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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7. 20:53경영과 경제

[테슬라 위기 자초한 머스크 리더십 한계는] 1인 독주 경영에 고객·투자자와 잡음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평상심·자제력 잃고 SNS서 구설수...대성한 스타트업일수록 기존 시스템 탈피해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미래를 바꿀 혁신가’로 명성이 높지만 최근 실망스러운 행보로 테슬라의 위기를 자초했다. 머스크 리더십이 보여준 한계는 많은 국내외 기업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혁신의 대명사’로 통하던 미국의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가 연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테슬라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로서 그간 미래지향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왔던 현실판 ‘아이언맨’ 일론 머스크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집행부는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머스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거짓된 언급’으로 SEC가 기업의 자산 관계를 관할하는 규제기관에 적절한 통지를 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증권시장에서 주식 거래에 관여하는 CEO의 권한을 박탈해야 한다고 SEC는 고소장에 적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8월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 계정에 “테슬라 주식을 주당 420달러에 매입해 비상장사로 전환하겠다”며 “자금이 확보됐다”는 글을 적었다. 머스크가 한창 현지 언론을 통해 “증시에서 공매도 세력에 시달리고 있어 고통스럽다”며 거듭 하소연하던 무렵의 일이다. 이후 머스크는 주주들의 격렬한 반대로 3주 만에 비상장 전환 계획을 백지화했지만, SEC는 당시 언급을 ‘순수하지 못한 의도에 따른 투자자 기만과 시장 교란 행위’로 보고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미국 법무부도 별도로 머스크의 트위터 글에 대한 법 위반 여부를 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머스크는 고소 취하를 위해 거액의 합의금을 내는 한편,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다.

불신 조장한 CEO에 테슬라 주가도 급락

머스크가 SNS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1일 만우절에는 테슬라 파산설을 언급해 투자자와 소비자들이 깜짝 놀라게 했는가 하면, 7월 15일에는 같은 달 태국에서 소년들이 동굴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자 구조 작업에 참가했던 한 잠수부를 ‘소아성애자(pedo guy)’라고 표현해 구설수에 올랐다. 후자의 경우 이미 명예훼손 소송이 걸린 상태다. 해당 잠수부가 CNN과의 인터뷰에서 소년들을 구조하는 데 사용하라며 머스크가 제공했던 소형 잠수함을 “회사 홍보용”이라고 비판하자 CEO로서 대응한 것이지만, 표현이 과했다는 지적이다.

머스크의 잇단 기행에 회사 주가도 추락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비상장사 전환 논란이 이어지던 8월 한 달 사이에만 20% 넘게 떨어졌고 현재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금껏 머스크 리더십의 강점으로 꼽혔던, SNS 등을 통한 ‘소통 경영’의 한계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CNN은 “테슬라를 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부터 삭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머스크의 존재는 테슬라의 강점이자 불안 요소였다”며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전기차 관련 비전을 제시하고 신뢰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머스크의 적극적 소통이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불필요한 잡음만 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양날의 검’인 SNS 또는 소통만의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은 “흔히 ‘테슬라=머스크’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테슬라는 진두지휘하는 역할인 머스크 1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이라며 “이런 1인 독주 경영의 한계가 드러난 것”으로 분석했다. 애초 머스크 등 5인 공동창업의 스타트업으로 설립됐던 테슬라는 머스크가 거액 투자로 대주주가 되면서 비로소 체계적인 기업 형태를 갖춰나갔다. 이후 엔지니어 역할에 충실했던 나머지 4인과 달리 머스크는 사실상 오너로서 경영 전반을 홀로 이끌었다. 그가 CEO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내부 인재 육성·관리엔 그만큼 소홀하기 쉬웠다. 9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2년 간 24인의 임원들이 제 발로 테슬라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많은 기업에서 CEO 다음 2인자 역할을 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마저 테슬라는 존재하지 않아 수 년 간 외부 인재 영입을 추진했을 정도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등이 한때 영입 후보로 거론됐다가 흐지부지됐다.

특히 미래지향적이지만 동시에 불확실성이 큰 전기차 사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만성 적자를 뒤로 하고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머스크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그가 미래를 바꿀 혁신가의 이미지로 무장하면서 기업 홍보대사 역할을 맡았기에 세간의 우려가 최소화하고 투자자들도 투자를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2003년 설립 이래로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이런 심각한 만성 적자 기업에 발전 가능성만 보고 투자가 끊이지 않았던 건 순전히 머스크의 명성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2인자가 없고 머스크가 이사회마저 장악한 사내에선 머스크에 대한 마땅한 견제·대체 수단이 없었다.

그런가 하면 머스크가 올 들어 유독 평상심과 자제력을 잃고 SNS로 구설수를 일으킨 데 개인적인 스트레스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머스크는 8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역대 가장 고통스러운 한 해를 보내고 있어 견디기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가 밝힌 스트레스 요인은 업무 과다다. “일주일에 최장 120시간까지 일할 때도 있어 때로는 수면제를 복용한다”고 했을 정도다. 결국 이 모든 것

이 1인 독주 경영의 리스크라는 분석이다. 이를 스타트업 시절의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크게 성공한 스타트업일수록 기존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은 채 탈피해서 달라진 규모에 걸맞은 시스템을 새롭게 이뤄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데, 테슬라는 머스크 중심의 스타트업 방식 사고(思考)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해(성장에) 한계가 따르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사회 의장직서 물러나면서 영향력 약화

한편 CEO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던 머스크는 SEC의 강경한 조치로 이사회에서 축출되면서 이제 CEO 자리만을 유지하게 됐다. SEC는 추가로 테슬라 이사회에 독립 이사 2인을 선임하고 머스크 견제에 나섰다. 지금껏 테슬라 내에서 제대로 된 견제나 보좌 없이 1인 독주 경영을 해왔던 머스크의 ‘독보적 지위’가 크게 흔들리면서 사내 영향력도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면서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는 1인 독주 경영 체제에서 벗어났기에 상황이 좋아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지, 아니면 “테슬라는 역시 머스크의 절대적인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더 극심한 침체로 새 분석을 필요로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곧 테슬라의 3분기 전기차 생산량과 인도 실적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정답은 이 회사의 향후 실적과 주가 등 경영 성과가 온전히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강성진 연구원은 “머스크의 이사회 의장 사임이 테슬라 주가 안정화엔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 머스크가 CEO 자리는 유지한 만큼 중국 공장 설립이나 새 모델 개발과 같은 주요 경영계획에 대한 추진력은 계속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꾸준히 문제시됐던, 적자 지속과 재무 건전성 악화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풀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테슬라의 총 부채 규모는 8월 말 기준 110억 달러로 현금성 자산 규모(22억4000만 달러, 6월 말 기준)의 5배 수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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