스패닉계 2명, 중국계 1명, 일본계 1명 등으로 인종이 다양하다. 그의 통합인사를 미국민의 75%가 지지한다는 것이 CNN의 여론조사이다. 이것은 미국이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를 하나로 녹여내는 진정한 의미의 도가니(melting pot)가 된다는 뜻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발단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가 발진해 20년 이상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해온 시장주의와 규제완화를 골격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의미한다. 미국의 제도와 규범을 세계의 문명표준으로 타국에 강요한 결과가 미국의 실패를 넘어 세계의 실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가 신자유주의 수술에 나선다. 규제강화(reregulation)를 통해 시장지상주의 경제체제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경제회복에도 초당적 자세로 광범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수렴하고 있다. 부시정부 경제보좌관 출신,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의 비공식 경제참모 등 공화당 진영의 의견도 모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에나 매달리는 등 독단적이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적 반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경제정책도 시대착오적인 신자유주의에 매몰되어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면 투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민적 중지가 필수적이나 국민통합을 외면하고 있다.
집권세력은 노무현 정권의 인사정책을 '코드인사'라고 맹공해 왔다. 욕하면서 배운다더니 그야말로 '코드인사'로 분열, 대립,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노 정권이 임명한 임기직 기관장을 강제로 몰아내더니 비상임위원회의 비정규직 실무자까지 쫓아내고 있다. 2급 이상 공직자의 출신, 경력, 성향을 파악한다는 소리가 들리더니 1급 이상 공직자의 일괄사표를 강요하고 있다. 그것을 좌파척결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노동조합, 시민단체를 좌파라는 말로 착색하며 대대적인 이념공세를 펴고 있다. 역사를 증오와 이념으로 재단하며 멋대로 부정하고 있다. 건국의 뿌리가 상해임시정부가 아닌 미군정이라고 떠들고 국민의 힘으로 쫓아낸 독재자를 미화하며 역사교과서를 다시 쓴다며 나라를 소란하게 만드니 하는 말이다. 이념도착증에 걸려 옳고 그름을 거꾸로 알며 국민분열에나 열중하는 꼴이다.
민심이반으로 정권지지율이 말기수준으로 고착화되자 방송장악에 나섰다. 지상파 방송을 뺏어 재벌한테 줘서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소리다. 먹고 살기 어려운 국민은 절망의 나락에 빠져 있다. 집권세력이 증오로 포장된 이념전쟁에만 몰두해 있으니 새해에도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