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2/12/26 20:36 | 수정 : 2002/12/26 20:36
유라시아 ‘논스톱 물류혁명’눈앞…수송량 2배로 늘어
세계 최장 철도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전철화(電鐵化) 작업이 완공됐다. 지난 1929년 착공한 뒤 73년 만의 일이다. 러시아 철도부는 25일 극동 루지노역에서 기념행사를 갖고 “극동 지역 일부 구간의 전철화가 끝나, TSR 전 구간 전철화 사업이 완료됐다”고 선언했다. TSR 전철화로 동북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 계획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 TSR 역사 =TSR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총연장 9288km이며, 동쪽 태평양에서 서쪽 발틱해까지 광활한 대지를 관통하는 세계 최장 단일 철도시스템이다.
지난 1891년 제정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3세 칙령으로 시작된 TSR 건설은 경제·군사적 목적이 강했다. 또 초창기에는 모피(毛皮) 수집상들의 시베리아 개발과 맞물려 철도도 동진(東進)했다. 서쪽 모스크바로부터 동쪽 블라디보스토크, 중부 시베리아 철도, 바이칼 철도 등을 각각 건설한 뒤 서로 연결시키는 방식이었다.
TSR은 1901년 만주횡단을 통해 완공됐지만, 러시아 국경 만을 거치는 노선은 1916년 완성됐다. 아무르강을 따라 건설된 하바로프스크~블라디보스토크 구간은 죄수들을 투입, 중장비 하나 없이 맨손으로 부설됐다.
철도 완공은 시베리아 혁명, 즉 시베리아 개발·이주·정착 등 산업화를 가져왔다. 현재 러시아 인구의 5분의 1(약 3100만명)이 TSR 주변 도시를 중심으로 살고 있으며, 러시아 경제의 70% 이상이 TSR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 전철화의 혜택 =러시아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정책이 극동 시베리아 개발이다. 이를 위한 수단이 전철화된 TSR을 축으로 남북한~러시아 동서남북~유럽 전체를 연결하는 물류망 확보, 그리고 극동으로 연결되는 송유관·가스관 건설 사업이다.
전철화로 동북아·유럽을 잇는 철도 현대화 작업이 완성됐으며, 러시아가 갈망해온 한반도 종단철도를 위한 기반이 확보됐다. 러시아가 추구하는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복합 운송망 체체를 구축, 동서 물류망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실현된 것이다. 한반도 종단철도와 연결을 위해선 ▲상이한 궤도 통일 ▲컴퓨터 신호시스템 통일 등 기술적 과제가 남아있다.
러시아 철도부 겐나디 베데르니코프 대변인은 “전철화로 열차 1회의 수송량이 두 배(6000t)까지 늘어나게 됐으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서부 국경 지역까지 시속 120km로 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모스크바=鄭昺善특파원 bs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