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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13. 05:04정치와 사회

중국비즈 콘서트(10)'중국의 거짓말'-그림자 금융의 속살을 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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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 보면 압니다. 얼마나 많은 중국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는 지 말입니다. 무작 많습니다. 질리죠. 적당한 책 한 권 고르려고 갔다가 헛기침만 하고 돌아옵니다.
 
중국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중국 온 지 3개월 안에 책을 써라. 그렇지 않으면 평생 한 권도 못쓴다'는 말입니다. 중국은 연구하면 할 수록 더 복잡하고, 햇갈립니다. 그러니 책을 쓰려면 대충 알던 초기에 확 써버리라는 얘기죠. 그러니 수박 겉할기 식이죠. 시중에 나온 중국 관련 책 대부분이 '3개월 짜리'라는 얘기도 합니다.
 
며칠 전 책 한 권이 배달됐습니다. '중국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그들이 절대 말하지 않는 금융의 진실'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더군요. 이래저래 바쁜 생활, 책은 나의 손길이 닿기까지 책꽂이에 누어 며칠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또 다른 '3개월 짜리'책이겠지..."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퇴근하며 책이 눈에 들어오기에 가지고 왔습니다. 밤 늦게야 책을 열었습니다. 와~, 재미있었습니다. 날 새는 줄 모르고 읽었쬬. 아, 이런 책도 있었구나...중국 경제의 속살을 헤집어 보는 즐거움이었습니다. '3개월 짜리'책이 아니었던 겁니다. 추석 연휴, 중비콘(중국비즈니스 콘서트)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오늘 여러분과 중국 경제의 속살을 살펴보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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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금융정책 기관인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에서 일해 봤고, 홍콩의 UBS에서도 11년 동안 근무하기도 했다. 홍콩 최고의 중국 경제 전문가라는 찬사도 들었다. 책의 저자 장화차오(張化橋)의 경력이다. 그런 그가 2011년 어느 날 UBS에 사표장을 던진다. 완수이(万穗)소액대출회사라는 회사를 경영하기 위해서였다.
 
"What? 장화차오가 직원 50명이 전부인 대부회사로 옮긴다고?" 이 소식은 홍콩 금융계를 놀라게 했다. "최고의 어낼리스트인 장화차오가 고리대금업자로 변신한다"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그가 말하는 이유는 이랬다.
 
"나는 2010년이후 소액대출 산업을 주시해왔다. 중국 경제에 필요한 분야다. 일이 마음에 들었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 아닌가?"
 
'중국의 거짓말'(장화차오 지음, 한국경제신문 출판)은 대부사업에 뛰어든 한 경제 전문가의 경험담이다. 약 2년 동안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그가 본 것, 그가 만난 사람, 그가 경험한 비즈니스를 가감없이 서술했다. 그가 본 중국 그림자 금융의 진실이다. 중국 경제의 밑바닥을 훓는 책이기도 하다.
 
장화차오가 처음 부딛친 것은 직원들의 모럴헤저드다. 회사 고위관리자가 돈을 대출해주면서 해당 기업의 스톡옵션을 받은 것이다. '내가 너 회사에 돈 나갈 수 있도록 해줄테니, 대신 너네 주식의 일부 나 주라. 상장하면 나도 떼 돈 벌어보자...' 그런 식의 거래였다. UBS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그는 즉각 대출 회수를 지시했고, 관리자들에게 경고를 했다.
 
중국 금융업계, 아니 모든 산업에 널리 퍼져있는 '어둠의 결탁'이요, 돈을 매개로 맺어지는 부패다. 은행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공무원이 끼어든다면 정부-은행-기업으로 연결되는 완벽한 부패의 3각 편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 그가 싸워야 했던 것은 규제다. 이런 식이다.
 
'소액대출회사가 성공하려면 음식점, 찻집, 꽃집, 가구점 등 고객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국은 설립 승인(광저우 시 정부의)을 받은 10개의 소액대출회사 모두를 창디(長堤)거리에 모았다. 심지어 같은 건물에 사무실을 임대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이 그 건물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86p)
 
무릇 CEO란 고객을 응대하고, 직원을 독려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등 큰 일을 해야할 사람이다. 그러나 장화차오는 법인 등기를 하느라 관공서 쫓아다니는 일에 수 개월을 써야 했다. 공무원들에게 술과 식사 대접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술과 식사를 대접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비위를 마추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투자업체 법인장들이 공감할 얘기다.
 
책은 중국 금융의 핵폭탄인 그림자 금융을 다룬다. 얘기는 사모투자회사를 경영한다는 텅진융(騰金勇)이라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텅진융은 금융을 잘 모른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공무원들과 어울리며 꽌시를 맺는 것 뿐이다. 명함에는 'OO사모투자회사 총경리'라고 쓰여있지만, 이 회사의 직원은 미모의 여비서 단 한 명이다. 그는 '관씨 활동'을 통해 투자 대상을 찾는다. 대부부분 지방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국유 기업이거나, 건설프로젝트가 대상이다. 그래야 접근하기가 쉽다. 공무원은 술과 적절한 돈으로 후릴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그 다음부터는 은행이 다 알아서 해준다. 해당 기업이나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자산관리상품'이라는 것을 만들고, 그걸 창구에서 판다. 일종의 투자상품이다. 상품 계약서에는 '회사가 IPO(기업공개)되면 최고 20~25%의 수익을 낸다'고 적혀 있다. 중국 예금금리는 대략 3%(1년 정기예금 기준)선, 20% 이상 준다는데 끌리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 상품을 사려고 장사진이 연출되기도 한다. 지금도 중국 은행에서, 백화점 상가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각종 자산관리 상품은 그렇게 나온다.
 
그러나 IPO가 어디 쉬운가. 대부분 안된다. 그렇다고 이 상품이 백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가 조항을 만들어 지방정부가 연율 13~14%의 이자율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20~25% 수익률은 미끼였을 뿐, 13~14%가 이 상품의 실제 수익률이다. 그래도 남는 구조다. 텅진융의 말을 들어보자.
 
"일반 투가자들은 5~6%의 이자를 받습니다. 일반 정기예금보다 두 배 정도 높은 수준이지요. 물론 상장되면 대박이고요. 은행이 3~4%를 먹고, 나머지를 선생님과 내가 1~2%를 먹습니다. 50억 위안짜리 거래면 우리가 매년 5000만 위안이 챙기는 셈이지요."(119p)
 
은행으로서도 대 환영이다. 각종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으니 말이다(은행은 예금의 75% 범위 내에서만 대출할 수 있다). 수수료 챙겨서 좋고, 대출규제 피할 수 있어서 좋고...꿩먹고 알먹기 식이다. 2009년 1조7000억 위안에 그쳤던 은행의 자산관리 상품 판매 잔고는  2012년 말 7조1000억 위안(전체 대출 잔고의 11.3%)으로 부풀었다. 이들 자산관리상품은 사실 대출의 변형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이 그림자 금융을 경고하는 이유다.
 
기업이 13~14%의 수익을 내기가 어디 쉬운가? 경영난에 봉착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그래도 걱정없다. 텅진융의 설명은 이렇다.
 
"걱정마세요. (투자 기업이나 프로젝트의 지분을 갖고 있는)시정부가 우리 돈의 안전 상환을 보장하는 조항을 넣습니다. 상업용지 일부를 담보로 설정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죠. 상황이 위태로워지면 그 용지를 회수해 주택단지를 건설하거나, 미개발 토지로 매각하면 됩니다."
 
지방정부는 그렇게 기업이나 SOC건설프로젝트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그림자 금융을 통해서 말이다. 해당 기업이나 프로젝트가 쫄딱 망하면 지방정부가 나서 다 막아주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냥 이뻐서가 아니다.
 
이 사모투자 구조가 더 크게 확대된 게 바로 신탁투자공사다. 65개 신탁투자공사들이 하는 일은 텅진융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처를 개발하고, 이를 은행과 연결하거나 스스로 상품을 만들어 판다. 담보물은 부족하지만 현금 흐름이 뛰어난 부동산 개발업체가 이들의 주 고객이다. 은행의 대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지방정부의 공공사업 프로젝트도 신탁투자와 거래를 한다. 그림자 금융이 부동산개발이나 지방정부에 몰린 이유다. 신탁투자의 상품 판매 잔고는 2012년 말 약 6조 위안에 달했다. 금융업계 대출 잔고의 약 9.5%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들의 행태를 좀더 알고 싶다면 '부채 시리즈'칼럼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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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면 이같은 금융 왜곡은 왜 생겼을가?
'중국의 거짓말'은 좀더 근본적인 이유를 파고든다.
 
저자 장화차오는 지난26년 중국 경제를 '빚이 만든 성장'으로 요약한다.
 
"내가 1986년 중국인민은행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 중국의 명목 GDP는 49.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 대출은 76.4배 증가했고, 그 결과 통화량은 143.9배 급증했다. 중국 경제 성장의 대부분은 대출증가를 통해 촉진됐다는 얘기다."(158p)
 
왜 대출이 이렇게 크게 증가한 이유는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예금금리가 너무 오랫동안 낮게 유지되어 왔다. 이것이 지난 20~30년 인플레이션을 낳았고, 대출의 동반 상승을 불렀다. 당국도 이를 알고 있지만, 현 상태를 변화시키려는 정치적 의지가 없을 뿐이다."(162p)
 
금리는 낮고, 돈이 풀리면 물가는 오르게 마련이다. 그러면 예금하는 사람은 바보다. 자산을 갖고 있는 게 장땡이다. 금, 주택, 그런 거 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급적 대출을 받아 돈 되는 자산을 확보해 두는 게 훨 낳다. 예금금리가 낮다는 것은 평범한 저축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워 은행대출을 받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너도 나도 대출 받아 집을 산다. 기업은 가급적 많은 대출을 받아 시설을 늘린다. 그러니 부동산 시장이 확 달아오르고, 산업계는 과잉설비로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중국 경제의 두 고질이 바로 부동산 거품이요, 설비과잉아니던가...
 
대출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니다. 정상적인 시장경제 나라에서라면 신용이 있는 회사들이 낮은 금리로 먼저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신용이 어떻든, 국유기업에게 먼저 돈이 돌아간다. 돈을 핸들링하는 주요 시중 은행들이 모두 국유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대 수혜자는 저리 대출을 쉽게 받아 투기를 할 수 있는 자들이다. 그게 중국 경제 문제의 핵심이다.
 
앞으로 중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장화차오는 두 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첫째는 위기를 감지한 중국인민은행이 앞으로 3~5년 동안 금리를 꾸준히 인상하는 것이다. 통화증가율을 7~8%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고통이다. 디플레와 실업을 감수해야 한다. 실현성이 높지 않은 시나리오다.
 
둘째 시나리오는 현재와 같은 방식을 이어가는 것이다. 미봉책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신중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말만 하면서 실천은 하지 않는다. 실현성 높은 시나리오지만, 저자는 이 대로 되면 결국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세가지 측면으로 현실화 된다.
 
사회불안의 확산
부동산 거품의 붕괴
중국의 불황을 동반한 전 세계 경기 침체...
 
장화차오는 2012년 완수이 회장에서 물러난다. 2년여에 걸친 그의 그림자 금융 업계 경험은 그렇게 끝났다. 업계를 떠나며 그는 이 한 마디를 남겼다.
 
'중국은 거짓말이다'
 
한우덕 woodyhan@joongang.co.kr
 
지난 호 '차이나 인사이트' 뉴스레터는 모두 7923명에게 발송됐고, 이 중 6499개가 정상적으로 배달됐습니다. 이 중 2일 오전 현재  열어본 건수는 1302건에 달해 20.0%의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밖에도 삼성, kotra 등에는 약 400명에게는 별도로 뉴스레터가 전달됩니다. 구독을 원하시면 jci@joongang.co.kr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저희 중국연구소는 보다 깊고 재미있는 정보를 전달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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