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8000만 한민족 구성원
‘한국사람’은 단일민족 신화 넘어
자유·인권·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민주적 다원화 사회 지키고 있어
분열 딛고 나라사랑 전통 계승해
굳건한 나라 지키기 모습 보여야
국내외 사정이 극도로 어수선한 바로 이때에 함재봉 박사의 대기획인 『한국 사람 만들기』 제1권이 출간된 것은 여러 면에서 시의적절하며 의미 깊다 하겠다. 함 교수는 ‘한국 사람’이란 공동체의 정체성을 한두 가지의 변치 않는 본질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결국 민족의 정체성은 각 시대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가 참고한 문화인류학자 크리퍼드 기어츠의 말대로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 낸 의미의 망(거미줄) 위에 얹혀 있는 동물”이다. 따라서 ‘한국 사람은 누구인가’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담론의 틀, 즉 ‘의미의 망’이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사람의 계보학을 과감히 시도한 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며 학문적 중요성이다.
고려에서 조선조로 넘어온 14세기 말에서 시작된 ‘조선 사람 만들기’가 19세기 말에 와 해체에 이르고 20세기 후반 ‘한국 사람 만들기’로 이어진 과정을 친중위정척사파, 친일개혁파, 친미기독교파, 친소공산주의파, 인종적 민족주의파 등 다섯 가지 담론의 틀 속에서 이루어진 다섯 종류의 한국 사람 성격 형성 과정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의 시도는 방법론적으로도 과감한 실험으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한국 사람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는 다섯 가지 인간형의 정치적, 국제적, 사상적 배경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시대에 걸쳐 전개되었던 담론들을 이러한 틀에 맞춰 되짚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에 더해 오늘의 한국인과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힌트를, 예컨대 사분오열증의 원인을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제질서의 전환기는 한국 사람에게 수난의 시기가 되어 왔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중국의 패권국가가 명에서 청으로 바뀌는 시기에 경험한 한국 사람의 고초는 개방성보다는 쇄국적 경향을 고조시켰으며,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의 도래가 중일전쟁 및 노일전쟁에서의 일본의 승리와 겹치며 한국 사람은 쇄국을 넘어선 독립운동기로 들어서게 된다.
DA 300
그로부터 120여 년, 한국 사람들은 국권의 상실, 식민지 시대, 동서냉전과 남북분단 및 전쟁의 시대를 넘어 다시 한번 세계사와 국제질서의 획기적 변혁기를 맞고 있다. 20세기 초부터 나라를 빼앗긴 채 지구촌 곳곳으로 흩어져 살고 있는 한민족 구성원은 오늘날 8000만 명이 넘었다. 그 중심을 자처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자유·인권·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민주적 다원사회를 지켜 가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단일민족의 신화를 넘어 다민족사회임을, 지구촌의 모범적 시민임을 선언한 한국 사람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국인은 유엔 사무총장·국제형사재판소장·국제해양법재판소장과 같은 국제질서 유지의 중책을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지구촌의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기에 한국 사람은 자유와 평화를 지켜 가는 나라의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끝없이 이어질 ‘한국 사람 만들기’에 정진할 것이다. 다양성을 핵심으로 하는 한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앞서 간 선조들이 담론의 기조로 삼았던 나라사랑 전통을 계승하며 사분오열증을 넘어선 굳건한 나라지키기로 한국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때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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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suh**** 2017-11-04 08:42:29 신고하기
댓글 찬성하기2 댓글 반대하기0고딩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공자님 같은 말씀들...
답글달기- zzzz**** 2017-11-04 12:17:14 신고하기
댓글 찬성하기1 댓글 반대하기0삐딱한 멍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