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에 북한의 낙후된 산업과 노후화된 인프라 개발사업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북한 지하자원이 그 기회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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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북한에는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북한은 광물자원 매장량을 국가 자산으로 규정하고 지하자원에 대한 통계자료는 철저히 대외비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는 얻기 힘들지만 대략 전 국토의 80%에 광물자원이 분포하고 있다. 우선 금, 철광석, 아연, 구리(동), 흑연, 석탄이 다량으로 매장돼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16년 추정한 자료를 보면 금 2000t(세계 6위), 마그네사이트 60억t(세계 3위)이 매장돼 있다. 중요한 에너지 광물이자 원자력 원료인 우라늄도 평안북도와 함경북도 지역에 400만t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산업에 필수적인 석회석, 비료 원료인 인회석 등도 많다.
북한의 희토류도 관심을 받고 있다. 희토류는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영토분쟁으로 유명해진 광물로서 현재 중국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외국기업(SRE 미네랄스)과 희토류 공동탐사를 추진한 바 있는데, 2011년 [조선신보]는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을 2000만t으로 보도했다. 정확한 매장량은 정밀탐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북한은 희토류 개발에 외국기업의 투자를 희망한다. 또한 북한에는 세계적으로 매장량과 사용량은 적으나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광물로 꼽히는 중석, 몰리브덴, 니켈, 티타늄, 탄탈륨, 니오비윰, 망간 등의 희유금속도 다수 매장돼 있다.
단천·나진·남포항 등 다양한 진출 루트 갖춰
서해안 지역에는 무연탄, 석회석, 금, 아연, 철광석, 희토류가 다량으로 매장돼 있다. 특히 평안남도는 북한 최대 석탄 매장 지역으로 북한 석탄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서해안 지역의 주요 광산으로는 2.8직동탄광(무연탄), 령대탄광(무연탄), 순천광산(석회석), 홀동광산(금), 정주광산(희토류) 등이 있다. 이 지역의 수출항구는 남포항이다.
북·중 접경지역에는 북한의 중요한 광산이 집중돼 있다. 무산광산(철광석), 혜산광산(동), 3월5일광산(동), 덕현광산(철광석)이 대표적이다. 이들 광산은 대부분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기업이 이미 투자를 했거나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 3개 지역 외에도 국토의 전 지역에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기 때문에 개발 여건만 갖춰진다면 진출 루트는 더 다양해질 수 있다.
이 같은 풍부한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하자원은 품질이 낮은 경우도 있어 북한 광산 투자를 노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중요할 것이다. 동,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은 매장량도 많고 품질도 비교적 양호하지만 철광석과 희토류, 인회석 등 일부 광물은 품질이 다소 낮은 것이 단점이다. 예를 들면 철광석은 매장량(14억t)은 많지만 품위(Fe 30% 내외)가 상업거래 품질(Fe 65%)에 비해 낮기 때문에 채광 후 품질을 높이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희토류도 품위(REO 1∼2%)가 낮아 정밀탐사를 통해 고품위(REO 5% 이상) 광체를 확보해야 한다. 인회석도 품질이 좋은 모로코 등의 인광석에 비해 인(P) 품위가 낮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물론 이러한 단점은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와 지하자원을 어디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극복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북한은 광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다. 북한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6% (2016년 통계)에 이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광업은 1990년대 이후 2011년까지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2012년부터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2015년에 잠시 -2.6%로 감소했지만 2016년에는 대중(對中) 수출의 호조로 8.4%로 급성장했다. 석탄 생산과 수출이 광업 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북한은 1989년에 4330만t의 석탄을 생산했으나 1998년에는 1860만t 생산에 그쳤다. 하지만 중국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2016년에는 다시 3000만t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석탄 등을 제외하고는 광산 설비 노후화와 전력 부족 등으로 다른 지하자원 생산은 정체 내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내 700여 개 광산 중 상당수가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기업 선점해 후발주자와 경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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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은 2007년 이후 광산 투자와 병행해 무역거래도 많이 했다. 북·중 접경지역에 있는 광산이 주요한 투자 대상이었다. 무산광산(철광석), 오룡광산(철광석), 혜산광산(동), 3월5일광산(동)이 대표적이다. 이들 북·중 접경지역 광산은 부족한 전기를 중국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광석 채굴이 이뤄지고 있다. 캐낸 광석을 중국으로 반출하는 것도 용이하다. 중국 자본은 평안남도의 석탄광산에도 투자했다. 석탄광산에 광산 장비와 운반 트럭 등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생산된 석탄을 받는 투자로 상당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보도한 ‘중국 기업의 북한 광산 싹쓸이’ 내용은 과장된 측면이 많다. 북한은 모든 지하자원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기 때문에 중국과 맺은 “개발권 50년 확보” 등의 계약은 서방세계에서 말하는 통상적인 ‘개발권’ 계약과 거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개발권은 배타적이고 양도가 가능한 재산권이지만 북한의 개발권은 사유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정부의 의도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계약된 개발권을 환수할 수 있다. 따라서 북·중 간에 이루어진 개발권 계약은 단지 계약기간 동안 주어지는 채굴권 혹은 생산권의 의미를 갖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중국기업의 북한 광산 투자는 선점의 의미는 있지만 아직 우려할 만큼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 광산과 오랜 기간 각종 투자와 거래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결국 한국 기업이 북한 광산에 진출하는 시점에서는 중국 기업과 마찰 혹은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준비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북한의 지하자원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에도 금맥이 될 수 있을까? 지하자원에 대한 가치는 매장량, 품질, 개발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북한은 그동안 내수산업 발전이 더뎌 지하자원에 대한 수요도 적었고, 석탄 등 일부 지하자원을 지속적으로 수출하긴 했지만 아직은 매장량이 풍부하다. 개발 여건만 잘 갖춰진다면 북한 광산의 상당수는 개발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방하면 그동안 투자 걸림돌로 작용했던 각종 법과 제도는 이른 시일 내에 정비될 것이기 때문에 투자에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전력 등 인프라 설비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기에 일부 광산을 제외하고는 서방 기업들도 많은 광산에 일시적으로 투자하기는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 문제가 해결돼 유엔의 제재가 풀리면 한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투자가 급속하게 늘어나 인프라 문제가 광산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북한 광산 투자에 대한 중·장기적인 전망은 매우 높게 평가된다.
74개 광산 개발 유효, 매출액 연간 11.7조원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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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하자원에 대한 잠재가치는 3200조원부터 6500조원까지 산출기관에 따라 달리 발표되고 있다. 이는 매장량 인정 범위, 계산 연도가 다른 데서 오는 광물가격의 변동에서 비롯된다. 물론 잠재가치의 기준이 되는 매장량이 북한 전체 지하자원에 대한 것이 아니고 한정된 광물(18개 내외)이고 매장량도 1980년대 자료이기 때문에 수치의 변동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자원연구소는 ‘북한 지하자원 개발효과 분석’ 자료를 펴낸 바 있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 지하자원 개발사업이 주는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크다. 북한의 700여 개 광산 중 우선 개발 가능성이 높은 주요 광산 74개에 한국기업이 투자할 경우, 연간 9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현재 북한의 광산 고용 형태로 보면 이보다 훨씬 많은 연간 50만 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연간 1만8000명의 새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북한지역 주요 광산에 대한 현대화와 공동개발이 추진될 경우, 74개 광산에서 발생되는 전체 매출액은 연간 11조7000억원(총 투자비 12조7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영업수익률을 10%로 가정하면 연간 약 1조2000억원의 기대수익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광산 건설에 필요한 장비를 남한에서 제작해 북한 광산에 공급할 경우 플랜트산업계는 약 2조 2000억원의 신규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북한 지하자원 개발사업이 미치는 또 다른 주요 효과로서, 우리 기업이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지하자원을 북한지역에서 장기적·안정적으로 확보 가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석탄, 철광석, 금 등 11개 광종에 대하여 투자가 이뤄질 경우, 남한의 지하자원 자급률은 현재의 2.8%에서 투자 완료 시점을 기준할 때 40.3%까지 상승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업효과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광산시설 투자 이외에 북한 광산지역의 전력, 철도 등 노후화된 인프라의 개·보수가 전제돼야 한다.
북한자원연구소가 북한 현지조사에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평가한 결과, 북한에는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광산이 많다. 경제성 평가가 이루어진 광종으로는 아연, 마그네사이트, 탄탈륨, 석탄 등이 있는데, 중국 투자기업이 북한에서 제공한 투자제안서를 토대로 아연과 마그네사이트 광산의 경제성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수익률(IRR)이 18%를 넘었다. 석탄광산도 수익률이 15% 이상이었다. 수익률이 다소 낮은 광산도 있었다. 탄탈륨 광산은 수익률이 8% 수준으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러한 평가 결과로 추론해 볼 때 북한의 대형 광산들은 경제성이 있어 전력 등 인프라만 보강된다면 현재 시점에서도 수익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엔 필요한 것을 교환하는 ‘구상무역’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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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이 잘돼 5·24조치와 유엔 제재가 풀리면 한국 기업들이 다시 자원 개발에 나설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구상무역(求償貿易)이 바람직할 것이다. 구상무역의 장점은 남북한이 큰 부담 없이 서로 필요한 부분을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한 기업은 북한에서 지하자원을 저렴한 가격에 가져올 수 있고, 농업 및 경공업 등 관련 산업 제품을 추가 생산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북한 역시 지하자원 수출에 있어 남한이라는 큰 시장을 새로 개척함으로써 중국과의 수출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시장 확대로 인한 생산 증대로 일자리 창출 등 많은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구상무역과 더불어 북한 광산 현대화 사업에 한국 기업의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다. 광산과 인프라 패키지 개발은 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당분간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투자 방식이다. 이러한 사업은 국내 기업 혹은 외국 기업과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초기에는 규모가 큰 광산을 선정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이후 북한지역 인프라 상황이 호전되는 상황에 맞춰 중소규모 광산에도 투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석탄·철·동·아연·금·우라늄·마그네사이트 등이 유망한 투자사업으로 예상된다.
-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