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의 전개

2015. 4. 13. 04:56정치와 사회

글로벌 포커스-이춘근] 미·중 패권 경쟁의 전개

입력 2012-01-3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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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이춘근] 미·중 패권 경쟁의 전개 기사의 사진
 
세계 모든 국가들은 국력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 국력의 증진이란 경제력의 확대를 의미하며, 경제력이 커진 나라는 곧이어 군사력도 증강시키기 마련이다. 이것은 수천 년 지속돼온 국제정치의 법칙이며 이 법칙이 바뀔 것 같은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경제가 급속히 발전한 나라들은 지킬 것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핑계로 군사력의 증강에 열을 올렸다. 기존의 강대국들은 새로 등장하는 강대국을 견제하고자 했고 그럴 때마다 국제정세는 불안과 긴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결국 특정 강대국의 급속한 경제력 증강은 당대 국제정치 구조에 불안정을 불러일으켰고, 최악의 경우 대규모 전쟁도 발발했었다.
 
아시아 해양전략 놓고 충돌 

투키디데스는 ‘급속히 증강하는 아테네의 국력 증가를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스파르타의 두려움’으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설명한다. 20세기 초반 독일의 급속한 국력 증강은 1,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되었고, 20세기 중반 소련의 급속한 힘의 증강은 미·소 냉전의 원인이었다. 인류가 절멸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공포감 때문에 미·소 패권 경쟁은 열전(熱戰·hot war)으로 비화되지 않고 냉전(冷戰·cold war)으로 끝날 수 있었다. 전쟁으로 인한 물리적 파괴는 없었지만, 소련은 전쟁 패배에 버금가는 국가 및 체제 붕괴의 쓴맛을 보았다.

21세기 국제체제는 또다시 강대국 두 나라가 패권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노정하고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연평균 9∼10%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한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앞질러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등극했다. 중국은 경제력의 급속한 증강이 불러올지도 모를 위협을 이미 의식했기에 화평굴기(和平?起·평화롭게 일어선다),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 등 일종의 외교적 꼼수를 부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본질상 화평굴기, 도광양회가 불가능한 영역이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의 군사력 증강 속도는 경제력 증강 속도를 훨씬 상회한다. 국방비 기준 연평균 15% 이상의 증가세가 지속되었다. 중국은 지켜야 할 것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군사력, 특히 바다와 해로를 지킬 수 있는 해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중국은 일본열도, 오키나와,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연결하는 선을 그어놓고 이를 ‘제1도련선’이라 명한 다음, 제1도련선 서쪽의 바다인 동해, 황해, 동지나해, 남지나해 모두를 중국의 내해처럼 간주하는 ‘반 접근, 지역 거부’ 전략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남북통일 기회로 활용해야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전략을 A2/AD 전략이라고 부른다. Anti Access/Area Denial 이라는 중국의 전략은 해양 자유의 원칙을 신봉하는 해양대국 미국의 전략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성장은 세계를 위해서 좋은 것’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긴장관계로 빠져들지 않을 것’이라는 이상주의가 급격히 소멸하고 있다. 미국은 금년 1월 5일 아시아를 중시하겠다는 새로운 국방전략 지침을 발표했다. 신국방전략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1세기의 지정학은 아시아에서 결정될 것이며, 미국은 그 결정의 한복판에 있을 것을 천명했다.  

미·중 패권 경쟁은 한반도 주변 국제질서를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와 함께 온다. 미·중 패권 경쟁은 동북아 질서 변동을 초래할 것이고 이는 꽉 막혔던 한반도 통일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우리는 미·중 갈등에서 중재자 혹은 방관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몽상을 하기보다는 급속히 다가오는 국제상황을 통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대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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