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그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질서'

2017. 11. 7. 19:54자연과 과학

인공지능, 그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질서'

  • 이준정 대표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출현할 가능성은 '시점의 문제'로 바뀌었을 뿐이다"
    "대중이 겪게 될 문제는 노동착취가 아니라 시스템 부적응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이준정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우리가 정치와 북핵에 몰입돼있는 이 순간에도 과학기술은 세상을 뒤집을 만큼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이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지금의 변화 양상은 산업혁명이란 표현도 부족하고 제2의 르네상스라고 할 만큼 문명의 대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구글 딥마인드(DeepMind) 연구진은 최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새로운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 제로’의 위력을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세돌과 대적했던 알파고는 인간의 바둑 기보를 학습해 바둑을 깨우쳤다면 새로운 인공지능 알파고 제로는 인간의 바둑기보를 전혀 학습시키지 않고 바둑게임의 원리만을 알고 스스로 바둑을 터득한 인공지능이다. 

    놀랍게도 게임 요령을 전혀 알지 못했던 알파고 제로가 바둑을 깨우쳐서 이세돌 수준의 알파고를 이기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6시간에 불과하며, 100% 승률을 달성한 기간은 72시간, 즉 3일 만이다.

    온라인에서 60명의 고수들을 차례로 꺾었고 커제(Ke Jie)를 상대로 바둑을 뒀던 알파고 마스터를 이기는 데는 21일이 걸렸다. 알파고 제로가 알파고만의 정석을 완성하고 바둑의 신이 되는 데는 꼬박 40일이 걸렸다.

    인공지능은 바둑뿐 아니라 텍사스 홀던(Texas Holden) 방식의 포커 게임에서도 스타크래프트(Starcraft)와 비슷한 도타 2(Dota 2) 게임에서도 이미 최고의 프로선수들을 제압했다.

    인공지능이 극복하지 못할 지능 게임은 이제 지구상에 없다고 해도 좋다.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복잡한 상황이 닥쳐도 인간은 더 이상 인공지능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이 경험한 지식데이터를 학습하지 않고도 스스로 경험을 통해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만약 인간이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모든 사회현상을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경험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인간의 지능에 버금갈만한 다중처리 능력을 갖는 컴퓨팅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제외하곤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출현할 가능성은 '시점의 문제'로 바뀌었을 뿐이다. 컴퓨팅 자원과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된다면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일을 평정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

    우선 당장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가 지능화될수록 점령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 사람들을 '쓸모없는 계급'으로 전락시킨다고 믿는다. 

    물론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가진 또 다른 사람들은 인간이 지금까지 수행해 오던 업무를 초월하여 광범위한 영역에서 새로운 능력을 발휘하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자리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고용조건과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점은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다. 어느 경우가 되든 모든 사람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봉착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인공지능은 두 가지 과학적 흐름이 합류하는 경향을 보인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 초인적인 패턴인식 능력을 갖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생물학자나 사회과학자들은 인간의 감정, 욕망 및 직관을 해독하는 방법들을 연구한다.

    정보기술과 바이오기술 혹은 심리기술의 결합은 인간들의 욕구와 행태를 분석하고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런 작업이 성공을 거듭한다면 인간 의사, 운전자, 군인 및 은행가보다 일처리 능력이 월등히 우수한 인공지능 일꾼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런 알고리즘이 등장하면 결국 수백 또는 수천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 시장에서 밀어 낼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자동화 속도를 늦춰 인공지능 충격을 완화시킬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지만 이미 글로벌 수준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자동화와 일자리 침식작용은 막지도 못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인공 지능과 로봇의 엄청난 잠재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차량이 사람보다 더 안전하고 경제적인 이동을 가능하게 해 준다면 택시 운전사와 트럭 운전사의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율주행차의 개발이나 운행을 막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단순한 일자리 교체의 문제가 아니라 르네상스식 문명의 대전환이 닥쳤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인공지능이 모든 일을 대신해 준다는 점을 가정하고 인간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처리 방식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의사는 이미 알려진 질병을 진단하고 패턴 화된 치료법에 따라 환자를 대하는 일을 했다면 앞으로 이런 일은 인공지능 의사가 수십 배 더 많은 환자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나머지 많은 의사들은 의학전문가로서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획기적인 의학적 치료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고, 혁신적인 외과 기술을 개척하는 등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게 바람직하다. 

    따라서 의사의 수련과정도 새로운 역할에 맞도록 교육 내용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의사가 되기 위한 자질이나 교육내용에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게 된다. 

    군사기술도 첨단 인공지능기술을 접목하는데 앞장서야 할 분야다. 막강한 지상군이나 고전적 전투무기에만 의존하는 시대가 아니다. 첨단군대는 무인항공기, 로봇, 스마트폭탄, 사이버 벌레,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다룰 줄 아는 소수의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 졌다. 

    미군의 사례를 소개하면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프리데터(Predator)나 리퍼(Reaper) 등의 무인항공기 한 대를 가동하는데 30명의 병력이 필요하며 이 무인기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수확하고 분석하는 병력이 80명 이상이라는 자료를 접할 수 있다. 

    그런데 무인기를 수리하고 원격조정하고 프로그래밍하고 사이버보안에 종사하는 새로운 병력이 늘어났다고 한다. 미군의 병력전환 사례를 조사해 보면 민간 사회도 일자리 전환이 어떤 식으로 변해 갈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알파고 제로'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진화 방향을 예시하는 섬뜩한 경고 신호이기도 하다. 이런 기술적 변화가 사회 전반에 미치게 될 충격을 분석하고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만 한다.

    경제활동에 노동력이 필수라는 20세기적 관점은 이젠 버려야 한다. 대중이 겪게 될 문제는 노동착취가 아니라 시스템 부적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이 주는 충격은 점진적인 변화보다 어느 날 갑자기 알파고처럼 닥칠 수 있다. 르네상스적 지능혁명에 적응하려면 성장하는 학생들뿐 아니라 기성인들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변화와 시스템에 대해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인공 지능 혁명은 구직 시장과 교육 시스템에 대 변혁을 가져올 것만 같다. 지금도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흐려지고 있는데 앞으론 직장인이 견디기 힘든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종전에는 직업이 '삶을 위한 일'이었다면 앞으로는 '삶에 필요한 직업'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세상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재조명해보고 공공 교육과정에서 이를 성실히 다뤄야만 할 것이다. 이제 더이상 여유롭게 한가함을 누릴 시간이 없다.

    새로운 문명교체 시기에 '희생'될 사람들의 수를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그 역할을 정치와 교육이 해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21세기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점이다.

    ■ 이준정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POSCO그룹 연구소장과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 재료공학과 객원교수로 활동했으며,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등을 운영하며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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