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8일 빌 게이츠의 개인 블로그 '게이츠 노트(gatesnotes.com)'에 한 서평이 실렸다. '아시아의 기적이 아프리카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글은 조 스터드웰의 '아시아의 힘(원제 : How Asia Works)'을 조명했다. 농업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제조업을 키우는 한편, 농업·제조업에 금융을 집중하는 정부 개입이야말로 20세기 중반 동북아시아 경제성장 공식이라고 스터드웰은 말한다. 게이츠는 5000여 자 서평을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끝맺었다. "스터드웰의 공식은 상쾌할 만큼 명확하다. 비록 실행하기 매우 어렵다고 해도(even if it's very difficult to execute)."
게이츠 서평으로 일약 화제작으로 떠오른 '아시아의 힘'이 처음으로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20년 이상 저널리스트, 방송인, 대학 교수로 활약한 아시아 경제 전문가 스터드웰이 베스트셀러 '차이나 드림'과 '아시아의 대부들'에 이어 내놓은 아시아 경제성장 공식이 400여 쪽에 빼곡히 분석돼 실렸다. 책 머리말에서 결론부터 밝히고 시작하는 다소 도발적인 이 책의 함의는 2가지다. 하나는 성장동력을 갖추고도 번영 대열에 동참하지 못한 동남아시아와 달리 일본 한국 대만 중국 등 동북아시아 4국이 경제성장을 이룬 근본적 차이를 밝혀낸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한국 산업화 연대기에 대한 집요한 취재기라는 점이다.
스터드웰은 아시아 경제성장 공식을 3단계로 구분한다. 우선 농업 부문 생산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성공한 동아시아 국가는 농업구조를 고도로 노동집약적인 가족농으로 재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빈곤한 국가에서 경제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중물로는 풍부한 노동력이 제1순위다. 제조업으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건 그다음 단계다. 스터드웰은 노동자가 최소한의 훈련만 받으면 기본적인 제조과정에서 가치를 더할 수 있고, 서비스업에 비해 공산품은 훨씬 자유롭게 거래되므로 제조업이야말로 교역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게이츠 서평으로 일약 화제작으로 떠오른 '아시아의 힘'이 처음으로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20년 이상 저널리스트, 방송인, 대학 교수로 활약한 아시아 경제 전문가 스터드웰이 베스트셀러 '차이나 드림'과 '아시아의 대부들'에 이어 내놓은 아시아 경제성장 공식이 400여 쪽에 빼곡히 분석돼 실렸다. 책 머리말에서 결론부터 밝히고 시작하는 다소 도발적인 이 책의 함의는 2가지다. 하나는 성장동력을 갖추고도 번영 대열에 동참하지 못한 동남아시아와 달리 일본 한국 대만 중국 등 동북아시아 4국이 경제성장을 이룬 근본적 차이를 밝혀낸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한국 산업화 연대기에 대한 집요한 취재기라는 점이다.
스터드웰은 아시아 경제성장 공식을 3단계로 구분한다. 우선 농업 부문 생산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성공한 동아시아 국가는 농업구조를 고도로 노동집약적인 가족농으로 재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빈곤한 국가에서 경제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중물로는 풍부한 노동력이 제1순위다. 제조업으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건 그다음 단계다. 스터드웰은 노동자가 최소한의 훈련만 받으면 기본적인 제조과정에서 가치를 더할 수 있고, 서비스업에 비해 공산품은 훨씬 자유롭게 거래되므로 제조업이야말로 교역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놀랍게도 경제성장의 물꼬를 트는 마지막 변수는 은행을 정부 통제 아래에 두는 정부 개입이다. 농업과 제조 부문에 자본을 집중하는 금융 부문 개입이 동북아시아 경제 성장의 성패를 좌우했다고 스터드웰은 분석한다. 스터드웰은 동남아시아 국가는 농업 부문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지 않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제조기업을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초기 단계에 금융 부문을 개방하라는 부국의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은행 부문 규제를 풀고 다른 금융시장을 개방해 개발 가능성이 있는 전망을 암울하게 만들었다고 그는 지적한다.
스터드웰의 이번 책이 더 흥미로운 점은 한국 산업화를 정밀하게 묘사한다는 점이다. '박정희'와 '정주영'이란 두 키워드는 '아시아의 힘'에서 한국 경제 성장의 증거이다.
과거 서울을 탐사한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 찬사와 오욕을 동시에 선사한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말을 듣지 않는 기업인을 서대문형무소에 가두는 등 폭압을 저지른 인물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독일의 국가 주도 산업화를 본받은 역사가로 박 전 대통령을 치켜세운다. 해외에 물건을 파는 모든 기업에 저리 융자를 제공해 자금 숨통을 틔워주고, 주요 기업인을 정기적으로 청와대로 불러 활동 내역을 보고하도록 지시해 경제를 직접 챙긴 인물로 정의한다. 정 전 명예회장에 대해서는 다소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 상품을 만들거나 수출한 실적이 없던 그는 단지 건설일을 잘한다는 명성을 들어왔고, 정치적으로 약삭빠른 기업인일 뿐이었지만 미국 원조로 한국에 세 번째 시멘트 공장을 짓고, 한국형 엔진을 얹은 현대차로 성공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는, 한국 산업화 주역으로 그려진다.
스터드웰의 시점(時點)은, 당장 경제 성장을 갈망하는 동남아시아나 다른 대륙 개발도상국에는 현재일 수 있고, 한국을 비롯해 고도성장기가 '꺾인' 동북아시아 국가나 선진국에는 20세기에 머문 이야기일 수 있다.
미래 과제가 아니라 지나온 과거에 관한 정의이기 때문이다. 앞날을 준비해야 하는 국가에 이 책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책은 지나온 길과 그 시대를 정의한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 산업화가 과연 어떤 맥락에서 이뤄졌는지를, 내부 구성원이 아닌 타인 시각에서 들춰본다는 방식이 흥미롭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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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드웰의 이번 책이 더 흥미로운 점은 한국 산업화를 정밀하게 묘사한다는 점이다. '박정희'와 '정주영'이란 두 키워드는 '아시아의 힘'에서 한국 경제 성장의 증거이다.
과거 서울을 탐사한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 찬사와 오욕을 동시에 선사한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말을 듣지 않는 기업인을 서대문형무소에 가두는 등 폭압을 저지른 인물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독일의 국가 주도 산업화를 본받은 역사가로 박 전 대통령을 치켜세운다. 해외에 물건을 파는 모든 기업에 저리 융자를 제공해 자금 숨통을 틔워주고, 주요 기업인을 정기적으로 청와대로 불러 활동 내역을 보고하도록 지시해 경제를 직접 챙긴 인물로 정의한다. 정 전 명예회장에 대해서는 다소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 상품을 만들거나 수출한 실적이 없던 그는 단지 건설일을 잘한다는 명성을 들어왔고, 정치적으로 약삭빠른 기업인일 뿐이었지만 미국 원조로 한국에 세 번째 시멘트 공장을 짓고, 한국형 엔진을 얹은 현대차로 성공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는, 한국 산업화 주역으로 그려진다.
스터드웰의 시점(時點)은, 당장 경제 성장을 갈망하는 동남아시아나 다른 대륙 개발도상국에는 현재일 수 있고, 한국을 비롯해 고도성장기가 '꺾인' 동북아시아 국가나 선진국에는 20세기에 머문 이야기일 수 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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