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경제지도

2018. 5. 22. 18:52경영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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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택 칼럼] 기로에 선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등록 :2018-05-21 19:04수정 :2018-05-2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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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택
논설위원

“경의선을 복선화해서 중국 상품을 남쪽에 날라다 주면 연 4억달러, 동해선으로 흑룡강성이나 러시아 물자를 전해주면 연 10억달러 이상 벌 수 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94년 벨기에 공산당 간부에게 한 말로 <김일성 저작집>에도 나온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넘긴 유에스비 속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두 축이 경의선과 동해선이란 사실과도 일맥상통한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북한은 물론 우리도 물류비 절감과 시간 절약 등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북한과 1억 인구의 중국 동북3성 경제권을 배경으로 운송·보관·하역 등에서 적잖은 고용도 창출할 수 있다. 남북 경협이 깊어지면 33년 뒤엔 1인당 국민소득(GDP)이 남한 8만달러, 북한 5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2013년부터 ‘일대일로’를 추진해온 중국은 이미 동북3성에 다롄~선양~창춘~하얼빈으로 연결되는 고속철도를 중심으로 물류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았다. 선양과 다롄으로 이어지는 고속철과 고속도로가 모두 들어와 있는 단둥은 북한 신의주 코앞에 있는 도시다. 북한은 2014년 2월 그 신의주에서 평양을 거쳐 개성까지 이어지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6년 안에 건설(계약금 240억달러)하기로 국제투자단(SPC)과 계약한 적이 있다. 러시아 사업자(‘모스토비크’)도 2014년 10월 북한과 ‘포베다(승리) 프로젝트’라 불리는 북-러 철도 현대화 사업 계약을 맺었다. 북이 희토류와 니켈·아연 등 광산개발권을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20년간 진행하려던 사업이었다.

두 계약 모두 북핵으로 불발되긴 했으나, 한반도의 남북이 냉전과 핵으로 발이 묶인 사이 중·러는 중국대륙관통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 극동에서 유럽까지 철의 실크로드로 연결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이후 남북은 판문점 선언에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약속했고, 한반도 신경제지도도 북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신경제지도 설계자라고 해서 우리가 북한 경제개발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보장은 없다. 4·27 정상회담 만찬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정부 관계자가 “앞으로 (사업을) 잘해 보자”고 했더니 북쪽 인사가 “(남은) 4년이야 어떻게 되겠지만…”이라고 했다고 한다. 정권 부침에 따른 경협의 단절을 경험한 데서 나온 우려가 담겨 있다.

최근의 분위기는 그 4년마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시키고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입을 빌려 ‘북-미 회담 재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존 볼턴의 ‘리비아 방식’ 발언이나 태영호의 김정은 위원장 가족사 언급 등도 북을 자극했을 법하다. 근본적으론 북-미가 주고받을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단계와 절차를 둘러싼 이견 탓이 클 것이다. 여기엔 오랜 적대에서 비롯한 상호 불신도 깔려 있다.

우리 내부에도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맞교환하자는 판문점 선언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와 대북 지원을 연계해야 하고, 최종 목표는 북의 ‘체제 변화’여야 한다거나, 6·25 전쟁 책임을 단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편다. 북한 입장에선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동시에 이행돼야 할 ‘불가역적 체제보장’ 약속을 믿기 어렵게 하는 대목일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전후에 북한과 중국은 두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최근엔 노동당 시도당위원장들이 방중하고 중국 기업인들은 평양을 방문하는 등 경협 행보를 이어갔다. 철도·도로 등 인프라 수요뿐 아니라 희토류 등 막대한 지하자원도 북의 매력적 요소다. ‘비핵화’ 공언 이후 우리 정부와 중·러는 물론 미국 쪽에서도 관심 표명이 잇따르자 북은 양손에 떡 쥐고 저울질하는 듯한 모양새다.

판문점 선언과 도보다리 회동으로 남북 경협 기대는 높아졌지만 우리가 그리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실현 가능성은 아직 유동적이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뿐 아니라, 트럼프에게 ‘체제보장도 비핵화 완결 뒤에 이뤄져야 한다’는 공개서한까지 보낸 야당 대표가 ‘위장평화쇼’라며 예산 지출을 반대해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흔들릴 수 있다.

무엇보다 21일 방미에 나선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 마주 앉아 북한도 받을 수 있는 비핵화 로드맵 중재안을 만들어내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비핵화도 순항하고 신경제지도 설계자로서 우선권을 행사할 공간도 열린다. riki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45620.html?_fr=mt6#csidx434cc0e7495b9418b8ae38d3c72fe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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