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난 ‘구르자히말’은
급경사·계곡 많아 접근 어려워…일 원정 후 22년간 정상 안 내줘
강풍 몰아쳐 협곡에 추락한 듯…가이드 등 시신 9구 모두 수습
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사망한 한국 원정대원 5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에 대한 시신 수습이 마무리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14일 “구조대가 오늘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오후 1시45분)께 시신 9구 가운데 3구를 먼저 수습해 인근 마을로 이송했다”며 “이어 나머지 6구도 한 구씩 차례로 모두 수습해 오전 11시30분께 이송을 마쳤다”고 밝혔다.
수습된 시신은 김창호 대장을 비롯한 한국인 원정대 5명과 네팔인 가이드 4명이다. 사고 지점인 히말라야 산맥 구르자히말의 베이스캠프는 해발 3500m의 경사가 가파른 계곡으로 헬기 착륙이 불가능했다. 시신은 전문가로 구성된 수습팀이 헬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장비를 이용해 1구씩 차례로 수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한국 원정대는 지난달 28일 히말라야 신루트 개척을 위해 구르자히말 봉우리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이들은 애초 12일 하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산에서 내려오지 않자 산 아래에 잔류한 동료가 네팔인 가이드 한 명을 올려 보내 베이스캠프가 파괴된 것을 발견했다. 이들 대부분은 눈폭풍에 휩쓸리면서 급경사면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정대가 사고를 당한 구르자히말은 베테랑 산악인 사이에서만 알려진 미지의 험산으로 꼽힌다. 해발 7193m의 구르자히말 봉우리가 속한 다울라기리 산군(山群)은 네팔 히말라야 산맥의 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산군 최고봉의 높이는 해발 8167m로 세계에서 7번째로 높다. 다울라기리 산군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인근에는 숙박 등 편의시설도 제대로 없는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가운데 구르자히말은 산세가 더욱 거칠고 급경사와 계곡이 많은 험산으로 통한다. 로이터통신은 구르자히말은 산악인의 등반이 흔치 않은 산이라며 “1969년 일본 원정대가 처음 정상에 오른 뒤 이후 22년간 아무도 정상에 서지 못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는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 원정대는 네팔 제2의 도시인 포카라를 경유해 다르방(1070m), 팔레(1810m), 구르자 고개(3257m), 구르자카니 마을(2620m) 등을 거친 끝에 구르자히말 남면 쪽 케야스 콜라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이 캠프는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도 최소 하루 동안 트레킹을 해야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원정대의 도전은 구르자히말이 내뿜은 강풍에 꺾이고 말았다. 현지 경찰의 사일레시 타파 대변인은 AFP통신에 “우리는 사고가 눈폭풍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시신도 흩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 영자매체 히말라야타임스에 따르면 현지 등반을 도운 ‘트레킹 캠프 네팔’의 왕추 셰르파 상무이사는 거대한 눈사태로 다울라기리산 남향 중턱에 있는 베이스캠프가 파묻혔다고 말했다.
수습된 시신들은 곧바로 수도 카트만두로 옮겨졌다. 외교부와 주네팔 대사관은 현지 경찰 등 구조당국과 수습된 시신의 신원확인 및 운구 등 향후 진행사항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외교부는 해외안전지킴센터 소속 담당자 등 2명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15일 현지로 파견할 예정이다. 이들은 시신 운구, 장례절차 지원, 가족 방문 시 행정 편의 제공 등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