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재심 촉구” 민주화 인사들 힘 보탠다

2012. 8. 29. 05:08정치와 사회

“강기훈 재심 촉구” 민주화 인사들 힘 보탠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 글자크기
ㆍ각계 200여명 모임 결성… 간암 치료모금운동도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인사들이 28일 한자리에 모였다. 1991년 ‘유서대필 조작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강기훈씨(48)의 재심을 촉구하는 단체가 발족하는 자리였다. 이 단체는 1980~90년대 강씨와 함께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등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이들이 주축이 됐다. 현재 강씨는 간암으로 투병 중이다.

이창복 전 의원이 상임대표를 맡은 ‘강기훈의 쾌유와 재심개시 촉구를 위한 모임’이 이날 저녁 서울 향린교회에서 발족식을 했다.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정성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이부영 전 의원, 민주통합당 인재근·신계륜·민병두 의원,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 등이 공동대표를 맡은 이 모임은 지난 6월 강씨의 간암 투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추진됐다. 시민사회·정계 인사 200여명도 함께했다.

28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열린 ‘강기훈의 쾌유와 재심재개 촉구를 위한 모임’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이날 발족식은 최근 그의 건강상태와 재심 진행상황을 알리는 순서로 시작했다. 그는 지난 5월 말 암세포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으나 체력이 약해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재심 진행상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이석태 변호사 등 변호인단은 “대법원은 3년째 기록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의 20년 지기 원일형씨(48)는 “그는 아이가 어렸을 때 어디에서 들었는지 ‘아빠가 정말 그랬어?’라고 물었을 때 죽고 싶었다고 했다”며 “그 상처를 안고 21년을 살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그에게 이 짐을 짊어지게 해야 하느냐”며 “자식들에게 떳떳한 아비가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울먹였다.

강씨와 함께 전민련에서 활동했던 정봉주 전 의원은 감옥에서 편지를 보내 “일어나리라 믿는다. 이 땅의 진실과 정의를 믿는 모든 사람의 의지를 모아 믿고 또 믿는다. 강기훈이 일어나리라는 것을”이라며 강씨의 쾌유를 바랐다. 이 편지는 정 전 의원의 부인이 낭독했다.

모임은 강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재심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과 치료비 모금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다음달 20일 서울시립대 강당에서 ‘강기훈을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이라는 음악회도 열 예정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선 경선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 정혜신 박사 등도 재능기부를 하며 ‘강기훈 지킴이’로 활동 중이다.

강씨는 전민련 총무부장이던 1991년 서강대에서 분신자살한 김기설 전민련 사회부장(당시 25세)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김씨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돼 3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원회는 2007년 11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심을 권고했다. 강씨는 이를 근거로 서울고법에 재심 개시를 청구해 2009년 9월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검찰의 이의 제기로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으나, 대법원은 3년째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