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수수께끼…콘도르보다 큰가, 수리와 독수리의 차이

2013. 2. 27. 19:51자연과 과학

 

독수리 수수께끼…콘도르보다 큰가, 수리와 독수리의 차이

김영준 2013. 0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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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야생동물 구조 24시

독수리의 모든 것…유전자 분석 결과 콘도르는 황새류에 가까와

몽골에서 새끼만 오는 유별난 한국 독수리

 

이번에는 독수리에 대한 일반적인 자료를 올려봅니다. 이 글의 많은 부분은 인터넷 공유자료 싸이트인 위키피디아의 해당 항목을 참고하였습니다만 아시아쪽 자료는 충분해 보이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하늘의 제왕'이 과연 독수리인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죠.

 

1.JPG » 창공을 힘차게 날고 있는 어린 독수리입니다.
 

명칭

 

독수리의 학술적인 이름은 아이기푸스 모나쿠스(Aegypus monachus)라는 학명입니다. 아이기푸스, 아이기피오스 혹은 에지푸스라는 학명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에지푸스는 불리스라는 아줌마의 아들(아버지는 안테우스)인데, 티만드라라는 한 과부와 정을 통했답니다. 이 사실을 안 티만드라의 아들인 네오프론은 못마땅하게 여겼겠죠. 네오프론은 작업을 하여 에지푸스가 티만드라를 만나러 올 때 계획적으로 에지푸스의 친어머니인 불리스를 침실로 끌여들여서 결국 근친상간이 일어나게 만들어버립니다.

 

에지푸스는 잠에 골아 떨어졌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불리스는 칼을 빼들어 에지푸스의 눈을 뽑고 자신은 죽으려 합니다. 결국 이 사실을 안 제우스가 에지푸스와 네오프론은 독수리류로, 눈 뽑는 걸 좋아하는 불리스는 아마도 왜가리류로, 티만드라는 박새류로 바꾸어 놓습니다.

 

독수리의 속명이 아이기푸스, 이집트독수리의 속명이 네오프론이 된 것은 이런 유래가 있습니다. 아이기푸스 모나쿠스의 종명 모나쿠스(monachus)는 몽크(monk) 즉, 수도승이라는 라틴어를 기원으로 하죠.

 

머리가 벗겨지고 목 주위에 난 깃털이 후드를 뒤집어 쓴 모습이어서 그랬나 봅니다. 독일어인 묑크스가이어(Mönchsgeier)를 직역하여 만들어졌다고도 하는 독수리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몽크 벌쳐(Monk vulture)입니다.

 

영어권에선 키네러스 벌쳐(Cinereous vulture)라고도 부른답니다. 키네러스(cinereous)는 라틴어로 밝은 잿빛을 뜻합니다. 원래는 블랙 벌쳐(black vulture)라고도 불렀지만 북미에 서식하는 또 다른 블랙 벌쳐인 코라기프스 아트라투스(Coragyps atratus)라는 종과의 이름 혼동을 피하기 위해 재색독수리로 이름을 새로 만들었답니다.

 

독수리는 수리과(Accipitridae)에 속하며, 수리과에는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 맹금류인 검독수리나 흰꼬리수리, 솔개나 말똥가리, 개구리매나 참매, 새매 등이 포함됩니다. 구대륙에서는 가장 큰 독수리류 중 하나입니다.

 

북미에 서식하는 또 다른 신대륙독수리들은 사실 이러한 구대륙독수리와는 유전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외형이나 생태학적 지위가 유사한 점이 있는데 이를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라고 한답니다. 이러한 수렴진화는 일반적으로 우연에 의한 무작위적인 과정이 유사성을 가져온다는 진화론이지요. 출발은 다르지만 기능적인 면에서 비슷한 결과로 진화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2.JPG » 죽은 고라니를 먹이로 제공하자, 그 위에 앉아 먹이를 뜯고있는 어린 독수리. 나이가 들면 머리의 털이 더 벗겨지고, 색은 짙은 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번대수리를 아시나요?

 

독수리의 이름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해보시죠. 우리나라에서는 맹금류나 생물에 대한 이름이 그리 많이 나뉘어져 있지 않습니다. 특히 조류가 그러한데 독수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대머리수리, 북한에서는 번대수리, 번대머리수리라고도 부르며(번대는 평양사투리로 대머리를 뜻한답니다). 한자로는대머리 독(禿), 수리 취(鷲)로 씁니다.

 

그런데 이 수리 취라는 한자를 독수리 취라고도 합니다. 독수리의 독은 이미 대머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죠. 우리말의 수리라는 것은 대형의 맹금류를 뜻합니다. 그런고로 번대수리, 번대머리수리가 더 맞지요.

 

독수리라는 것은 쉽게 보자면 한자어와 한글이 뒤섞인 결과입니다. 즉 염소와 같은 셈이죠. 염(髥)에 '수염이 난 소'란 의미가 있는데 다시 소를 붙여 염소라 부릅니다. 독수리에 다시 대머리를 붙여서 대머리독수리라 부르는 것은 결국 번대번대수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영어로는 벌쳐(vulture)와 이글(eagle)로 나뉩니다. 벌쳐는 주로 청소동물 노릇을 합니다. 이들이 바로 독수리류이죠. 수리는 이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리는 흔히 단독으로 사냥을 할 수 있는 진짜 맹금류입니다.

 

독수리는 사납다기보다는 순한 녀석들입니다. 덩치만 크고 힘은 세지만 다른 동물들을 잘 해코지 하지 않고, 눈치를 많이 보는, 눈 맑은 조류입니다.

 

흰머리독수리라는 종은 없습니다. 흰머리수리(Bald eagle)가 있죠. 흰꼬리독수리도 없습니다. 흰꼬리수리(White-tailed sea eagle)가 있습니다. 문제는 검독수리입니다.

 

어원은 여러 출처가 있는데, 검둥수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만 검수리 혹은 금수리(영어로는 '골든 이글'이라고 합니다. 뒷덜미의 깃이 햇볕을 받으면 정말 금색으로 빛납니다)로 부르고자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검-독수리일지, 검독-수리일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명칭의 혼동을 가장 많이 불러오는 이름일 것이라 생각되는 군요. 수리부엉이를 독수리부엉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수리부엉이의 영명은 '이글 아울'(eagle owl, Bubo bubo)입니다. 정리하자면, 이글은 수리이고 벌쳐는 독(禿)수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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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포

 

독수리는 유라시아 대륙에 분포하는 종입니다. 유럽쪽으로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서식하고, 남부 프랑스에는 도입된 개체군이 있답니다. 간혹 그리스와 터키를 거쳐 중동에도 나타나기도 하며, 아프가니스탄과 북부 인도까지도 출현합니다.

 

몽골에서도 번식을 하며 한국에는 주로 겨울철새로 날아들고 있죠. 2000년대 초반부터 제주도에도 독수리가 나타났으며, 이 개체군은 여름철에도 제주도에서 머물고 있음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텃새로 지내는 반면, 동아시아권, 특히 몽골에서 번식한 개체군은 겨울철 추위가 심하여 한국과 중국으로 넘어오는데, 어린새일수록 한국을 찾는 경향이 강합니다.

 

연구를 보면, 상당수의 성체 개체들은 몽골 서식지에 겨울 동안 남지만 어린 개체들이 대개 이주하며, 현재 북한 상공은 거의 그냥 지나쳐서 한국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070902112905!Aegypius_monachus_dis.PNG » 독수리의 번식지(초록)와 계절 이주 지역(파랑). 자료=위키미디어 코먼스
 

서식지

 

일반적으로 산악성 조류이며, 특히 고위도지역의 들판과 같은 건조 개활지를 선호하는 듯합니다. 흔히 인간의 방해가 적은 오지를 서식지로 선택합니다. 이러한 개활지나 초지, 산림성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 사체를 주로 먹고 살죠.

 

유럽과 중동에서 발견되는 독수리는 일반적으로 100~2000m 고도에서 발견되지만, 중국과 티벳의 아시아 개체군은 800~4500m까지 다양하고 더 높은 지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어린 개체들은 겨울철 적설량과 여름철의 더운 날씨를 피해 먼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동과 관련해서는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생태지도서비스를 방문하시면 우리나라와 몽골을 오간 독수리의 이동궤적을 날짜별로 자세히 살펴보실 수도 있습니다.

 

생김새

 

독수리는 생존한 맹금류 중 가장 큰 맹금류의 한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콘도르가 약간 더 크기는 하지만, 현재는 진성 맹금류와는 차이가 있는 종으로 보고 있죠. 유전적으로 보았을 때 콘도르는 황새류에 더 가까운 종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크기로서는 히말라얀 그리폰 독수리(Himalayan Griffon Vulture)가 거의 필적할 만한데, 거의 비슷한 날개 길이와 체중이지만 목만 약간 더 깁니다. 하지만 가장 큰 독수리의 체중이나 크기는 히말라얀 그리폰 독수리의 기록을 넘어선다는군요. 길이는 일반적으로 98~120㎝이고 편 날개 길이는 2.5~3.1m 정도입니다.

 

체중은 흔히 7~14㎏ 정도인데, 한국에서 그동안 측정해 보니 보통 7~9.5㎏ 사이를 유지하며 10㎏이 넘는 개체는 보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독수리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비행하는 조류가 될 수 있죠.

 

유럽 쪽의 개체는 중아아시아나 극동아시아의 개체군에 비해 10% 정도 작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계측치를 보면, 날개 길이 73~89㎝, 꽁지깃 길이는 33~41㎝, 부척골 길이는 12~4.6㎝ 정도랍니다.

 

6.JPG » 독수리의 골격표본입니다. 일반적으로 조류는 깃으로 덮여있어 그 크기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의외로 매우 작은 골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수리의 깃은 전체적으로 검습니다만, 나이가 들수록 짙은 갈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성체의 머리에는 깃이 많이 빠지기는 하지만 머리꼭대기는 갈색의 부드러운 솜털로 덮여져 있죠. 어린 새들은 짙은 검은 갈색인데,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검은색으로 보입니다.

 

아주 두툼한 부리는 청회색이며, 부리의 절반 이상은 검은 뿔색입니다. 생존하는 수리류 가운데 가장 큰 부리라고 할 수도 있죠. 노출된 부리 길이만 8–9㎝에 달합니다.

 

날개 끝은 톱니처럼 갈라진 수리류의 특징을 보이죠. 아주 넓고 길어서 헛간의 문짝처럼 보인다고 표현합니다. 비행은 일반적으로 느리지만 탄력 있게 보이며, 필요하다면 힘찬 날개짓도 합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는 독수리와 혼동될 만한 종은 없어 보입니다.


습성

 

독수리는 다른 거의 대부분의 구대륙독수리와는 달리 번식지나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단독으로 생활합니다. 대형 사체가 있거나 먹이를 주는 곳(독수리 식당, 벌쳐 레스토랑이라고 부르죠)에는 소규모로 모이고, 보통은 12~30여 마리로 보고되었습니다만, 월동지인 한국에서는 많게는 300여 마리까지 한꺼번에 모이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죠. 한국의 상황이 좀 남다른가 봅니다.

 

7.JPG » 이른 아침 들판에 나와 볕을 쬐고 있는 독수리의 소규모 무리입니다. 등판에 서리가 내린 것이 보이시죠?
 

일반적으로 느슨한 거리를 두고 집단을 형성하여 둥지를 틉니다. 같은 나무나 바위, 절벽 등을 이용합니다. 스페인에서 보고된 바로는 300m에서 2㎞ 간격을 두고 둥지를 튼다고 하는군요.

 

번식기는 2월에서 늦게는 8, 9월까지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를 찾는 몽골 개체군은 3~5월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가장 흔한 구애행동은 짝을 지어 같이 비행하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암수가 알에서 깬 새끼를 함께 기르며 둥지는 나뭇가지 등을 엮어 만듭니다.

 

둥지의 너비는 1.45~2m, 높이는 1~3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합니다. 사람이 올라서도 무너지지 않는다는군요. 매년 둥지를 보수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그 크기가 해가 갈수록 더 커집니다.

 

알은 일반적으로 하나를 낳으며, 간혹 2개를 낳는 경우도 있습니다. 포란 기간은 50~62일 정도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태어난 새끼는 약간의 털을 가지고 있죠. 약 104~120일 정도가 되면 둥지를 떠납니다만 2개월 정도 더 어미의 도움을 받습니다. 위성추적을 해 보니 태어난 지 5.7~7개월 정도까지는 어미의 돌봄을 받고 떠나는 것이랍니다(이소 후 2~3개월 정도를 더 머문다는 의미죠).

 

부화율은 90%가 넘을 정도로 높고, 50%가 넘는 어린 개체들이 성조로 자랄 수 있답니다. 먹이는 주로 토해서 새끼를 먹이며, 암수 모두 둥지를 지키고 먹이를 구해줍니다. 인간을 제외하고서는 천적이 거의 없으며, 39년까지도 생존할 수 있지만 20년 이하로 생존하는 것이 더 흔하답니다.

 

먹이

 

다른 독수리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대부분 청소동물로서 살아갑니다. 먹을 수 있는 모든 동물을 먹는데 포유류부터 어류, 파충류까지 먹습니다. 티베트에서 관찰한 결과 가축, 야생 혹은 가축화된 야크를 비롯하여, 티베트푸른양, 피베트가젤, 티베트당나귀, 멧토끼,히말라야 마멋, 양, 그리고 천장(天葬) 혹은 조장(鳥葬)한 사람까지도 먹습니다.

 

독수리는 가장 강력한 부리를 가지고 있죠. 그래서 질긴 가죽을 찢거나 갈비뼈 등도 부러뜨릴 수 있습니다. 독수리는 여우나 그리폰 독수리 등과 같은 청소동물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청소동물이랍니다. 간혹 독수리가 거북이 등을 사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거북이를 들고 날아서 바위 위에 떨어뜨려 깨먹는 행동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8.JPG » 바짝 마른 논에서 고라니를 뜯어먹고 있는 어린 독수리입니다.  

 

9.JPG » 고라니 수컷의 머리 부분입니다. 이렇게 알뜰하게 발라먹을 수 있을 만큼 부리의 힘은 뛰어나죠. 매우 빠르게 사체를 소비하기 때문에 남은 사체를 통해 번질 수 있는 질병의 확산을 막거나 파리나 기타 해충의 집단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기능을 생태계 내에서 수행합니다.

 

독수리는 매우 높은 고도에서도 비행이 가능합니다. 이는 혈액 내에 높은 산소 결합력을 갖도록 특수화한 헤모글로빈 알파 델타 체인이 있어 대류권의 저산소 상태에서도 충분히 산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10.JPG » 독수리는 물어뜯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니 작은 뼈도 부숴뜨리고, 질긴 가죽도 찢어냅니다. 사육장에 두면 뜯을 수 있는 것은 다 뜯어내는데, 실내 계류장에 있는 콘센트까지 끄집어 내서 다 뜯어버렸습니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죠. 이렇게 독수리는 계류장의 시설을 다 파괴(?) 시켜버리기도 합니다.


독수리는 먹이를 멀리서 찾아야 하므로 아주 좋은 시력을 가진 동물로 알려져 있죠. 한국에서는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하늘을 널리 날면서 한 개체가 먹이를 찾아내서 땅으로 내려가면, 먼 곳에 있던 다른 개체들도 재빨리 이동을 합니다. 생존에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시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11.JPG » 다른 조류와 마찬가지로 안구에는 공막소골이라는 골편으로 만들어진 뼈가 존재합니다.


전 세계 현황과 보전 실태

 

독수리는 지난 200여 년 동안 역사적으로 분포했던 곳에서 개체군이 점점 감소되어 왔습니다. 주로 그 이유는 늑대나 개 등을 죽이기 위해 독약이 든 먹이를 뿌렸고, 이를 먹고 죽는 경우가 다발했기 때문이며, 축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위생표준을 강화하면서 들판에 폐기되는 가축 폐사체의 감소도 먹이부족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축의 폐사체를 소각하거나 매장하도록 하고 있어 더욱 먹이를 찾기가 어렵지요. 현재 국제적으로는 멸종위기 임박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43-1호로 지정되어 있고, 환경부 멸종위기종 2급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이 동영상은 밀렵된 오리를 뜯어먹다 박혀있던 납탄을 먹고 급성으로 중독되어 응급치료가 필요한 독수리의 모습입니다.

 

또 다른 위협요인은 사냥입니다. 지금도 러시아와 중국에서는 독수리를 빈번하게 쏜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아마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번식지의 파괴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낮은 곳에 위치한 둥지에서는 알을 빼기도 쉽고, 땔감으로 쓰기 위해 둥지를 훼손하는 경우도 많았답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알바니아, 몰도비아, 루마니아 등 유럽의 절반이 넘는 지역에서 멸종했고 모로코, 알제리와 같은 북서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번식 개체군이 사라졌답니다. 이스라엘에도 더는 둥지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죠.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독수리를 보전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하여, 보호정책과 먹이제공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1970년대에는 200쌍에 불과했던 번식쌍이 1992년도에는 약 1000여 쌍으로 늘어났답니다. 이 개체군은 현재 포르투갈로 그 서식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불가리아와 그리스에서는 천천히 개체군이 회복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재도입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랍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전세계 개체군은 약 4500~5000 개체로 추정하고 있답니다.

 

 

중독이 된 것으로 확인이 되면 되도록 빨리 중독물질을 제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해독제를 우선 투여하고, 흡입마취를 실시하여 호흡기로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한 뒤, 소화기관(식도와 먹이주머니, 위)에서 중독된 먹이물질을 제거합니다.


우리나라의 현황과 보전 실태

 

우리나라에서 주요 위협 요인은 중독 사고(밀렵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중독이나 너무 부패한 먹이를 먹고 발생하는 식중독), 굶주림, 총상, 전선 충돌 등으로 인한 골절 사고와 질병 등이 있습니다.

 

12.JPG » 농약먹은 오리류를 먹고 2차 중독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어린 독수리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축산물의 야외 폐기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먹이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약 15년 전부터 먹이를 주기 시작하는 지역이 있어 현재는 경기도 파주, 연천, 강원도 철원과 춘천, 양구, 화천 등지와 충남 천안, 아산, 서산 등지, 전남의 해남, 순천, 구례, 광양 인근, 경남의 산청, 하동, 진주, 사천, 고성, 통영 등지에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파주, 경남 산청, 고성, 충남 아산, 서산 등지에서 간헐적으로 민간단체와 관공서에서 독수리의 먹이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먹이가 일반적으로 도축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포함되어 있거나, 가축 농장에서 나온 폐 사체 등도 활용되고 있어 잠재적 질병의 문제가 남아 있고, 일반적인 정육을 제공하기에는 가격이 비싼 문제가 존재합니다.

 

또한 독수리를 한 장소로 모이게 만들면 질병의 확산이 대규모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어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수많은 당사자들 간의 지속적인 협의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덴버동물원과 몽골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독수리에게 날개 표지(Wing tag)를 달아왔고, 위치 추적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수의 독수리에게 구조센터나 정부 연구자들이 표지를 달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지는 독수리 야외 인식을 정확하게 해주어 어떤 개체인지 알아볼 수 있게 해줄 뿐더러, 얼마나 오래 살고 어떤 곳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13.JPG » 전봇대에 앉아 있다가 전기줄과 잘 못 닿게 되면 감전되어 죽기도 합니다. 농촌에 깔린 전봇대는 독수리에게 간혹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14.JPG » 야생으로 돌려 보내기 위해, 최종적인 비행능력 검증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15.JPG » 방생 준비가 된 독수리는 여러가지 검사를 진행하고, 최종적인 방생프로그램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독수리에게 물리면 심각하게 다칠 수 있으므로 눈을 가릴 수 있는 후드를 제작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16.JPG » 방생 전 독수리의 일반적인 크기를 측정하여 기록하고 있죠.

 

17.JPG » 다리에는 금속 가락지를 달고, 날개에는 윙택을 달고 나갑니다. 향후 생존하는 기간 동안 우리는 52번이라는 개체를 오랫 동안 야생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2년도에 전남 순천에서 부착한 위치 추적 장치로 살펴본 독수리의 이동 경로입니다. 한반도 남쪽에서 몽골로 이동할 때는 지리산의 동쪽 사이를 따라 북으로 이동하며, 경북 고령과 성주, 김천, 충주를 거쳐 강원도 횡성을 따라 2일만에 북상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18.jpg » 2012년 전남 순천에서 월동하던 독수리의 북상 경로. 이동은 4월 중순에 이루어졌다.
 

글·사진 김영준/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수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