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메르켈 회담

2017. 7. 6. 11:49정치와 사회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만찬…“제재·압박은 대화로 이끄는 수단돼야”
“북 미사일 발전속도 빠른 것 문제, 안심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총리실 청사에 도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총리실 청사에 도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북한의 도발을 멈추기 위해서 국제적으로 더욱 강도높은 제재와 압박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결국에 있어서는 북핵 문제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 접근’이라는 북핵 해법 구상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 만찬에서 “북한이 가장 고도화된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것은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이고 전세계의 평화에 대한 아주 심각한 도전이고 위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현재의 수준도 문제지만 발전의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어제(4일) 발사한 미사일은 거의 아이시비엠(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만 사거리는 늘었지만 정확도와 핵탄두 탑재 가능 여부는 미지수이고, 이 역시 2∼3년 후쯤 가능할 것으로 판단할지 모르지만 지금 속도로 보면 안심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고 미국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내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데 빠른 반응이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걸 이야기해볼 계획”이라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저도 생각이 같다. 북한의 도발이 높아진만큼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해져야 하지만 이 제재와 압박이 북한을 완전한 핵폐기를 위한 대화의 테이블로 이끄는 수단이 돼야 하고 평화 자체를 깨뜨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처럼 긴장이 높아질수록 우발적인 이유 하나로도 자칫 위험한 사황이 올 수 있으므로 제재와 압박을 높이되 상황관리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중국이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중국이 지금까지 역할에 더해서 조금 더 기여해주기를 기대한다”며 “내일(6일) 시진핑 주석을 만나 이 부분에 대해 정말 진솔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이지만 북한미사일의 심각성을 고려해 회원국의 공동결의를 담아내기 위한 의장국으로서의 관심을 보여 주기 바란다”고 제안했고, 메르켈 총리는 “G20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며, 모든 회원국이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내용과 유엔 결의 및 그 조치에 따라야 한다는 정도의 내용을 의장국 성명에 기술적으로 포함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메르켈 총리는 한국의 ‘촛불혁명’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한국은 탄핵의 어려움을 겪고 민주주의가 성숙한 것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을 당선시킨 한국민의 기대는 부정부패 척결과 경제 성과에 대한 기대, 균형 잡힌 발전 등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은 정치적 격변을 겪었는데 무너진 헌법 가치와 민주 정치를 촛불 혁명으로 일으키고 새로운 민주정부를 바로 세웠다. 한국민은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서고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나라를 소망하는데, 저와 국민이 이뤄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9월 총선에서 승리해 유임되면 문 대통령이 관심을 둔 유럽식 사회적 시장경제 분야에서 협력하고 싶다”고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9월 총선에서 승리하리라 믿고, 승리하면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화답했다. 베를린/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연방총리실 청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만찬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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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801678.html?_fr=mt2#csidx8dc96678b9099d88fc3efbb881d4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