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은 미래를 위해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부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4대 개혁의 결과로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발전하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여당의 태도를 보면 과연 과녁을 똑바로 보고 있는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이 비록 노사정 타협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10.2%에 불과한 노조 조직률’ ‘일자리 없는 성장’ ‘임금 없는 성장’ ‘수백 조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에도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재벌 대기업’ 등의 연구 결과는 일자리 창출이 안 되고, 국민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책임이 노동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부자 대부분이 ‘세습’에 의한 것임을 볼 때 부의 이전이 원활하지 않다는 주장도 현실과 동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오히려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자녀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격차세습이 구조화돼 가고 있다. 오죽하면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인생이라는 자조적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겠는가. 상속세 개편은 불공정 확대와 격차세습의 재생산을 부채질할 뿐이다. 따라서 국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공동 책임의 입장에서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대기업으로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 돈이 제도적으로 중소기업과 가계로 흘러가도록 하고, 개인의 성실함과 노력만으로도 사회계층 이동이 자유로우며, 풍요롭지는 않지만 안정된 생활이 가능한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여당의 4대 부문 개혁에는 그런 고민이 별로 안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대통령과 대선후보들의 발언이 흥미롭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신년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노동절에는 노조가 오늘날 미국 시민이 누리는 많은 권리를 만들었다며 노동자의 노조 가입을 권유했다. 그리고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공약 1호는 ‘이익공유제’다. 이익공유제는 내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던 2011년에 제안했으나 재벌들의 거센 반발로 사회적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익공유제는 1920년대부터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유수의 제조 대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분배모델이다. 다만 힐러리는 그것을 제도적으로 전 기업에 적용할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또한 힐러리의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주 40시간을 일하는 사람이 부유하지는 못할망정 빈곤하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라며 조세제도 개혁, 상위 1%의 부의 재분배 등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집중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력 집중 해소가 사회 통합과 국가 발전의 원동력임을 직시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득권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워런 버핏을 비롯한 많은 부자가 부의 분배를 통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부자세 신설을 지지하고 상속세 폐지는 반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기득권 세력이 기존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의 한계를 인식하고 앞으로 부의 공정한 재분배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미국 사회를 이끌어갈 것임을 추측하게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 부문 개혁뿐 아니라 모든 정책이 성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잘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경제력 집중과 국가·기업·가계 간 생산·소득분배·지출의 선순환이 사라져 가는 경제질서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점은 기대 대신 우려를 갖게 한다. 지금이라도 과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우리가 바라봐야 할 과녁은 국민소득 3만 달러에 가계부채 1100조원 사회가 아니다. 열심히 일하면 안정된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회, 개인의 능력만으로도 성공을 꿈꾸고 희망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