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말라야 사람들

2018. 10. 19. 19:39건강과 여행

[여적]히말라야 사람들

박종성 논설위원

히말라야의 높은 봉우리들은 신의 이름이다.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는 티베트어로 초모룽마인데 ‘세계의 여신’을 뜻한다. ‘다섯 개 눈(雪)의 보물창고’라 불리는 칸첸중가는 네팔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신성한 산으로 경배한다. 다섯 개의 보물은 소금, 황금, 터키옥, 성상(聖像), 투명 갑옷과 약재로 세상이 종말의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마칼루는 힌두의 시바신에서 나왔으며, 초오유는 ‘청록색 보석의 여신’을 뜻한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장대함, 시시때때로 눈보라와 돌풍을 일으키는 변화무쌍함에 대한 경외의 표시일 것이다. 

장비의 발달과 등반 애호가의 증가로 에베레스트 등정이 대중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돈과 의지, 약간의 체력만 있으면 세계 최고봉에 오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1인당 5만달러 정도를 내면 셰르파를 포함해 정상까지 이르는 모든 일정을 책임져주는 비즈니스도 성행한다. 네팔 정부의 주요 수입원은 입장료에서 나온다. 등정하기에 좋은 계절에는 에베레스트 등반로가 등정객들로 ‘교통 체증’이 발생할 정도다.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히말라야 고산지대가 쓰레기로 몸살을 겪는 것은 아이러니다. 네팔의 히말라야는 고가의 극한스포츠 체험장화하고 있다. 

산악인 김창호는 히말라야의 8000m급 봉우리 14좌 모두를 무산소로 올랐다. 에베레스트를 등정할 때에는 땅에서 정상까지 그의 두 발의 힘으로 완수했다. 인도 벵골만의 해발 0m에서 카약, 사이클, 트레킹으로 1211㎞를 40일 동안 횡단한 후 무산소로 산꼭대기에 올랐다. 산은 사람의 몸으로만 올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남들이 닦아놓은 길을 택하지 않고 새로운 등반 루트를 만들었다. 인도 히말라야 다람수라와 팝수라에 ‘코리안 웨이’를 개척했다.

김창호 대장을 포함한 한국인 5명과 네팔인 셰르파 4명 등 9명의 등반대가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을 등반하던 중 강풍에 휩쓸려 추락해 사망했다. 어려운 길을 택해 스스로의 길을 내려 한 도전자들이다. 김 대장은 ‘등반의 완성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히말라야는 아직도 신들의 영역이다. 사람이 목표는 세울 수 있지만 완성은 신의 몫인 것 같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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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0142033015&code=990201#csidx348857ab09f2f52979ea471228b6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