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 대한민국

2015. 4. 13. 04:22정치와 사회

  • 인구 소멸 국가 1호 대한민국,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 입력2015.04.06 (06:16)
    • 수정2015.04.0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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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21]

      데이빗 콜먼(David Coleman) 옥스퍼드대 교수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소멸 국가 1호’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하였다. 실제로 출산율 하락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2100년 한국의 인구는 지금의 절반도 안 되는 2천만 명으로 줄어들고, 2300년이 되면 사실상 소멸 단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을 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224개국 가운데 세계 최하위권인 220위다.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도 우리나라처럼 아무런 위기의식도, 대책도 없는 나라는 정말 흔치 않다.

      일본은 1989년 출산율이 1.57로 떨어지자 이를 ‘1.57쇼크’라고 부르며 앤젤 플랜 같은 각종 출산율 제고 정책을 내놓았다. 비록 국가 재정을 거의 투입하지 않아서 그 효과는 미미했지만, 그래도 우리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1.4가 넘는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출산율만 유지한다면 일본의 인구 소멸은 우리보다 1천년이나 늦은 3300년경에나 찾아올 것이다. 프랑스는 1970년대 출산율이 2.47로 떨어지자 ‘국가 비상사태’로 여기고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하였다. 그 결과 이미 고령화가 시작된 선진국 중에서 출산율이 2.0을 넘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되었다.



      이처럼 출산율 충격이 시작된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국의 모든 국력을 집중시켜 출산율 하락과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는 이처럼 중요한 인구 정책들을 모두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고 폄하하며 황금같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인구 소멸의 무시무시한 공포’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인구 소멸을 방치했다가 멸망의 길을 걷게 된 나라가 한 둘이 아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이같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인구정책에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무적 스파르타를 패망으로 이끈 ‘인구 소멸’

      영화 ‘300’에서 보았듯이, 실제로도 스파르타(Sparta)는 당시 대제국이었던 페르시아를 격퇴할 정도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였다. 탁월한 용맹 덕에 군대의 규모가 동일한 경우는 물론 훨씬 적은 경우에도 좀처럼 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무적이나 다름이 없었던 스파르타를 무너뜨린 것은 외부의 강력한 적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인구 소멸’이라는 내부의 적이었다.

      스파르타는 기원전 7세기 무렵, 자신들보다 훨씬 더 인구가 많았던 이웃나라 메세니아(Messenia)를 제압하고, 포로가 된 모든 시민들을 노예로 삼았다. 그 결과 자유시민이라고 불리는 지배계급과 노예의 비율이 1대 20을 넘어서게 되어, 지배계급과 노예의 비율이 1대 3 정도에 불과했던 아테네 등 다른 그리스 국가들보다 그 격차가 매우 컸다.


      ▲ 영화 '300' 스틸컷

      이처럼 압도적인 인구 차이 때문에 스파르타인들은 언제든 메세니아인들의 반란으로 국가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스파르타인들은 어린 소년들을 가족으로부터 분리시켜 군사학교에서 엘리트 전사로 집단 양육하는데 더욱 열을 올렸다. 스파르타에서는 혹독한 군사훈련을 견뎌낸 남성만이 자유시민으로 대우받을 수 있었다.

      스파르타는 정치·군사적으로는 집단주의를 택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철저하게 개인주의 원칙을 고수했다. 성인 남성들은 15명씩 조를 짜서 함께 공동식당(Syssitia)에서 식사를 했지만, 그 비용은 각자 개인이 부담하는 독특한 체제였다. 자녀를 학교(Agoge)에 보내는 비용도 모두 개인의 몫이었다. 공동식사비나 교육비용을 내지 못하는 것은 스파르타 시민으로서 최악의 수치였을 뿐만 아니라, 자유시민의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스파르타가 한창 전성기였을 때는 빈부 격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경제 시스템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원전 3세기 무렵부터 부(富)가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토지를 소유한 가문이 고작 100여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빈곤의 늪에 빠진 절대 다수의 스파르타인들은 양육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예 출산을 포기하였다. 그 결과 스파르타 시민권을 가진 남성인 스파르탄(Spartan; Spartiate)들은 기원전 640년 9천명에서 300년 뒤에는 1천명으로 급감하였다. 아무리 무적의 군대를 갖고 있던 스파르타라고 하더라도 그 숫자가 턱없이 줄어들자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몰려드는 적들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왜 한국의 청년들은 출산 파업을 택했을까?

      스파르타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인구가 소멸된 나라는 하나같이 멸망의 길을 걸었다. 로마제국이 국경을 지킬 수 없었던 것도 이미 인구가 심각한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인구가 급감한 나라들은 다른 나라에게 정복을 당하거나 경제적 속국으로 전락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세계 각국의 정부는 인구가 감소하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력을 기울여 저출산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출산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청년들이 출산은커녕 결혼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최악의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정부 관료들은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아서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 최저임금 수준의 직장을 택했다가는 자칫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버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설사 좀 괜찮은 직장을 잡았다고 해도 워낙 치솟아 오른 전세값 때문에 살 집을 마련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10월 경실련의 조사 결과,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맞벌이 신혼부부가 서울에서 전셋집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28년 6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한 부모를 갖지 못한 청년은 결혼을 해서 맞벌이를 하더라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집을 사기는커녕 전셋집 하나 마련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 것이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혼을 하고 겨우 살 집을 마련했다고 해도, 한국의 열악한 보육환경에서 출산을 계획하기는 또 너무나 힘든 일이다. 한국처럼 저출산으로 경제체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한 나라에서 ‘의무보육’을 하지 않고 철저히 개인에게 보육을 맡긴 나라는 정말 드물다. 우리나라 4만 3천 개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은 고작 5.3%에 불과하다. 더구나 대도시에서는 민영 어린이집마저 부족해 아이 맡길 곳을 찾는 것이 전쟁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교육을 사적인 영역으로 떠넘긴 것도 한국만의 특징이다. 가끔 한국 교육은 과잉 투자가 문제라며 공교육 지원을 더 줄여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혼동하는 정말 위험한 착각이다. 한국은 공교육의 과소 투자로 인해 사적 투자가 과잉이 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기둥이 될 인적자본 투자를 대부분 개인에게 떠맡기는 바람에,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자신의 노후를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뻔한 출산장려 구호만으로 청년들이 아이 낳기를 바라는 것은 참으로 안일하고 무책임한 처사이다.

      자녀를 낳고 키우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극히 소수의 부유층에게만 허용된 일종의 사치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대로 미래세대인 청년과 아동에게 투자하지 않고 시간만 허비한다면, 우리는 인구 소멸로 인해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세계사를 뒤흔들었던 스파르타나 로마제국마저도 무너뜨린 인구 소멸의 위기를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헛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인구 소멸의 위기와 싸워 승리할 방법은?

      인구 소멸의 위기와 싸워 승리하는 방법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청년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투자는 단지 청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기성세대의 미래도 지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열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청년 투자 방향은 무엇일까? 본 기자는 오는 9일 밤 10시부터 KBS 1TV 『다큐콘서트 명견만리』에서 인구 소멸 위기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청년 투자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 『다큐콘서트 명견만리』 ‘인구 쇼크, 청년이 사라진다-투자의 법칙’ 편은 오는 4월 9일 밤 10시부터 KBS 1TV에서 방송됩니다. 장진 감독과 박종훈 기자가 풀어가는 청년 투자의 대안, 여러분들의 많은 시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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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사진
      박종훈 기자 jonghoon@kbs.co.kr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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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21]

    데이빗 콜먼(David Coleman) 옥스퍼드대 교수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소멸 국가 1호’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하였다. 실제로 출산율 하락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2100년 한국의 인구는 지금의 절반도 안 되는 2천만 명으로 줄어들고, 2300년이 되면 사실상 소멸 단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을 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224개국 가운데 세계 최하위권인 220위다.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도 우리나라처럼 아무런 위기의식도, 대책도 없는 나라는 정말 흔치 않다.

    일본은 1989년 출산율이 1.57로 떨어지자 이를 ‘1.57쇼크’라고 부르며 앤젤 플랜 같은 각종 출산율 제고 정책을 내놓았다. 비록 국가 재정을 거의 투입하지 않아서 그 효과는 미미했지만, 그래도 우리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1.4가 넘는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출산율만 유지한다면 일본의 인구 소멸은 우리보다 1천년이나 늦은 3300년경에나 찾아올 것이다. 프랑스는 1970년대 출산율이 2.47로 떨어지자 ‘국가 비상사태’로 여기고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하였다. 그 결과 이미 고령화가 시작된 선진국 중에서 출산율이 2.0을 넘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되었다.



    이처럼 출산율 충격이 시작된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국의 모든 국력을 집중시켜 출산율 하락과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는 이처럼 중요한 인구 정책들을 모두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고 폄하하며 황금같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인구 소멸의 무시무시한 공포’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인구 소멸을 방치했다가 멸망의 길을 걷게 된 나라가 한 둘이 아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이같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인구정책에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무적 스파르타를 패망으로 이끈 ‘인구 소멸’

    영화 ‘300’에서 보았듯이, 실제로도 스파르타(Sparta)는 당시 대제국이었던 페르시아를 격퇴할 정도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였다. 탁월한 용맹 덕에 군대의 규모가 동일한 경우는 물론 훨씬 적은 경우에도 좀처럼 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무적이나 다름이 없었던 스파르타를 무너뜨린 것은 외부의 강력한 적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인구 소멸’이라는 내부의 적이었다.

    스파르타는 기원전 7세기 무렵, 자신들보다 훨씬 더 인구가 많았던 이웃나라 메세니아(Messenia)를 제압하고, 포로가 된 모든 시민들을 노예로 삼았다. 그 결과 자유시민이라고 불리는 지배계급과 노예의 비율이 1대 20을 넘어서게 되어, 지배계급과 노예의 비율이 1대 3 정도에 불과했던 아테네 등 다른 그리스 국가들보다 그 격차가 매우 컸다.


    ▲ 영화 '300' 스틸컷

    이처럼 압도적인 인구 차이 때문에 스파르타인들은 언제든 메세니아인들의 반란으로 국가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스파르타인들은 어린 소년들을 가족으로부터 분리시켜 군사학교에서 엘리트 전사로 집단 양육하는데 더욱 열을 올렸다. 스파르타에서는 혹독한 군사훈련을 견뎌낸 남성만이 자유시민으로 대우받을 수 있었다.

    스파르타는 정치·군사적으로는 집단주의를 택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철저하게 개인주의 원칙을 고수했다. 성인 남성들은 15명씩 조를 짜서 함께 공동식당(Syssitia)에서 식사를 했지만, 그 비용은 각자 개인이 부담하는 독특한 체제였다. 자녀를 학교(Agoge)에 보내는 비용도 모두 개인의 몫이었다. 공동식사비나 교육비용을 내지 못하는 것은 스파르타 시민으로서 최악의 수치였을 뿐만 아니라, 자유시민의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스파르타가 한창 전성기였을 때는 빈부 격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경제 시스템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원전 3세기 무렵부터 부(富)가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토지를 소유한 가문이 고작 100여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빈곤의 늪에 빠진 절대 다수의 스파르타인들은 양육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예 출산을 포기하였다. 그 결과 스파르타 시민권을 가진 남성인 스파르탄(Spartan; Spartiate)들은 기원전 640년 9천명에서 300년 뒤에는 1천명으로 급감하였다. 아무리 무적의 군대를 갖고 있던 스파르타라고 하더라도 그 숫자가 턱없이 줄어들자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몰려드는 적들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왜 한국의 청년들은 출산 파업을 택했을까?

    스파르타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인구가 소멸된 나라는 하나같이 멸망의 길을 걸었다. 로마제국이 국경을 지킬 수 없었던 것도 이미 인구가 심각한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인구가 급감한 나라들은 다른 나라에게 정복을 당하거나 경제적 속국으로 전락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세계 각국의 정부는 인구가 감소하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력을 기울여 저출산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출산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청년들이 출산은커녕 결혼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최악의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정부 관료들은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아서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 최저임금 수준의 직장을 택했다가는 자칫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버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설사 좀 괜찮은 직장을 잡았다고 해도 워낙 치솟아 오른 전세값 때문에 살 집을 마련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10월 경실련의 조사 결과,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맞벌이 신혼부부가 서울에서 전셋집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28년 6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한 부모를 갖지 못한 청년은 결혼을 해서 맞벌이를 하더라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집을 사기는커녕 전셋집 하나 마련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 것이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혼을 하고 겨우 살 집을 마련했다고 해도, 한국의 열악한 보육환경에서 출산을 계획하기는 또 너무나 힘든 일이다. 한국처럼 저출산으로 경제체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한 나라에서 ‘의무보육’을 하지 않고 철저히 개인에게 보육을 맡긴 나라는 정말 드물다. 우리나라 4만 3천 개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은 고작 5.3%에 불과하다. 더구나 대도시에서는 민영 어린이집마저 부족해 아이 맡길 곳을 찾는 것이 전쟁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교육을 사적인 영역으로 떠넘긴 것도 한국만의 특징이다. 가끔 한국 교육은 과잉 투자가 문제라며 공교육 지원을 더 줄여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혼동하는 정말 위험한 착각이다. 한국은 공교육의 과소 투자로 인해 사적 투자가 과잉이 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기둥이 될 인적자본 투자를 대부분 개인에게 떠맡기는 바람에,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자신의 노후를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뻔한 출산장려 구호만으로 청년들이 아이 낳기를 바라는 것은 참으로 안일하고 무책임한 처사이다.

    자녀를 낳고 키우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극히 소수의 부유층에게만 허용된 일종의 사치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대로 미래세대인 청년과 아동에게 투자하지 않고 시간만 허비한다면, 우리는 인구 소멸로 인해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세계사를 뒤흔들었던 스파르타나 로마제국마저도 무너뜨린 인구 소멸의 위기를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헛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인구 소멸의 위기와 싸워 승리할 방법은?

    인구 소멸의 위기와 싸워 승리하는 방법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청년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투자는 단지 청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기성세대의 미래도 지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열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청년 투자 방향은 무엇일까? 본 기자는 오는 9일 밤 10시부터 KBS 1TV 『다큐콘서트 명견만리』에서 인구 소멸 위기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청년 투자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 『다큐콘서트 명견만리』 ‘인구 쇼크, 청년이 사라진다-투자의 법칙’ 편은 오는 4월 9일 밤 10시부터 KBS 1TV에서 방송됩니다. 장진 감독과 박종훈 기자가 풀어가는 청년 투자의 대안, 여러분들의 많은 시청 바랍니다.

    ☞ [대담한 경제] 불황 속 영국에 300조 원을 안겨 준 ‘비밀병기’

    ☞ [대담한 경제] 정부는 왜 눈 앞에 닥친 위기도 못 보는가?

    ☞ [대담한 경제] 위기의 한국 경제에 ‘공정한 분배’가 절실한 이유

    ☞ [대담한 경제] 삼성 vs 포드, 무엇이 경제를 살리는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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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2015.04.0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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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21]

          데이빗 콜먼(David Coleman) 옥스퍼드대 교수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소멸 국가 1호’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하였다. 실제로 출산율 하락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2100년 한국의 인구는 지금의 절반도 안 되는 2천만 명으로 줄어들고, 2300년이 되면 사실상 소멸 단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을 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224개국 가운데 세계 최하위권인 220위다.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도 우리나라처럼 아무런 위기의식도, 대책도 없는 나라는 정말 흔치 않다.

          일본은 1989년 출산율이 1.57로 떨어지자 이를 ‘1.57쇼크’라고 부르며 앤젤 플랜 같은 각종 출산율 제고 정책을 내놓았다. 비록 국가 재정을 거의 투입하지 않아서 그 효과는 미미했지만, 그래도 우리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1.4가 넘는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출산율만 유지한다면 일본의 인구 소멸은 우리보다 1천년이나 늦은 3300년경에나 찾아올 것이다. 프랑스는 1970년대 출산율이 2.47로 떨어지자 ‘국가 비상사태’로 여기고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하였다. 그 결과 이미 고령화가 시작된 선진국 중에서 출산율이 2.0을 넘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되었다.



          이처럼 출산율 충격이 시작된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국의 모든 국력을 집중시켜 출산율 하락과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는 이처럼 중요한 인구 정책들을 모두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고 폄하하며 황금같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인구 소멸의 무시무시한 공포’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인구 소멸을 방치했다가 멸망의 길을 걷게 된 나라가 한 둘이 아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이같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인구정책에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무적 스파르타를 패망으로 이끈 ‘인구 소멸’

          영화 ‘300’에서 보았듯이, 실제로도 스파르타(Sparta)는 당시 대제국이었던 페르시아를 격퇴할 정도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였다. 탁월한 용맹 덕에 군대의 규모가 동일한 경우는 물론 훨씬 적은 경우에도 좀처럼 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무적이나 다름이 없었던 스파르타를 무너뜨린 것은 외부의 강력한 적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인구 소멸’이라는 내부의 적이었다.

          스파르타는 기원전 7세기 무렵, 자신들보다 훨씬 더 인구가 많았던 이웃나라 메세니아(Messenia)를 제압하고, 포로가 된 모든 시민들을 노예로 삼았다. 그 결과 자유시민이라고 불리는 지배계급과 노예의 비율이 1대 20을 넘어서게 되어, 지배계급과 노예의 비율이 1대 3 정도에 불과했던 아테네 등 다른 그리스 국가들보다 그 격차가 매우 컸다.


          ▲ 영화 '300' 스틸컷

          이처럼 압도적인 인구 차이 때문에 스파르타인들은 언제든 메세니아인들의 반란으로 국가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스파르타인들은 어린 소년들을 가족으로부터 분리시켜 군사학교에서 엘리트 전사로 집단 양육하는데 더욱 열을 올렸다. 스파르타에서는 혹독한 군사훈련을 견뎌낸 남성만이 자유시민으로 대우받을 수 있었다.

          스파르타는 정치·군사적으로는 집단주의를 택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철저하게 개인주의 원칙을 고수했다. 성인 남성들은 15명씩 조를 짜서 함께 공동식당(Syssitia)에서 식사를 했지만, 그 비용은 각자 개인이 부담하는 독특한 체제였다. 자녀를 학교(Agoge)에 보내는 비용도 모두 개인의 몫이었다. 공동식사비나 교육비용을 내지 못하는 것은 스파르타 시민으로서 최악의 수치였을 뿐만 아니라, 자유시민의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스파르타가 한창 전성기였을 때는 빈부 격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경제 시스템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원전 3세기 무렵부터 부(富)가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토지를 소유한 가문이 고작 100여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빈곤의 늪에 빠진 절대 다수의 스파르타인들은 양육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예 출산을 포기하였다. 그 결과 스파르타 시민권을 가진 남성인 스파르탄(Spartan; Spartiate)들은 기원전 640년 9천명에서 300년 뒤에는 1천명으로 급감하였다. 아무리 무적의 군대를 갖고 있던 스파르타라고 하더라도 그 숫자가 턱없이 줄어들자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몰려드는 적들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왜 한국의 청년들은 출산 파업을 택했을까?

          스파르타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인구가 소멸된 나라는 하나같이 멸망의 길을 걸었다. 로마제국이 국경을 지킬 수 없었던 것도 이미 인구가 심각한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인구가 급감한 나라들은 다른 나라에게 정복을 당하거나 경제적 속국으로 전락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세계 각국의 정부는 인구가 감소하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력을 기울여 저출산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출산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청년들이 출산은커녕 결혼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최악의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정부 관료들은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아서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 최저임금 수준의 직장을 택했다가는 자칫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버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설사 좀 괜찮은 직장을 잡았다고 해도 워낙 치솟아 오른 전세값 때문에 살 집을 마련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10월 경실련의 조사 결과,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맞벌이 신혼부부가 서울에서 전셋집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28년 6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한 부모를 갖지 못한 청년은 결혼을 해서 맞벌이를 하더라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집을 사기는커녕 전셋집 하나 마련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 것이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혼을 하고 겨우 살 집을 마련했다고 해도, 한국의 열악한 보육환경에서 출산을 계획하기는 또 너무나 힘든 일이다. 한국처럼 저출산으로 경제체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한 나라에서 ‘의무보육’을 하지 않고 철저히 개인에게 보육을 맡긴 나라는 정말 드물다. 우리나라 4만 3천 개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은 고작 5.3%에 불과하다. 더구나 대도시에서는 민영 어린이집마저 부족해 아이 맡길 곳을 찾는 것이 전쟁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교육을 사적인 영역으로 떠넘긴 것도 한국만의 특징이다. 가끔 한국 교육은 과잉 투자가 문제라며 공교육 지원을 더 줄여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혼동하는 정말 위험한 착각이다. 한국은 공교육의 과소 투자로 인해 사적 투자가 과잉이 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기둥이 될 인적자본 투자를 대부분 개인에게 떠맡기는 바람에,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자신의 노후를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뻔한 출산장려 구호만으로 청년들이 아이 낳기를 바라는 것은 참으로 안일하고 무책임한 처사이다.

          자녀를 낳고 키우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극히 소수의 부유층에게만 허용된 일종의 사치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대로 미래세대인 청년과 아동에게 투자하지 않고 시간만 허비한다면, 우리는 인구 소멸로 인해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세계사를 뒤흔들었던 스파르타나 로마제국마저도 무너뜨린 인구 소멸의 위기를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헛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인구 소멸의 위기와 싸워 승리할 방법은?

          인구 소멸의 위기와 싸워 승리하는 방법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청년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투자는 단지 청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기성세대의 미래도 지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열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청년 투자 방향은 무엇일까? 본 기자는 오는 9일 밤 10시부터 KBS 1TV 『다큐콘서트 명견만리』에서 인구 소멸 위기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청년 투자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 『다큐콘서트 명견만리』 ‘인구 쇼크, 청년이 사라진다-투자의 법칙’ 편은 오는 4월 9일 밤 10시부터 KBS 1TV에서 방송됩니다. 장진 감독과 박종훈 기자가 풀어가는 청년 투자의 대안, 여러분들의 많은 시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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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 기자 jonghoon@kbs.co.kr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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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21]

        데이빗 콜먼(David Coleman) 옥스퍼드대 교수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소멸 국가 1호’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하였다. 실제로 출산율 하락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2100년 한국의 인구는 지금의 절반도 안 되는 2천만 명으로 줄어들고, 2300년이 되면 사실상 소멸 단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을 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224개국 가운데 세계 최하위권인 220위다.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도 우리나라처럼 아무런 위기의식도, 대책도 없는 나라는 정말 흔치 않다.

        일본은 1989년 출산율이 1.57로 떨어지자 이를 ‘1.57쇼크’라고 부르며 앤젤 플랜 같은 각종 출산율 제고 정책을 내놓았다. 비록 국가 재정을 거의 투입하지 않아서 그 효과는 미미했지만, 그래도 우리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1.4가 넘는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출산율만 유지한다면 일본의 인구 소멸은 우리보다 1천년이나 늦은 3300년경에나 찾아올 것이다. 프랑스는 1970년대 출산율이 2.47로 떨어지자 ‘국가 비상사태’로 여기고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하였다. 그 결과 이미 고령화가 시작된 선진국 중에서 출산율이 2.0을 넘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되었다.



        이처럼 출산율 충격이 시작된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국의 모든 국력을 집중시켜 출산율 하락과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는 이처럼 중요한 인구 정책들을 모두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고 폄하하며 황금같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인구 소멸의 무시무시한 공포’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인구 소멸을 방치했다가 멸망의 길을 걷게 된 나라가 한 둘이 아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이같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인구정책에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무적 스파르타를 패망으로 이끈 ‘인구 소멸’

        영화 ‘300’에서 보았듯이, 실제로도 스파르타(Sparta)는 당시 대제국이었던 페르시아를 격퇴할 정도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였다. 탁월한 용맹 덕에 군대의 규모가 동일한 경우는 물론 훨씬 적은 경우에도 좀처럼 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무적이나 다름이 없었던 스파르타를 무너뜨린 것은 외부의 강력한 적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인구 소멸’이라는 내부의 적이었다.

        스파르타는 기원전 7세기 무렵, 자신들보다 훨씬 더 인구가 많았던 이웃나라 메세니아(Messenia)를 제압하고, 포로가 된 모든 시민들을 노예로 삼았다. 그 결과 자유시민이라고 불리는 지배계급과 노예의 비율이 1대 20을 넘어서게 되어, 지배계급과 노예의 비율이 1대 3 정도에 불과했던 아테네 등 다른 그리스 국가들보다 그 격차가 매우 컸다.


        ▲ 영화 '300' 스틸컷

        이처럼 압도적인 인구 차이 때문에 스파르타인들은 언제든 메세니아인들의 반란으로 국가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스파르타인들은 어린 소년들을 가족으로부터 분리시켜 군사학교에서 엘리트 전사로 집단 양육하는데 더욱 열을 올렸다. 스파르타에서는 혹독한 군사훈련을 견뎌낸 남성만이 자유시민으로 대우받을 수 있었다.

        스파르타는 정치·군사적으로는 집단주의를 택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철저하게 개인주의 원칙을 고수했다. 성인 남성들은 15명씩 조를 짜서 함께 공동식당(Syssitia)에서 식사를 했지만, 그 비용은 각자 개인이 부담하는 독특한 체제였다. 자녀를 학교(Agoge)에 보내는 비용도 모두 개인의 몫이었다. 공동식사비나 교육비용을 내지 못하는 것은 스파르타 시민으로서 최악의 수치였을 뿐만 아니라, 자유시민의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스파르타가 한창 전성기였을 때는 빈부 격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경제 시스템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원전 3세기 무렵부터 부(富)가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토지를 소유한 가문이 고작 100여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빈곤의 늪에 빠진 절대 다수의 스파르타인들은 양육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예 출산을 포기하였다. 그 결과 스파르타 시민권을 가진 남성인 스파르탄(Spartan; Spartiate)들은 기원전 640년 9천명에서 300년 뒤에는 1천명으로 급감하였다. 아무리 무적의 군대를 갖고 있던 스파르타라고 하더라도 그 숫자가 턱없이 줄어들자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몰려드는 적들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왜 한국의 청년들은 출산 파업을 택했을까?

        스파르타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인구가 소멸된 나라는 하나같이 멸망의 길을 걸었다. 로마제국이 국경을 지킬 수 없었던 것도 이미 인구가 심각한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인구가 급감한 나라들은 다른 나라에게 정복을 당하거나 경제적 속국으로 전락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세계 각국의 정부는 인구가 감소하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력을 기울여 저출산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출산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청년들이 출산은커녕 결혼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최악의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정부 관료들은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아서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 최저임금 수준의 직장을 택했다가는 자칫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버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설사 좀 괜찮은 직장을 잡았다고 해도 워낙 치솟아 오른 전세값 때문에 살 집을 마련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10월 경실련의 조사 결과,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맞벌이 신혼부부가 서울에서 전셋집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28년 6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한 부모를 갖지 못한 청년은 결혼을 해서 맞벌이를 하더라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집을 사기는커녕 전셋집 하나 마련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 것이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혼을 하고 겨우 살 집을 마련했다고 해도, 한국의 열악한 보육환경에서 출산을 계획하기는 또 너무나 힘든 일이다. 한국처럼 저출산으로 경제체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한 나라에서 ‘의무보육’을 하지 않고 철저히 개인에게 보육을 맡긴 나라는 정말 드물다. 우리나라 4만 3천 개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은 고작 5.3%에 불과하다. 더구나 대도시에서는 민영 어린이집마저 부족해 아이 맡길 곳을 찾는 것이 전쟁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교육을 사적인 영역으로 떠넘긴 것도 한국만의 특징이다. 가끔 한국 교육은 과잉 투자가 문제라며 공교육 지원을 더 줄여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혼동하는 정말 위험한 착각이다. 한국은 공교육의 과소 투자로 인해 사적 투자가 과잉이 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기둥이 될 인적자본 투자를 대부분 개인에게 떠맡기는 바람에,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자신의 노후를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뻔한 출산장려 구호만으로 청년들이 아이 낳기를 바라는 것은 참으로 안일하고 무책임한 처사이다.

        자녀를 낳고 키우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극히 소수의 부유층에게만 허용된 일종의 사치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대로 미래세대인 청년과 아동에게 투자하지 않고 시간만 허비한다면, 우리는 인구 소멸로 인해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세계사를 뒤흔들었던 스파르타나 로마제국마저도 무너뜨린 인구 소멸의 위기를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헛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인구 소멸의 위기와 싸워 승리할 방법은?

        인구 소멸의 위기와 싸워 승리하는 방법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청년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투자는 단지 청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기성세대의 미래도 지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열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청년 투자 방향은 무엇일까? 본 기자는 오는 9일 밤 10시부터 KBS 1TV 『다큐콘서트 명견만리』에서 인구 소멸 위기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청년 투자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 『다큐콘서트 명견만리』 ‘인구 쇼크, 청년이 사라진다-투자의 법칙’ 편은 오는 4월 9일 밤 10시부터 KBS 1TV에서 방송됩니다. 장진 감독과 박종훈 기자가 풀어가는 청년 투자의 대안, 여러분들의 많은 시청 바랍니다.

        ☞ [대담한 경제] 불황 속 영국에 300조 원을 안겨 준 ‘비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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