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스미스 바로 알자

2012. 8. 10. 16:39경영과 경제

[한겨레] 아담 스미스와 자유주의 박순성 지음 풀빛 펴냄·1만5000원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 또는 고전파 정치경제학에 대한 관심은 현대자본주의의 위기와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라는 두 가지 현상을 통해서 크게 증가하였다. 대체로 스미스는 경제적 자유주의 또는 자유방임사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사상은 훨씬 복잡하다. <국부론>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과 자유시장경제가 국가의 부와 사회의 복리후생 증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고 한다면, <도덕감정론>에서는 개인의 이기심이 아니라 사회적 이타심, 곧 사회적 관심을 사회의 구성원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미스의 경제사상에 놓인 이러한 이론적 간극은 사실상 자유주의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일정한 관련을 가진다. 박순성 교수의 <아담 스미스와 자유주의>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서 스미스를 자유주의를 이해하는 통로로서 설정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스미스를 분석·해부함으로써 우리의 단순화한 스미스 이해 그리고 우리의 단순화한 자유주의 이해를 한걸음 더 심화시켜 주고 있다.

고전 정치경제학 재평가 개인·시장·경제 넘어선 '유연한 자유주의' 주장 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심을 통한 사회적 복지 증진이라는 주장뿐 아니라 경제논리와 정치논리의 분리를 주장한 학자로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스미스는 이미 경제질서와 정치질서는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국부론>에서 잘 알고 있었다. 스미스는 자신의 처지를 향상시키려는 개인의 이기심이 사회적 부와 번영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이러한 사회적 발전에 장애가 되는 여러 제도와 법규들을 자연적으로 소멸시킨다고 주장하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사회 제도와 법규들은 그 사회 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만들어지며 또한 이러한 법규와 제도는 바로 경제정책이 되어 경제의 운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일관되게 파악하여 그 내적 갈등을 중심으로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분석한 박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스미스의 사상에서 경제질서가 완벽히 도덕질서를 지배하지 못하고, 또한 사회제도는 경제질서로부터 자생적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곧 근대시민사회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경제영역의 외부에서 경제영역에 영향을 주는 정치영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미스의 고전경제학은 이후의 신고전파 경제학과 구분되는 ‘정치경제학’이 된다.

이러한 이해는 자유주의에 대한 다양한 해석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주지하듯이 자유주의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여기서 박순성 교수의 연구는 스미스의 자유주의가 지닌 초기적 비판의식을 한층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를 바로 스미스 자유주의의 현대성으로 제기하고자 한다. 통상 알려진 ‘보이지 않는 손’의 비유는 스미스의 사상에서는 하나의 이론적 비유이었지만 이후에 실재하는 원리로 격상되었다. 결과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과 이기심의 역할은 과대평가되었는데 이는 스미스가 당시 대상인과 대자본가에 의해 지배당한 중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다른 반대 방향으로 한껏 당겨본 것’(경제적 자유주의)을 21세기의 현대에 부적절하게 적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다양한 저작을 중심으로 살펴본 스미스의 사상에는 이미 개인주의적 접근뿐 아니라 총체주의적 접근법이 존재하며, 경제현상과 정치현상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자유방임주의 사상뿐 아니라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비판적이고 적극적인 국가론의 사상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해는 자유주의의 극단적이고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서 21세기 현대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기여하는 한층 유연한 자유주의, 곧 비판적 자유주의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자유주의는 현대의 사상으로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다.

안현효/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 교수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