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이 경쟁력

2017. 6. 21. 21:37정치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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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연결은 운명’…21세기 제국은 영토보다 연결성이 좌우

 

[책과 삶]‘연결은 운명’…21세기 제국은 영토보다 연결성이 좌우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ㆍ커넥토그래피 혁명
ㆍ파라그 카나 지음·고영태 옮김 |사회평론 | 624쪽 | 2만8000원

[책과 삶]‘연결은 운명’…21세기 제국은 영토보다 연결성이 좌우

대북문제는 강력한 제재만이 해결책일까. 지난 10여년간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취해온 이 같은 정책은 오히려 대북문제를 심화시키는 결과만 가져왔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파라그 카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북한 지도부를 정치적으로 굴복시키거나 정권 교체를 위협하려는 전략 대신에 북한을 ‘공급망 세계’에 합류시키자는 것이다. 즉 북한이 가진 자연·부존자원으로 세계와 교류할 수 있도록 동참시키자는 주장이다. “김정은이 군부에 대한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꾸준한 갱생과정을 감독할 수 있다면 변화를 추구하는 개혁가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는 그는 북한의 합법적인 국제적 생산체제와 관광공급망 합류가 국제사회에 훨씬 유리하다고 본다. 

북한이 가진 희귀한 광물, 풍부한 수력자원 등은 국제적으로 관심을 끄는 요소다. 제재와 고립작전은 ‘연결성’을 끊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이 같은 시도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커넥토그래피 혁명>은 ‘연결성’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방대한 분량을 통해 역설한 책이다. 제목은 ‘연결하다’라는 뜻의 ‘커넥트’와 지리학의 ‘지오그래피’를 합성한 신조어다. 지금까지 ‘지리는 운명이다’라는 말이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지리적 환경이 국가와 민족의 흥망, 문명과 역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이제 그 주장은 ‘지리’ 대신에 ‘연결성’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철도, 공항, 송유관, 인터넷케이블, 가스관, 통신망 등 연결의 기반 시설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한다. 연결이 운명인 시대에 국가보다는 도시가, 민족보다는 특정 지역 거주자로서의 정체성 즉 시민주의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이 같은 상황에선 국경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안보전략은 통용되지 않는다. 국가의 합보다 더 큰 세계사회 속에서 각 주체들이 해야 할 일은 공급망을 지키고 경쟁력 있는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영토확장이 아닌 시장과 자원에 대한 접근성 확보에 온갖 노력을 쏟는 21세기형 제국의 선두주자는 중국이다.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수십개의 특별 경제구역을 건설한 중국은 식민지배라는 형식 없이도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주요한 기점마다 항구와 운하를 건설·운용하며 공급망 제국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인의 고향’으로 불리는 두바이는 ‘커넥토그래피’ 혁명 시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 전통의 열강이던 미국과 러시아, 또 글로벌 기업들 역시 이 시대를 맞아 치밀한 전략을 세워가고 있다. 

인류가 문명과 역사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는 저자는 세계화, 그리고 더 대담한 연결을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최근 지역적으로 나타나는 영토분쟁이나 브렉시트와 같은 반동적 움직임에 대해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는 작은 소용돌이’라고 단언하는 그는 반세계화, 반자본주의 운동은 언제나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짓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162101015&code=960205#csidx3ffcfd96252f4af91feb123eeafdc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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