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야 방성대곡: 근조 독립은행

2009. 3. 5. 16:30정치와 사회

시일야 방성대곡: 근조 독립은행

                      김태동 (성균관대)


기축년 3월 3일


오늘 우리는 방성대곡할 날이다.


민주당은 주권자를 배신하고 재벌에게 은행을 지배하는 은행법 개정에 한나라당과 합의 해주고,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이라 한다.


이제 한국의 경제발전은 시계를 멈추게 되었다. 

박정희 정권의 독재정신을 계승한 무리와,

야당의 허울을 쓴 민주당 기회주의자들에 의해, 

재벌은 그것도 그동안 불법을 일삼아온 재벌들은

은행을 소유 지배하게 되었다.


1. 재벌은 지금까지 은행주식 4%밖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10%까지 소유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재벌은 국민은행, 신한지주, 하나지주 등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이들 은행(또는 은행지주)의 기존 최대주주는 각각 10% 미만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2. 재벌의 PEF(사모투자펀드) 투자한도가 10%에서 30%까지 확대된다. 따라서 어느 재벌이 사모펀드 A를 만들어 29%까지 투자해도 금융주력자로 구분된다. 그 A라는 사모펀드는 얼마든지 은행 주식을 100 %까지도 소유할 수 있다. 따라서 PEF의 가면을 쓴 재벌이 너도 나도 재벌은행을 만들 것이다.  


3. 재벌은 직접 10%, 또 PEF를 통해 20%든, 30%든 50%든 얼마든지 은행을 소유지배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제 한국은 경영세습을 하고 불법을 일삼는 재벌들이 만들어 놓은 새 은행법에 따라 재벌은행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

지난 토요일 아고라에 게시한 

재벌에게 은행 주면 안 되는 11가지 이유에서 누누이 주장한 대로

이번 합의는 한국경제의 앞날에 대운하보다 더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밀실 합의이다. 

대다수 주권자들이 한미FTA나 미국쇠고기 수입보다 수십배, 수백배 나쁜 것인데도 잘 알지를 못한다. 주인을 속이고, 주인에게 감추고 추진하는 심부름꾼들의 행위는 을사늑약과 닮은 꼴이다.


마땅히 주권자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항거하여야 한다. 은행은 남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은행은 나라경제를 항상 위태롭게 할 것이다. 은행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예금주로서 권한은 축소되며, 예금자산의 가치는 인플레이션으로 축소될 것이다. 부동산시장, 주식시장, 채권시장도 항상 불안하고 실물경제도 불안하여 성장을 멈추고,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저 xyz보다 못한 자들은 경제살리기를 내세워 나라주인을 상대로 속도전을 하였고, 무늬만 야당인 민주당은 굴복하였다. 오호 통재라.


오늘 대한민국의 주권자들을 위하여 대성통곡하노라!

1905년 늦가을 위암 장지연 선생은 일제의 강제에 의한 을사늑약에 반대하여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을 썼다. 그 번역문을 옮긴다.







 

지난 번 이등(伊藤) 후작이 내한했을 때에 어리석은 우리 인민들은 서로 말하기를,  

"후작은 평소 동양삼국의 정족(鼎足) 안녕을 주선하겠노라 자처하던 사람인지라  

오늘 내한함이 필경은 우리 나라의 독립을 공고히 부식케 할 방책을 권고키 위한  

것이리라."하여 인천항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관민상하가 환영하여 마지 않았다.  

그러나 천하 일 가운데 예측키 어려운 일도 많도다. 천만 꿈밖에 5조약이 어찌하여  

제출되었는가. 이 조약은 비단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동양 삼국이 분열을 빚어낼  

조짐인 즉, 그렇다면 이등후작의 본뜻이 어디에 있었던가?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대황제 폐하의 성의(聖意)가 강경하여 거절하기를 마다  

하지 않았으니 조약이 성립되지 않은 것인 줄 이등후작 스스로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슬프도다. 저 개돼지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은 자기 일신의  

영달과 이익이나 바라면서 위협에 겁먹어 머뭇대거나 벌벌 떨며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던 것이다. 

아, 4천년의 강토와 5백년의 사직을 남에게 들어 바치고  2천만 생령들로 하여금  

남의 노예되게 하였으니, 저 개돼지보다 못한 외무대신 박제순과 각 대신들이야 깊이  

꾸짖을 것도 없다 하지만 명색이 참정(參政)대신이란 자는 정부의 수석임에도 단지  

부(否)자로써 책임을 면하여 이름거리나 장만하려 했더란 말이냐. 

김청음(金淸陰)처럼 통곡하며 문서를 찢지도 못했고, 정동계(鄭桐溪)처럼 배를 가르지도 못해  

그저 살아남고자 했으니 그 무슨 면목으로 강경하신 황제 폐하를 뵈올 것이며 그 무슨  

면목으로 2천만 동포와 얼굴을 맞댈 것인가.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2천만 동포여, 노예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기자 이래 4천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아아 을사늑약으로부터 104년이 흘렀다. 

기축년의 이등박문은 누구이냐? 이등박문이 동양삼국 평화를 입에 올렸더냐? 지금의 이등박문은 재벌은행이 누구를 위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는가?

기축년의 이완용은 누구고 박제순은 누구냐?

대대손손 경제를 망친 자로 역사 한 페이지를 더럽힐 자들의 이름이나 알자꾸나.


아아 명색이 경제학도로서 재벌은행 속도전을 막지 못한 죄를 어찌 씻을 수 있단 말인가? 


민주당 지도부는 1997년 외환위기 발발 직후에 김대중씨가 당선된 뒤에도, 신설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구 재정경제원 밑에 두는 것을 합의해준 전과가 있는 자들이다. 당시 당선자의 호령으로 마지막 순간에 바뀌었다. 


필자는 그것을 막는데 기여한 것을 조그만 자랑으로 간직해 왔다. 오늘 처음 밝힌다. 그러나 지금 그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동안 11년여, 재벌과 관료와 부패정치인의 힘으로 금융감독기능은 답보상태였다. 그러다가 이명박정권이 금융위원회를 신설하여, 금융감독이 적시에 이루어지는 것을 아예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감독기구의 손발을 묶어 놓고서, ‘금융감독기능이 충분히 향상되었기 때문에, 재벌이 은행을 소유, 지배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자들을 장지연은 xyz보다 못한 자라 매도하셨다.   


제2 외환위기, 제3 금융위기, 대공황뒤 세계 최악의 위기하에서, 왜 이런 악법이 통과되어야 한단 말인가?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투기부패자본의 영토로 전락해야 한다는 말인가? 

심부름꾼이 최고로 나쁘기 때문인가?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가 제일 약하기 때문인가?

한국 주권자의 힘이 미약하기 때문인가?


이제 필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정치 권력자는 없다. 힘을 뭉치기만 하면  권력자보다 더 힘이 센 주권자들에게 호소한다. 재벌은행의 탄생은 최후의 일각까지 막아야 한다고 말씀 올린다.


재벌은행은 우리 경제를 후퇴시키고,  우리 살림을 더 쪼들리게 하고, 우리 자손들이 다시 일본경제의 노예화하는 길은 넓힐 것이다. 중소기업 경영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종국에는 재벌도 망한다.  xyz보다 못한 심부름꾼들의 반역을 주인이 뭉쳐서 봉쇄하여야 한다.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로, 이메일로, 글로, 행동으로 주권자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몇 시간 지난 뒤


할일을 다 한 뒤에


방성대곡 대신


승리의 찬가를 불러야 하지 않는가?


나라 주인의 승리를 자축하는 찬가를!


3월 3일이 시일야 방성대곡이 아니라

           시일야 방가승리(放歌勝利)가 될 수 있기를



* 이글을 쓰기 전에는 장지연 선생이 ‘시일야 방성대곡’에서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을 거명한 줄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나는 청음 선생의 친형인 선원 김상용의 후손이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의 첫머리에 두 형제에 관한 부분이 일부 소개되었다. 

부끄러운 후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였지만, 능력도 모자라고 노력도 부족하였다. 작게는 조상님께, 크게는 5천만 동포에게 죄를 청한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 산천을 떠나려 하랴마는

시절이 하수상하니 올동망동 하여라 (지은이: 청음 김상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