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탈무드’만들어 자기지도력 배양하자 3

2014. 12. 20. 09:34경영과 경제

‘한국형 탈무드’만들어 자기지도력 배양하자
‘정신적 선진국’을 향한 힘찬 출발!
 

과거 고통 재현한 교과서

 

가난도 가난이지만 아일랜드는 800년에 걸쳐 가혹한 식민통치를 받아왔다. 그러나 노벨 문학상 수상자 등 뛰어난 문인과 과학자들을 여럿 배출했다. 뿐만 아니라 가난과 식민통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 간 아일랜드계 후손들 중에서 존 F. 케네디,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등 미국 대통령이 4명이나 배출됐다. 이는 아일랜드 국민이 긍정적으로 자기 이미지를 정립하고 있다는 생생한 역사 자료다.

이들은 자기 동기부여 교육 교재를 개발하는 노력에도 정열을 쏟았다. 과거의 가난과 식민통치의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과거 고통의 재현 작업에 나선 것. 아래 그림은 농촌의 가난한 노부부가 버터 한 통을 만들어 팔러 나가는 모습과 그들이 돌아다닌 수백리 길을 지도에 표시한 것이다. ‘1845∼51년의 대기근을 극복한 이야기(How I survived the Irish Famine)’를 주제로 하는 교육용 도서는 어느 서점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2000년대 아일랜드가 일군 경제기적의 중요한 요인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들고 있다. 그 결과 아일랜드 정부는 기업이 내는 세금을 유럽에서 가장 싼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노조는 파업을 줄이고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억제하기로 합의했다. 또 기업은 근로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해고가 쉬워지자 기업은 근로자를 더 많이 채용한 것이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실업률이 대타협 이전의 18%에서 2005년 4.2%로 떨어졌다. 1995년 이후 아일랜드의 연 평균 경제성장률은 유럽 평균 2.5%의 3배가 넘는 8.8%였다. 오늘날 세계 10대 제약회사 중 9개가 아일랜드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인텔, 오라클 등 첨단 직종에 종사하는 기술직 종업원 중 55%만이 아일랜드 출신이고, 32%가 EU(유럽연합) 국가, 12%가 기타 외국인일 정도로 사람 구하기(직장 구하기가 아니라)가 어려운 나라가 됐다.

이제 우리가 갈 길은 어디인가. 우리 역사 속에도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자료가 많다. 뿐만 아니라 권위 있는 국제기구에서 발표하는 보고서는 잇달아 한국민의 우수성을 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s Assessment)는 지난 5년간 OECD 41개국 중·고등학생(한국 학생 1만2000명 포함 총 88만명) 학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 학생이 문제해결(problem solving) 능력에서 세계 1위, 수학과 과학 실력에서 세계 3∼4위 수준에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2005년 5월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는 한국의 기술개발 능력이 세계 2위에 이르렀다고 보고했다.

‘한국형 안식일’

이렇게 우수한 자질을 가진 민족이 왜 1인당 국민소득 세계 49위(세계은행의 ‘세계개발지수 2005’ 보고서)의 2류 국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까. 이는 지역감정, 집단 이기주의, 취약한 노사관계 등이 국력신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문화운동을 제안하고 싶다. 주말 이틀 중 하루는 물질적 생활을 떠나(금식까지는 아니어도 절식이라도 하면서) 정신을 다스리는 날, 즉 ‘한국형 안식일’로 삼자는 것이다.

우리도 과거 아일랜드 못지않게 굶주렸고 강대국의 침략에 시달렸다. 이런 위기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우리 역사 속에 무수히 존재하는 (쿤켈의 표현에 따르면) ‘자아 파멸의 위기’를 재현하는 박물관을 지역마다 만들어보자. 또 ‘한국형 탈무드’를 출간, 이를 국민 교과서로 삼아 ‘한국형 안식일’에 가족 혹은 직장동료끼리 둘러앉아 읽으며 ‘공동체를 위한 창조적 삶’을 생각하는 생활문화를 창조하자. 이런 정신적 토대가 형성돼야 아일랜드가 실현한 노사정 대타협도 가능해지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못 잡아 일생 실업자가 되는 비극의 시대도 막을 내릴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형 탈무드’에 들어갈 콘텐츠는 무엇이어야 하며, 그 작업은 누가 해야 할까. 다행히 우리는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으니 한국형 탈무드 사이트를 만들어 국민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수렴, 후대에 들려주고 싶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올리도록 하면 어떨까.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존재할 수 있도록 선조들이 이겨낸 수난의 이야기,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정신 에너지, 즉 ‘자기 동기부여’에 힘을 실어줄 이야기를 발굴해 올려보자. 이렇게 올려진 내용을 민생 차원, 기업 차원, 국가 차원으로 분류, 정리해가면 해가 갈수록 충실해지는 한국형 탈무드가 완성될 것이다.

독립기념관이나 역사박물관에 남아 있는 역사는 국가 차원의 이야기는 될 수 있겠다. 그러면 민생·기업 차원의 이야기는 어떤 것이 될까. 예를 들어보자. 안수길의 소설 ‘북간도’에서 이한복은 경작지가 없어 두만강을 건너가 몰래 농사를 짓다 들킨다. 도강(渡江)죄로 끌려온 그에게 함경도 종성부사 이정래가 다그쳐 묻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