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제 주의 한미동맹

2017. 7. 8. 11:13정치와 사회

[이홍구 칼럼] 민주주의와 국제주의 동행 이끄는 한·미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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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국제주의로 이끌고
문 대통령이 대화를 통해 북한과
주변국을 평화 동반자로 이끌며
유럽 평화의 ‘헬싱키 과정’처럼
‘코리아 과정’을 출발시킬 적기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중앙일보 고문

이홍구 전 국무총리·중앙일보 고문

오늘의 세계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이번 위기는 아마도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파편화되고 동서 냉전으로 진영화되었던 20세기의 집단적 병리현상에 더하여 지난 30년 빠른 속도로 진전된 세계화가 수반한 피로 증세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국제주의의 기수 역할을 자임했던 미국조차 ‘아메리카 제일’이란 내셔널리즘으로 회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면서, 전 세계는 선진·후진의 구별 없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우리도 6·25전쟁 이후 어정쩡한 휴전 상태의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가운데서 대통령 탄핵과 새 대통령 선출이란 심각한 헌정 위기를 이겨내며 전 세계에 만연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나름대로 경험했다. 반면 지난 20년 동안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 정권 안전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매진해온 북한은 남북한과 주변 강대국을 핵전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위험한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한반도 위기의 심각성은 남북한 대결에 더하여 기존의 패권대국인 미국과 신흥초강대국인 중국 간의 피할 수 없는 충돌,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불길한 예측을 떨쳐버릴 수 없는 데 있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에서 가졌던 정상회담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선 한반도와 아시아의 향방과 미래를 좌우하는 막중한 의의를 지닌 만남이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절차적 문제를 놓고 한·미 간에 견해 차이가 부각되고 상호 오해의 소지마저 우려되던 양국 새 대통령의 첫 만남이 우호적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다행한 일이었다.
 
그런데 민주주의와 평화는 어떠한 역경에서도 함께 지켜가겠다는 한·미 동맹의 건재함을 재확인한 지 사흘 만에 북한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한반도 사태를 더욱 심각한 단계로 몰아넣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와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에 비하면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한 공동성명은 동서 냉전 종식 30년 만에 세계가 냉전 2.0으로 진입하는 신호처럼 보여질 수 있다.
 
1962년 미·소가 세계를 핵전쟁의 문턱까지 끌고 갔던 쿠바 위기와 지금의 북한 발 냉전 2.0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우선 미국과 대결하는 상대는 소련이 아니라 중국과 북한이다. 쿠바에 배치하려던 것이 소련의 핵과 미사일이었던 반면 지금 미국을 겨냥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이다. 다만 다음과 같은 상황의 논리에 의해 중국이 냉전 2.0의 주역으로 지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40여 년 지속된 냉전 기간에 미국과 소련 두 주역은 핵전쟁이 인류 공멸을 가져온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였기에 이를 예방할 수 있었다. 냉전 후 동아시아에선 중국을 유일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공동인식을 공유하며 평화를 지켜왔다. 그러나 북한은 제2의 핵보유국이 되겠다고 선언하며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모험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인접대국인 중국은 그럴 의사가 없든지 아니면 능력이 모자라는 것 같이 보인다. 이러한 전략적 모호성의 결과로 미·중 간의 냉전 2.0과 북한을 발화점으로 한 핵전쟁의 가능성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 중국이 냉전 2.0의 주역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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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정학적 여건과 문화적 전통에 따라 인간, 평화, 공존, 공영을 추구하는 공동체 지향의 나라다. 그러기에 민주주의와 국제주의를 지향하는 미국과 특수한 동맹관계를 오래 유지시키면서도 아시아의 모든 이웃 및 지구촌 공동체와 호혜적 우호관계를 키워 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금처럼 국제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들어갈수록 한국과 미국은 인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민주주의를 지키며 전쟁을, 특히 핵전쟁을 반드시 저지하는 국제주의의 길을 함께 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이 있기에 동맹은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상호주의에 입각한 평화수호 국제주의의 선두주자로 이끌고, 문재인 대통령도 역지사지의 입장을 기초로 대화주의를 내세워, 북한은 물론 모든 이웃과 동양평화의 동반자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다. 1980년을 전후하여 유럽에서 대결을 넘어 대화로 평화체제 구축의 시발점을 만든 ‘헬싱키 과정’처럼 아시아에서도 남북한, 미국과 중국이 주역이 된 ‘코리아 과정’을 출발시킬 적시가 바로 지금이 아니겠는가.
 
이홍구 전 국무총리·본사 고문


[출처: 중앙일보] [이홍구 칼럼] 민주주의와 국제주의 동행 이끄는 한·미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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