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회장은 중국에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기 훨씬 전인 2000년 알리바바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죠. 미국 3위 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를 사들이기도 했고요. 손 회장의 투자가 실패한 적도 있지만 그의 ‘미래를 내다보는 눈’에 다들 놀랄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손 회장은 이번에 왜 ARM을 인수한 걸까요. 언론은 그의 기자회견을 토대로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미래는 IoT(사물인터넷) 세상’ 등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손 회장을 만나 나눈 얘기를 들어보면 훨씬 더 깊은 철학이 담겨 있는듯 합니다.
“나는 싱귤래리티(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가 반드시 찾아올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20년, 30년 안에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의한 ‘초(超)지성’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훨씬 뛰어넘게 될 것입니다. 한 번 뛰어넘으면 두 번 다시 인간이 역전할 수 없는 정도의 차가 벌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초지성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능가한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갖는데요. 나는 그것이 인간의 행복과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자연재해를 멈출 순 없겠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의 재해가 발생할지를 명확히 예측하는 것은 초지성에 의해 가능하게 됩니다.”
“또 지금까지 인류가 불치병이라고 여겨온, 인간의 지혜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병을 고칠 수 있게 된다든가... 초지성은 인류의 불행한 부분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지성은 딥러닝(deep learning)에 의해 진화해 나갑니다. 쉽게 말하면 본 것, 들은 것, 만진 것 등 모든 데이터를 전부 학습한다는 것입니다. 그 데이터는 바로 ARM의 CPU에서 나옵니다. ARM은 지난해 인텔의 약 40배가 되는 CPU를 세상에 내놨습니다(※ARM의 라이선스를 받아 제조된 칩의 총 수). 이제 IoT 시대가 열리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말하자면 세상의 삼라만상을 보다 넓고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거기서 나오는 여러가지 데이터, 이것이 초지성의 진화, 인류 행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현재 플랫폼이라는 콘셉트에 빠져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기업과 엔지니어들이 몇 백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애플이나 구글이 만들어 놓은 플랫폼 상에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것처럼 의학이나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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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을 어디까지, 어떤 형태로, 언제 실현할까 하는 점에 대해선 여러가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적어도 마음만으로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는 적어도 10년 정도는 더 현업에 남아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던 니케시 아로라 전 소프트뱅크 대표이사 부사장을 1년 반만에 내보내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손 회장. 일본 기업답지 않은 그의 공격적 행보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됩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그래픽=김하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