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말라야 코리안 웨이

2018. 10. 19. 19:45건강과 여행

‘코리안웨이 선봉장’ 히말라야의 별로 잠들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김창호 원정대 5명 눈사태 덮쳐 주검으로

김창호 대장이 2017년 네팔에서 가장 높은 미등정봉인 힘중을 세계 최초로 산소 호흡기 없이 오른 뒤 피켈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LS네트웍스 제공

김창호 대장이 2017년 네팔에서 가장 높은 미등정봉인 힘중을 세계 최초로 산소 호흡기 없이 오른 뒤 피켈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LS네트웍스 제공

“집에 돌아와야 등정 완성”이라던 
14좌 무산소 등정 베테랑 대장
‘등로주의’ 세 번째 새 길은 미완 

80m를 추락해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끝까지 산을 오른 적도 있었다. 파키스탄 오지에서는 권총강도를 만났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국경수비대에 끌려가기도 했다. 그래도 오르고 또 올랐다. 김창호 대장(49)의 계속된 도전이 모질고 모진 대자연의 힘에 막혔다. 김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 5명이 지난 13일 네팔 다울라기리산 구르자히말(해발 7193m) 등반을 준비하다 베이스캠프에 갑자기 몰아친 눈폭풍에 따른 산사태에 휘말리면서 사고를 당했다. 

김창호 대장은 고도(altitude)가 아니라 산을 오르는 태도(attitude)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산악인이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태극기’를 꽂는 정복의 산행(등정주의)이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도전해 새로움을 느끼는 산행(등로주의)을 고집했다. 김 대장은 지난해 12월 울주 국제산악영화제에서 “불확실해 보이고 불가능해 보여야 심장이 뛴다”고 말했다.

이번 원정대의 이름이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로 지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구르자히말 정상에 ‘코리아’의 이름을 남기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 ‘코리안웨이’를 찾는 것이었다. 지난해 김 대장은 ‘2017 코리안웨이 인도 원정대’를 이끌고 다람수라(6446m) 북서벽에 새 길을 뚫어 ‘코리안웨이’를 만든 데 이어 팝수라(6451m) 남벽 신루트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김 대장은 국내 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무산소 등정에 성공했다. 첫 등정이었던 2005년 7월14일 낭가파르바트(8156m) 때는 500여m를 앞두고 동료의 부상으로 3박4일 걸려 베이스캠프로 돌아오기도 했다. 식량이 떨어져 딱 2명분만 남았고 이현호 대원과 함께 25시간 사투 끝에 정상에 올랐다. 

김 대장은 ‘등로주의’에 ‘자연주의’를 더했다. 13좌 완등에 성공한 뒤 14번째, 마지막 목표였던 에베레스트 도전 때 ‘무동력 등반’에 나섰다. ‘from 0 to 8848’이라고 이름 붙였다. 대부분의 원정대가 해발 2840m의 네팔 루크라까지 항공기로 이동한 뒤 자동차 등으로 더 오른 다음 도전하는 것과 달리 아예 해발 0m에서 시작했다. 

2013년 3월, 인도양으로 통하는 갠지스강 하류에서 카약을 타고 출발했다. 물결과 바람을 거슬러 150㎞를 이동했고, 자전거를 타고 1000㎞를 더 달렸다. 자전거에서 내린 다음에는 150㎞를 걸어 산길을 올라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이후 산소통에 의지하지 않고 8848m 정상을 향했다. 연료 사용 없이 온전히 인간의 힘으로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도전했다. 결국 5월20일,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국내 산악인 최초 14좌 무산소 등정 기록이자 세계 등반 사상 최단기간 14좌 등정 새 기록이었다. 

김 대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집으로 돌아와야 등정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등산이 좋은 점은 1·2등을 가리는 게 아니라 동료랑 손을 잡고 같이 정상을 갈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14좌 완등이 늦어진 것 역시 2007년 에베레스트 등반 때 정상을 눈앞에 두고 다른 한국 등반대의 사고 소식에 이들을 구하기 위해 등정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2011년 박영석 대장 사고 때 2차 구조대에 합류해 산속을 헤매고 또 헤맸다. 김 대장의 등정은 이번에도 함께였지만 안타깝게도 완성되지 못했다. 유족으로는 2012년 결혼한 부인과 세 살 난 딸이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0142045001&code=940100#csidxe325fb99cde94949549c6ef18f2d46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